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주는 오늘도 술에 쩔어온 아버지에게 이유 모를 구타를 당하고 이따.
벌써 몇년째 반복 되는 일이지만 맞다는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쏟아지는 아버지의 발길질과 주먹질을 막아보려 몸을 깊이 웅크리고 숙여
보지만 순주는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몸으로 막을수
밖에 없었다...
[아빠... 누나 제발 때리지 마세요... 엉엉.. 아부지...제발.....흐으으흑..]
[끄윽....... 머야?? 큭... 이새끼..... 저리 안비켜어~~~ ]
퍽.........
[크윽......헉...]
필사적으로 아버지의 다리를 부여잡고 말리던 수민이는 아버지의 발에
가슴언저리를 얻어맞구 그냥 꼬끄라져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버지.. 수민이는 때리지마세요.. 차라리.. 차라리 절 때리세요...]
[머야?? 널 때리라구? 차라리 널 때리라구?? 오냐....... 그래... 때려주지..
때려달라는데 때려줘야지........ 크...윽..]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만큼 술에 취한 아버지는 비틀거리면서 방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갔다..
[누..누나..... 아악.....크......]
[흐흑... 수민아... 괜찮아?? 응?? 괜찮은거야??? ]
[으응.....괜..괜찮아.. 헉헉......누..누나는??]
[괜찮...아....... 흐흐흑....]
수민은 가슴언저리의 고통이 가시지 않았는지 계속 가뿐 숨을 몰아쉬며
헉헉 거렸다..그러면서도 애절하고 눈물 가득 고인 벌어건 눈으로 순주를
걱정스레 바라보며 큰소리도 내지 못하고 훌쩍이고 있었다.
덜커덕....
왠지모를 소름이 돋는 소리가 방문 넘어에서 들리고 있었다.... 먼가가
머릿속을 스치면서 순주는 두려움에 소름이 돋았따... 제발... 제발...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방문앞에 가까워질수록 순주의 몸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해따...
끼익...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뒷 창고에서 꺼내온 쇠몽둥이가 아버지 손에
들려 방안으로 들어와따...
[조아..... 엎뜨려....... 소리지르면 주글때까지 맞즐쭐 아라.....엎뜨려..
쌍....... ]
아니길 바랬던 순주의 생각이 그 간절함을 저버리고 맞아떨어졌다.
몇달전.. 저 쇠몽둥이로 팔목을 잘못맞아 팔이 부러진 기억을 갖고 있는
순주는 제발 저 것만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래봤지만..........
순주의 바램은 항상 이렇게 깨지고 만다.
[아......]
순주는 눈물이 범벅이 되어 울부짖는 동생의 입을 틀어막았다.. 한마디만
더했다가는 언제 저 무시무시한 쇠몽둥이가 어디로 날라들지 몰랐기에..
[아빠.... 제발.... 제가 맞을테니까..수민이 만은 때리지마세요...
낼 학교도 가야하구.... 제가 맞을께요...녜?? 제발....]
정말 손이 발이되게 빈다는 말이 이럴때 나오는걸까?
애절하고도 간곡한 어조로 순주는 자기 아버지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아니 애원을 하고 있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순주를 흘기던 아버지는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니들 미워서 이러는줄 아랏? 다 니들 잘 되라구 이러는거야...
이것두 모르면 니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야..짐승..아라써??
이만큼 키워주고 먹여주고 ....이런 은혤 모른다믄 건 짐승보다
못한거뜰이지... 아암......딸꾹....]
[녜... 알아요.. 아버지.. 녜에...엄마가...... 헙..... ]
[머?? 엄마?? 누가 니 엄마야? 그년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랬지..
이년이.. 이년은 하는 말마다 내 속을 뒤집어 논는단 마랴.... 쌍...
정수민! .. 넌 나가 이써..... 새꺄~ ]
수민이는 내 던지다시피 방에서 쫓겨났다...
누나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질껏이란걸 아는 수민이는 목이터져라 아버지를
부르며 제발 누날 때리지 말아달라고 제발 때리지 말아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방안에서는 누나의 비명소리와 둔닥한 것으로 매질당하는 누나의
작은 신음소리만이 번갈아 가며 수민이의 귓속을 파고 들었따..
[엄마.... 엄마아아아............ ]
수민이는 귀를 틀어막고 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소리내어 울기시작해따..
얼만간의 시간이흘렀음에두 불구하고 방안의 철썩대는 소리와 누나의 작은
신음소리는 그칠줄 몰라따...
순주의 엄마는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같은 동네의 남자 그러니까 순주의 아버지를 만나 매일이다 시피 구타를
당하고 변태같은 성생활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몇년전 순주가 초등학교 5학
년이 되던해 편지 한장만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순주야... 엄마가....꼬옥 데릴러 올께... 고생되더라두 수민이 데리구
잘 지내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엄만.... 정말 너희들을 사랑해..
이럴수 밖에 없는 엄마 이해해줬음 좋겠구나... "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수민이랑 고등학교엘 입학해야했지만 집안살림과 생계를
유지할 만한 능력이 안되는 아버지를 대신해 순주는 학교를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 짬짬이 아르바이트며 집에서 하는 부업으로 간신이 생계를 이어
갔다.
아직 엄마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없다... 아버지의 주정과 폭행은 날로 더
심해질뿐....
밖에서 노름을 하다 돈을잃거나 누군가에게서 비아냥섞인 말만 들어두
집으로 뛰처들어와 아이들에게 폭행을 가했다...
수민이는 작년에 아버지 주먹에 얼굴을 잘못 맞아 코뼈가 내려앉았다..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해 수민이의 코를 삐뚤어져 없던 비염까지 걸리게
되었다.
[누나가.. 돈벌면 꼬옥 고쳐줄께........]
항상 순주는 그런 동생의 코를 부드럽게 만져주면서 이야길 해따..
[꼬옥... 고쳐줄꺼야...........]
--어부의 노래...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위에 올려놓고
고기잡는 아버지를 밤새워 기다리신다.....
아... 그리워라.....푸른물결 춤추던 그곳~~
순주는.. 이노래를 항상 흥얼거렸따.... 가사도 제대로 다 알진 못하지만
엄마가 집에 계실때 힘들때나 기쁠때나 항상 흥얼거리던걸 얼핏 듣고
그녀도 따라 부르게 된것이다...
[누난.. 이노래 가사처럼...엄마는 된장국 끓여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아버지는 우릴 위해 열심히 고기를 잡고... 정말 이렇게 살고 싶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부자처럼 사는건 바라지두않아... 그냥
가난하더라도.... 이렇게 살구싶어...]
이노래를 흥얼거리고 난뒤에 순주가 버릇처럼 내뱉는 말들이다...
가사처럼....... 평범한 부모밑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
여느날 처럼 아버지는 술에 쩔어 집으로 들어왔다.....
연신 욕을 퍼붙던 그는... 얼마나 술을 마셔댓던지 자기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그냥 꼬끄라져 지붕이 부셔져라 코을 골며 자기에 바빠다..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은 그 뼛속까지 파고는는 구타의 고통을 느끼지
않게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