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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
1. 개요
숫타니파타(Sutta Nipāta)는 불교에서 가장 오래된 초기 경전으로, 팔리어 경장 중 쿳다까 니까야(Khuddaka Nikāya)에 속한다.
숫타(Sutta)는 ’경전: 말의 묶음(經)',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을 말하므로, 숫타니파타는 팔리어로 '경전들의 모음'을 뜻한다. 상좌부의 수많은 경전들 중에서도, 숫타니파타는 당당히 '경전들의 모음(經集)'이라고 이름이 붙어져 있다.
한국어 번역본은 팔리어 원문을 한국어로 바로 직역한 전재성, 각묵스님의 번역본이 대표적이다.
2. 구성
숫타니파타는 1장 사품(蛇品), 2장 소품(小品), 3장 대품(大品), 4장 의품(義品), 5장 피안도품(彼岸道品)의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1장은 단편집들을 모아놓았다.
2장은 본격적인 설법의 내용을 기술하였다.
3장은 부처의 생애를 말하고 있다.(석가모니에 관한 최초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4장은 부처의 핵심가르침인 팔게송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원시적 형태의 탐진치, 무아, 사성제, 6연기에 대해서 서술)
5장은 문답을 통해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다. (요약: 언어마저 잊어버린 명상을 통해서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
3. 1장 뱀의 품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인 것은 아니고,
태생으로 바라문인 것도 아닙니다.
행위로 말미암아 천한 사람도 되고
행위로 말미암아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1장 사품(uraga-vagga[1]) / 7. 천한 사람의 경(vasala sutta)
행위에 의해 귀하고 천함이 드러나지, 태생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2] 행위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상좌부 불교의 특징이다.
1장은 12개의 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품의 첫 번째 경 이름이 뱀의 경[3](uraga sutta)이다. 이것을 다시 1장의 이름으로 사용했다. 욕망을 떨쳐내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바람직한 도덕적 행위들을 나열 하였다.
1장에서는 악마와 천사가 나와서 부처에게 깨달음에 대해서 물어본다. 윤회에 대한 언급. 이는 1장, 2장, 3장 보다 더 오래전에 저술된 4장, 5장에는 나오지 않는 것[4]들이다. 1장 8 자애의 경은 대승의 자비심, 자리이타(自利利他)과 비슷. 1장 10 알라바까의 경에서 재가자의 덕목 중 '진실, 자제, 보시, 인내'는 대승의 육바라밀을 연상시킨다.
3.1. 무소의 뿔의 경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5]
1장 사품(蛇品)의 3. 무소의 뿔의 경(khaggavisana sutta)[6]
숫타니파타의 구절 중에서도 1장의 3번째 경인 '무소의 뿔의 경'은 유명하다. 집, 가족, 친구, 재물 등에 매달리지 말고 벗어나라는 내용이다.
4. 2장 소품
2장은 설법과 가르침을 서술한다. 14개의 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가 설한 가르침은 최상의 가르침이며, 최고의 보배이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 말한다.[7][8] 또한 신조차 부처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서술[9]. 또는, 윤회를 말하며 타락한 수행승을 저주하기도 한다[10]. 옛날 바라문과 지금의 바라문을 비교[11]하기도 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섬기고[12], 그 가르침에 기뻐하라[13]고 말한다. 이는 전부 다, 더 나은 가르침에 의지하지 말며, '의지하지 말라는 가르침' 마저 벗어나라는 4장 의품(義品)의 내용과 상반되는 것들이다. 이렇게 4장 의품(義品)과는 다르게, 부처의 권위를 높히는 서술방식은 이후 아함경(니까야)에도 전해진다.
5. 3장 대품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그러한 말을 해야 합니다."
3장 대품(maha vagga) / 3. 잘 설해진 말씀의 경(subhasita sutta)
3장은 석가모니의 일생에 대한 내용. 즉, 석가모니의 전기를 서술하고 있다. 12개의 경으로 구성됨.
출가해서 빔비사라왕을 만남[14]. 황무지에서 악마에게 시달림[15]. 부처의 네가지 가르침[16]. 불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바라문을 깨닫게 함[17]. 육사외도에서 얻을 수 없었던 가르침을 부처에게서 깨달은 바라문[18]. 전륜법왕의 32상을 부처에게서 본 바라문[19]. 바라문은 태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하는 석가모니[20]. 사리붓다와 목갈리나를 음해한 수행승[21]. 부처의 탄생[22]. 다만 8. 화살의 경(salla sutta)과 12. 두 가지 관찰의 경(dvayatanupassana sutta)은 부처의 일생 보다는 가르침에 중점을 두고 있음. [23][24] (사문유관, 부처 열반에 관한 내용은 없다. 더 후대의 경전에 나온다.)
6. 4장 여덟의 품
4장 의품(義品)의 팔리어 원문 이름은 아타카 바고(Aṭṭhaka vaggo)이다. 아타카는 여덟, 바고는 책의 장, 따라서 '아타카 바고'는 '아타카(여덟)의 장'이라는 뜻이다. 이는 여덟 줄의 게송이라는 말이다.
