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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김예은 기자] 구순을 앞두고 있는 87세 할머니 화가의 인생 첫 개인전이 제주 돈암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단 한번도 제주권 미술교육의 틀에 갇혀보지 않았던 순수한 아마추어의 그림이다.
구순을 앞두고 있는 87세 할머니 화가의 인생 첫 개인전이 제주 돈암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색들을 삶의 궤적을 통해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할머니 화가는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것이 오히려 가장 순수한 표현의 시작점이 되었다.
87세 화가의 붓끝에서 피어난 인생 2막...'희망과 행복'
좌기춘(87) 할머니 전시 작품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농부의 마음을 캔버스에 담아 첫 개인전을 열고있는 늦깎이 할머니 화가가 지역 미술계로부터 관심을 받고있다. 주인공은 좌기춘(87) 할머니다. 좌기춘(87) 할머니는 여든다섯의 나이에 처음으로 붓을 들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생애 첫 개인전까지 열었다.
평생 흙만을 마지며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은 '새로운 시작에 늦은 때는 없다'라는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좌기춘 할머니의 손에 붓을 들려줘 늦깎이 화가의 길로 인도한 사람은 유창훈(61) 화백이다. 유창훈 화백(한국화가)은 할머니의 첫 개인전에 대해 좌기춘 할머니의 작품에서 깊은 감각과 몰입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는 좌기춘 할머니의 그림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도전 정신이 강해 지금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고 전했다.
좌기춘(87) 할머니 전시 작품(1)
좌기춘(87) 할머니 전시 작품(2)
좌기춘(87) 할머니의 그림은 제주의 풍경을 부드럽고 차분하게 담아낸다. 바다와 들꽃, 한라산까지 평생 할머니가 눈에 담아온 제주 풍경이 할머니의 손끝에서 화폭 위에 다시 피어났다. 평생 자연과 함께 살아온 좌 할머니의 시간은 그렇게 그림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할머니 화가는 그림 그릴 때 늘 자신이 자연속에 있다고 믿는다. 평생을 눈에 담아온 제주의 풍경은 할머니 화가의 시간속에 있다. 그것은 할머니 화가가 그림을 그릴때 현장에 있지 않아도 가능했다. 나는 그 장소에 있고, 그러면 여기는 이 정도의 돌이 있으면 어떤 정도의 풀이 있을 거야, 이 정도의 나무가 있으면 어느 정도 자랐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캔버스에 망설임 없이 담아낸다.
한국판 모지스 할머니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좌 할머니의 그림도 화가로서의 투혼이 보인다.(사진: 좌기춘(87) 할머니 화가)
가토릭 신자인 좌기춘(87) 할머니 화가는 2019년 성당 그림반에서 어느 자매가 건네준 종이와 연필로 그린 코스모스 그림이 늦깍이 화가의 길을 걷게 하는 단초가 됐다. 한국판 모지스 할머니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좌 할머니의 그림도 화가로서의 투혼이 보인다.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렸던 모지스(1860~1961, Moses) 화가는 12살~70대 후반까지 평범한 농부로 살다가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햇고, 80세 이후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렸다. 이후 세상을 떠나기 전인 101세가 될 때까지 총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특히 100살 이후 스물 다 섯점의 그리는 등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화가로서 투혼을 발휘했다.
좌기춘(87) 할머니 역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좌 할머니는 2년 전 가족의 권유로 처음 붓을 잡았다. 좌 할머니는 처음 연필 잡는 법부터 하나씩 배우며 제주대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는 유창훈(61) 화백의 지도를 받아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유 화백은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건 기적에 가깝다”며 “할머니는 사물에 대한 이해와 관찰력이 탁월하다. 특히 물에 비친 풍경을 표현하는 능력은 타고났다”고 평가했다.
사진: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 종이에 수채 53×73cm, 2026
좌기춘(87) 할머니 역시 그림 그리는 시간은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됐다고 말했다. 꿈에서도 그림을 그릴 만큼 푹 빠져 지내고 있다고 할 정도다. 좌 할머니의 그림은 작품 완성도는 놀랍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를 그린 작품에서는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다르게 표현했고, 범섬을 담은 그림에서는 파도의 결을 모두 다르게 그려냈다.
제주의 풍경이 할머니의 붓을 거쳐 따뜻한 색으로 되살아났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 반응도 뜨겁다. 제주 출신 한중옥 화가는 “저도 50년 넘게 그림을 그렸지만 저 나이에 저만큼의 열정으로 계속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감탄했다.
한편 87세 화가의 붓끝에서 피어난 인생 2막...'희망과 행복' 전시에서는 모두 74점의 작품이 걸렸다. 전시작 74점 가운데 40여 점이 벌써 판매됐다. 전시는 2일(토)부터 5월 31일(일)까지 제주시 도남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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