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실종… 대통령실-與-野 ‘동반 추락’
尹대통령 지지율 20%대 급락
與지도부, 설화-내분 휩싸여
野는 전대 돈봉투 의혹 수렁
‘국정 3대 축’ 모두 총체적 난국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4.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5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급락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지도부의 연이은 설화에 이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내홍에, 더불어민주당은 ‘돈봉투 의혹’ 수렁에 각각 빠져들었다. 국정 운영의 3대 축인 대통령실과 여당, 제1야당이 동시에 총체적 난국에 빠져드는 기현상 속에 민생을 위한 정치력이 실종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7%를 기록했다는 한국갤럽의 16일 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대해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만 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미국 감청 의혹이 제기된 유출 문건을 “위조”로 성급하게 단정했다는 논란 속에 한 주 만에 4%포인트 하락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개월 전보다 정부의 주요 정책 현안과 관련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집권 1년간 야당 대표를 따로 만나지 않은 것도 정치 실종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선 국정운영 동력 회복을 위한 대통령실 인적개편과 개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1%로 지난달 8일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한 달여 만에 8%포인트 떨어졌다. 전 목사 관련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이 전 목사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입안을 주도하거나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모습보다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하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갤럽 조사 지지율(36%)에서 국민의힘을 앞섰지만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이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구체적인 진상 규명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69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간호법 제정안 등 입법 독주를 이어가면서 협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무당층이 29%에 달하는 것도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생을 위한 협치보다 혐오 정치가 반복되면서 정부 여당과 야당 모두 지지율이 답보하거나 하락하는 이례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로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비전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호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장관석 기자, 조동주 기자
與, 예타 완화 처리 연기 방침에… 野 “예정대로 처리를”
與, 포퓰리즘 비판에 일단 물러서
野 “갑자기 뒤집는건 신뢰 어긋나”
뉴스1
국민의힘이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 처리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여야가 국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은 미뤄둔 채 예타 면제 기준만 완화하는 것에 대해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쏟아진 데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당은 17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지 않고 숙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는 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SOC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면제 기준을 현재 ‘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 지원 300억 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여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숙의 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여당은 개정안 처리와 국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 기재위 간사인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여당이 요구하고 정부가 찬성해서 추진한 사안을 갑자기 뒤집는 게 정책 신뢰도 차원에서 맞는가”라면서도 “(개정안 처리를)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재위원장이 여당 소속 윤영석 의원인 만큼 개정안의 전체회의 상정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 도입에는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 표심과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건전재정은 표에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전임 정부처럼 총선용 ‘현금 살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