6.1. 4개의 8게송
6.2. 연기와 사성제의 형태
투쟁, 논쟁은 어디서 일어난 것인지, 비탄과 슬픔 그리고 인색,
자만과 오만, 그리고 중상[25]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를 묻고 있다. 이것이 사성제(진리)에 대한 역사상 첫번째 질문인 셈.
4장의 11 투쟁과 논쟁의 경(kalahavivada sutta)
어떠한 상태에 이른 자에게 물질적 형상이 소멸됩니까?
즐거움과 괴로움이 어떻게 소멸되는지
제게 그 소멸되는 것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괴로움은 어떻게 소멸되는지 묻고 있다.
4장의 11 투쟁과 논쟁의 경(kalahavivada sutta)
이 두 질문은 사성제의 고집멸도[26]의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괴로움은 어떻게 소멸되는가?
투쟁과 논쟁의 경을 요약하자면,
- 투쟁, 논쟁, 비탄, 슬픔, 인색, 자만, 오만, 중상은 어디서 생겨난 것인가?[27]
- 투쟁, 논쟁 - 좋아하는 대상(집착) - 욕망 - 쾌락과 불쾌 - 접촉 - 명색[28][29] 순으로 인연(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투쟁, 논쟁, 비탄, 슬픔, 인색, 자만, 오만, 중상 등의 감정이 일어난다.[30]
현재의 사성제 개념에서는 "즐거움이 고통인 것을 알고, 집착을 버리면 괴로움이 사라진다. 이를 위해서 바른 말, 생각과 행동들을 해야된다."며 괴로움을 벗어나는 데에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숫타니파타 4장 11투쟁과 논쟁의 경에서는 "지각에 의해 쾌락과 불쾌, 욕망, 논쟁과 투쟁이 생기므로, 지각을 여의고, 지각에 대한 지각도 여의어서, 지각된 물질적 형상이 소멸한 상태를 깨달아야, 논쟁에 끼어들지 않으며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생각[31][32]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라며 '올바름'보다 '지각에 대한 생각의 소멸'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후대의 사성제의 집성제에 해당되는 부분이, 숫타니파타의 연기 부분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집성제의 집이 왜 執(집착의 집)이 아니라 集(모일 집)이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집성제는 팔리어로 samudaya 이며, '모여서 일어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연기의 원인들이 모여서 괴로움이 일어나는 과정이기에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
지각함이 모여 괴로움이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 연기였던 셈. 본디 연기란 사성제의 일부분이었다.
6.3. 논쟁의 상대
견해를 가지고 논쟁하여 ‘이것이야말로 진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대는 그들에게 "논쟁이 일어나면, 그대와 상대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 말하십시오.
4장의 8 빠쑤라 경(pasura sutta)
논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은 마음의 청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가 논쟁하고자 할 때, 싸워주지 않는다면 어찌 감정이 상하겠는가.
6.4. 벗어남을 벗어남
규범이나 금계도 여의고,
죄악이 있든 없든 이 모든 행위를 버리고,
청정이나 부정도 구하는 바도 없이,
적멸을 수호하며, 욕망을 여의고 유행하십시오.
4장의 13. 큰 전열의 경(mahaviyuha sutta)
청정마저 구하는 바 없는 경지.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고 싶어서 불교를 접하지만, 부처는 그 괴로움을 없애고자하는 마음마저 구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나간 것을 즐기지 말고,
새로운 것을 환영하지도 마십시오.
사라져 갈 때에 슬퍼하지 말고,
끌어당기는 것에 붙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4장의 15.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 대한 경(attadanda sutta)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망상은 또한 지식에 의착되어 지각을 왜곡시킬 것이다. 많이 아는 것은 많은 지식에 의착되어 더욱 많은 괴로움을 탄생시킨다.
6.5. 무아
‘이것은 내 것이다.’ 또는 ‘이것은 어떤 다른 자의 것이다.’ 하는 생각이 없다면,
내 것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그는
‘나에게 없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습니다.
4장의 15.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 대한 경(attadanda sutta)
무아(無我)'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6.6. 사리불의 열린 불교
다른 종교의 가르침(paradhamma)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두려워할 만한 것들이 있을지라도,
착하고 건전한 것을 추구하여, 다른 두려움들도 이겨내어야 한다.
4장의 16. 사리뿟따의 경(sariputta sutta)
4장의 16 사리뿟따의 경은 아소카 왕[33]이 세운 탑에 새겨진 7개의 추천 경전 중 하나이다. 아소카왕은 불교를 통해 종교의 통일을 추구했다. 불교 이외의 것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를 통해 나머지 종교들을 합쳤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인도 전역의 수많은 이질적인 가르침들이 불교라는 이름 아래에 모여 하나가 되었다. 이후 몇백년이 지나지 않아 불설-비불설 논쟁[34]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4장의 16 사리뿟따의 경은 4장의 다른 경들과 달리 부처의 대답이 사변적이거나 철학적이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곤충과 야생동물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며, 나는 무엇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지 말고, 괴롭더라도 거친 말로 대꾸해서는 안된다 등등.
