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지정(幽人之貞)
그윽한 사람(산중 도인)의 정고함이라는 뜻으로,
세상을 피하여 숨어사는 사람의
곧은 지조를 일컫는 말이다.
幽 : 그윽할 유
人 : 사람 인
之 : 어조사 지
貞 : 곧을 정
출전 : 주역(周易) 第10 리괘(履卦)
리괘(履卦)는 주역(周易) 64괘 중
10번째에 있는 유교기호, 괘명이다.
이(履)는 본래 '신'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부터 '밟다', '실천한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밟아나가야 할 길,
즉 당위의 규범을 유교에서는 예(禮)라고 하기 때문에
이와 예는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괘상은 하늘 아래에 연못이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상하의 위계질서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음을 상징하며,
이것이 예괘(豫卦)를 음악의 원리로 본다면,
이괘를 예의 제정원리로 보는 근거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연못인 것이 이괘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써서 상하(上下)를 분변(分辯)하여
백성들의 뜻은 안정시킨다"고 말한 것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괘사에서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는다.
형통할 것이다"고 한 것은 주효인
3효를 중심으로 말한 것이다.
이 괘는 육삼(六三)이외에 5개의 효가 모두 양효이다.
즉 3효는 아래로 두 개의 양효를 타고 있고,
강건한 순양괘(純陽卦)인 건괘(乾卦) 바로 아래에 있다.
이것은 강건한 세력 사이에
유순한 음효가 둘러싸여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위험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상전'에서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밟으니
화설(和說)함으로 건(乾)에 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할 것이다"고 하여,
태괘(兌卦)의 덕인 '기쁨(說)'의 태도를 가지고,
강한 세력에 대응해야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강건함은 부드러움으로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음양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리괘(履卦)는 건괘(乾卦)가 상(上)에 있고,
태괘(兌卦)가 하(下)에 있는 괘이다.
천택이(天澤履)괘라고도 한다.
원문에 따르면, 이호미(履虎尾)라도
부절인하니 형(亨)하니라.
호랑이의 꼬리를 밟아도 물리지
않으니 모든 일이 순조롭다.
유순한 덕을 지닌 태괘가 강한 기상을
가진 건괘를 쫓는 형상이다.
1효(爻)는 소박하게 실천하면 허물이 없느니라.
자기의 평소대로 일을 행하면
앞으로 나아가도 이로울 것이다.
2효는 가는 길이 탄탄대로이니
홀로 있더라도 곧으면 길하리라.
후일을 대비하는 자세로 지내야 한다.
3효는 애꾸눈이면서 볼 수 있다 하고
절름발이이면서 걸을 수 있다고 하니
호랑이 꼬리를 밟아 흉(凶)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일을 치르기 쉬우나 재난이 따른다.
4효는 호랑이 꼬리를 밟게 되나
조심조심하면 결국 길(吉)하리라.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나 신중한
자세로 임하면 마침내 형통하리라.
5효는 과감하게 밟으니 곧으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주저없이 결단을 내리지만 경우에 따라
바른 일이라 해도 위험할 수 있다.
6효는 자신의 행동을 살펴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 잡으면 길하리라.
리괘(履卦)는 상하의 질서를 유지하고
그 질서를 유지하는 예를 강조하였으며,
자신의 처지를 알아 성실하게 자기의 길을
걷는다면 어려움에 처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행운을 얻을 것이라고 하였다.
九二 : 履道坦坦, 幽人貞吉.
九二는 밟아가는 길이 평탄하니
숨어사는 사람(隱逸之)은 반듯해야 길하다
인체의 부분에서 눈과 다리의
상징은 판단과 실천이다.
눈은 사물을 보는 기관이고
다리는 길을 가는 인체의 부분이다.
현재의 사태를 제대로 바라보고
미래의 비전을 예단하는 힘의 상징이 눈이다.
그래서 눈이 밝은 사람이라고 하면
몽고인들처럼 시력이 좋다는 일차원의 뜻 말고도,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뜻을 지닌다.
전후좌우를 치우침 없이 빠뜨리지 않고
살펴보아야만 제대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만 보는 경우 판단에 오류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를 '주역'에서는 애꾸눈에 비유하였다.
이에 비해 다리는 자기가 바라보고 판단한대로
실행하는 실천력의 상징이다.
다리에 힘이 있어야 길을 걸어갈 수 있듯이
실천력이 있어야 자기가 계획한 대로 걸어갈 수 있다.
가다 말다하거나 한 쪽으로 치우치게 실행하게 되면
성과에 오류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를
'주역'에서는 절름발이에 비유하였다.
역사를 살펴보면
은일지사(隱逸之士)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현실의 치열한 다툼에서 거리를 두고
산중에서 조용히 일생을 살다 마치는 부류들이다.
이들을 멀쩡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전이 실현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숨어지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유인(幽人)이라 한다.
공자도 이런 부류들을 만나고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천하에 도가 없는 시절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이 유인(幽人)들의 지조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섣불리 보이는 대로 다 말하지 않고,
한 쪽 눈을 감고 애꾸눈 노릇하는 이들은
자기들 지조대로 살아가는 것도
한 판의 인생으로 좋겠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