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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마주하는 뒷산풍경은
우리집의 최고 별미다.
그 어떤 산해진미도 이 풍광맛을 못 이긴다.
하긴 이 풍광과 견줄 산해진미 요리솜씨도 내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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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마가 해주시던 추억의 요리도 하긴 한다.
가족들이 요리로 여기지 않고 심드렁해서 그렇지.
스케줄 없이 혼자 집안에서의 시간을 즐긴 날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나, 나가요"
" 갖다올게 "
" 나이스 샷! 하고 올게요"
등등의 멘트를 날리며 얄래얄래 집을 나선 날이 더 많으니까.
오늘은 남편과 딸이 집을 나서고
나 혼자다.
나는 집에 혼자 남겨질 때 커피부터 내린다.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혼자인 집안의 고요함을 즐길시간에 커피가 멋을 내준다.
오늘은 보라빛캡슐 아르페지오로 내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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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내려마시는 커피 한잔이 주는 행복을
악다구니쓰며 패악질하는 돈 많은 땅콩집안 여자들은 알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본다.
부족한게 없고, 뭐든 내맘대로 할수 있으니 이런 소소한 행복을 모르고 저리 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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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셀로나의 람브라스거리에서 흔히 살수있는 이런 머그컵 하나로도
추억을 떠올리고
그 때의 시간들을 불러모으고
거리의 느낌마저도 고스란히 기억해낸다.
그야말로 가우디, 바로셀로나가 아무것도 아닌 그 누군가가 이 머그잔을 본다면
얼마나 촌스럽고 분잡스런 그림이겠는가.
내겐 아무때나 물마시고 개수대에 던져넣는 컵이 아니다.
커피마실 때만 귀하게 대접받는 찻잔이다.
커피 다 비웠으니 햇살 쏟아지는 산길로 나서야겠다
온갖 야생화 지천인 둘레길 천천히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