아소카의 행적을 감안하면, 이 구절은 타 종교에 대한 열린 태도를 지향하는 것으로 풀이되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암벽 칙령에 제목이 인용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7. 5장 피안도품
도따까여,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떠한 의혹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해탈을 시켜 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으뜸가는 가르침을 안다면,
그대는 스스로 거센 흐름을 건너게 될 것입니다.
5장 피안도품의 6. 학인 도따까의 질문의 경(dhotakamanavapuccha)
어느날 존자 바바린에게 정체불명의 바라문이 와서 500금을 구걸한다. 존자 바바린이 500금을 줄 수 없다고 말하자, 거지 바라문은 존자 바바린이 일주일 후에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터질 것이라고 저주를 한다. 그 말을 듣고 바바린이 괴로워 한다. 고통스러하는 모습을 보고 천사가 내려와 꼬살라국의 싯다르타를 찾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을 해준다. 이에 바바린이 기뻐하며 제자들에게 위대한 자의 32상을 설명하며 만나서 가르침을 얻어오기를 명한다.
16명의 바바린 제자와 부처의 문답이 시작된다.[35] 5장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감각에 대한 즐거움[36]을 항상 경계하는 것이 '깨어있음'(사띠- 감정의 흐름을 끊임없이 알아차림[37])이고, 항상 깨어있어서 어떤 감각적 자극[38]에도 관련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적멸)이 열반이다. [39]
8. 역사
8.1. 구성 순서
숫타니파타의 중요성은 부처 열반 후 약 180년 후의 왕인, 아소카 대왕[40](기원전 약 250년)의 캘컷타 바이라트(Calcutta-Bairāṭ) 각문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아소카 왕이 추천한 일곱 개의 경전 중에서 세 개가 숫타니파타에 들어 있는 경전과 일치한다고 학자들은 밝혀냈다.
1) 성자의 게송은 (1장 12<성자의 경>)와 일치
2) 성자의 길에 대한 말씀은 (3장 11<날라까의 경>)와 일치
3) 우빠띠사[41]의 질문은 (4장 16<사리뿟따의 경>)와 일치
숫타니파타에는 승원이 존재하기 전, 숲에서 수행하는 비구들의 삶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으로 보아서, 부처 교화의 가장 초장기의 일들이기에 그 고층성이 증명된다. 또한 이 경전들은 아소카 왕이 선별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인정된 고층에 속하는 경전임이 분명하다.
이와는 별개로, 1장 사품(蛇品)의 3코뿔소 뿔의 경, 4장 '의품(義品)[42]'과, 서시를 제외한 5장 '피안도품[43]은 같은 쿳다까니까야 중의 하나인 닛데사(Niddesa)[44]에 완벽한 주석을 가지고 있기에 숫타니파타 다섯품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경전이라고 간주된다.
8.2. 니까야(아함경)로 전래
야쇼카왕이 죽고 서인도 지역의 쿠샨왕조[45]로 불교중심이 이동하였고, 서인도에서 만들어진 주석서들을 합쳐서 니까야와 아함경의 원본이 됨.
니까야와 아함경 정본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3세기경 학승 지겸이 4장 의품(義品)만 한자로 번역하여 '불설의족경'이란 이름으로 동쪽(중국남부, 지금의 광동성)으로 전래. 아함경(숫타니파타 비포함)은 4세기경 담마난제와 축불념 등 서인도 스님들에 의해 한자 번역되어 북쪽 중국으로 전래. 니까야는 기원후 5세기경 붓다고사가 저본을 팔리어로 번역하어 남쪽(스리랑카)으로 전래.[46]
9. 기존 불경과의 비교
숫타니파타는 쿳다까니까야(소부)에 의해 상좌부 불교 계열에서 전해졌으며 아함경만을 중국으로 부터 전수받은 국내의 북방불교 계열에서는 숫타니파타가 오랫동안 전해지지 못했다. 다만 내용 중 일부는 북방불교의 경전에도 인용되거나 부분 번역의 형태로 전해졌는데,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이 바로 그것으로 숫타니파타 전체 내용 중 제4장 의품(義品)이 번역되어 있다.
숫타니파타 날라까의 경(nalaka sutta)[47] - 한역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숫타니파타 출가의 경(pabbajja sutta)[48] - 한역 《과거현재인과경》 및 《불본행집경》
숫타니파타 정진의 경 (Padhana sutta)[49] - 한역 《불본행집경》, 《불설보요경》, 《방광대장엄경》
숫타니파타 바라문 세라의 경 - 《증일아함경》 권46, 47의 방우품제6
숫타니파타 밭 가는 사람의 경 - 《잡아함경》
10. 기타
공지영 작가의 소설 제목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도 쓰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부처와 목자의 대화'라는 편명으로 내용의 일부가 등장한다.
덴마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냐는 대사가 나오며 패러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