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유월의 중반 즈음에 들어섰다.
계절은무성한 초록이 주인인 듯 풍성한데 인생의 세월은 온몸의 세포가 바스락 거리는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아니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질주 본능을 꺼내들고 달려가고 있다.
뒤돌아보면 내게도 소싯적이 있기나 했는지 싶을 정도로... 언제 청춘이라 불리우는 젊음이 후다닥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앞만 보고 달린 듯 하다..
어느새 윗 세대들을 앞세우고 후발주자로서 윗세대가 되어간다.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을, 내게는 아직도 멀고 먼 이야기라 치부했을 상황들이 지금의 환경이 되었다.
그렇게 애면글면 살아온 세월이 내 앞에 떡 버티는 요즘, 많은 것에 휘청거린다는 생각이 드는 참인데
마침 누구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으며 관심조차 없던 청춘 뒷자락에 걸린 노인 세대에 대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 라는 프로그램이 등장을 하여 새삼스럽게 관심을 갖고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밤 열한시대를 장악한 케이블 티비의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주로 시청하다 보니 드라마를 볼 마음을 내지는 못했다.
헌데 얼마 전에 모임에 참석을 하였더니만 다들 "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드라마에 대해 한마디씩 하다가
"네가 들여다 보고 정리 좀 해달라"는 친구 말에 집으로 돌아와 재방송 되는 드라마를 챙겨 보았다.
딱 한편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는데 참 개념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게 된 것이 어제까지 총 세편...10, 11, 12회차 드라마였다.
말하자면 각자 다른 운명체의 여인네들과 그에 준하는 남성이 조연격인 주변인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모든 그들의 딸이기도 한 '고현정'이 상황상황을 엮거나 설명을 곁들여 나레이션을 하는,
결국엔화자인 박완, 그녀의 소설 내용이기도 한 그런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어느 한 사람도 제 역할에서 비껴나거나 존재감이 없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딱히 주연이라고 할 것도 없이 하나에서 열까지
죄다 주어진 역할에 충분히 공감하여 열연 하는지라 참 대단한 탤런트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드라마를 보면서 주어진 역할 하나하나에 몰입도를 갖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닌 탤런트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내용인즉은, 어느 가정 하나 제대로 인 가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기애애한 가족이라 이름을 붙여줄 만큼은 아니나 그래도 울타리 가족들은 존재한다.
그것이 초등학교 선후배 관계이던 어쩔 수 없이 의지가지 하며 맺어진 친구이자 친구의 엄마와 얽힌 인연이던
어느 것이 내 가족이고 내 피붙이었던지 간에 그런 것이 별 중요하지 않은 이름하여 "뭉뚱그려 가족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천연덕 스럽게 연기하는 탤런트들이나 그 역할이 마치 자신의 일인양 딱 안성마춤의 자세로 임하며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한 탤런트을 보면서
드라마가 참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이즈음에 걸맞는, 시끄러운 세상에 참으로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요즘처럼 총체적 난국의 존속살인,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작위 일방적인 테러가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것이 거의 일상이라 할 수 있다고 보면 그야말로 딱이다 라는 말이자
결국 기본이 무너지면 잔부를 잃게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나마 알려주는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말이다.
좌우지간 참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내는 면면이 우리들이기도 하고 동시대의 사람으로서 느껴야 하는 동시다발적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그런 이해도를 갖고 들여다 보자면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남자 '신구'가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고 울부짖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하고
몰랐던 죄를 인정하며 눈물의 회한을 털어놓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짠하고 그것이 가부장적이었으며 모르쇠로 일관하던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라는 탈을 쓴 채 허세로 권력을 어깨에 짊어졌던 요즘 늙은 아빠들의 입장과 처지가 아닌가 한다.
가족이 절절하게 아버지를 찾을 때. 아내가 남편의 힘을 빌리고자 하였을 때 외면해온 대가,
그저 경제적 제 앞가림이 가족의 물질적 궁핍이나 결핍을 해방시킨다고 믿었으므로 앞도 뒤도 돌아보지 못했던
등이 굽은 아버지들의 항변도 어쩐지 구차해 보이지만 또 반대급부적인 측은지심이 일기도 하더라는.
숱하게 구박받고 천대받으며 사람대접을 못 받았어도 남편이라는 그늘 아래서서 꼼짝달싹을 못하다가
뒤늦게 자유를 얻기를 원하는 엄마 '나문희'는 그냥 과거의 모든 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지나간 것으로 치부하고
그저 지금, 소박한 일상의 조촐한 자유를 원한다.
그런데 그 자유조차 박탈하고픈 자식들의 이기심은 또 어떠한가?
그들 역시 자신들의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굴레를 뒤집어 쓴 채 속내와 다르게 부모에게 함부로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일말의 이해 가능성은 있다지만 일정 부분은 이기적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람들은 내 앞의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이기적 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되겠다.
바람난 남편에 질려서 홀로서기를 하며 억척같이 살아낸 인생이 바스락 거린다.
거두절미하고 유부남을 사랑하는 딸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엄마 '고두심'...그에 치인 인생은 또 얼마나 고달프더냐.
더구나 과거에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딸 때문에 장애인인 되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장애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저 우선적인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까지도 이해가 되긴 한다.
자신의 처지와 입장에서 돌아보면 그 또한 용납되기 어려운 일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
하지만 결국 사랑 앞에 감당할 자는 아무도 없는 법...날아가는 파랑새를 잡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엄마와 이모들의 딸인 '고현정'의 캐릭터가 더욱 가슴에 와닿고 그런 역경을 딛고 사랑의 승리 월게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또 슬프기조차 하다.
반면 슬며시 등장하지만 존재감만큼은 1백프로인 '조인성'은 참으로 매력적이기도 하고 신선하기 까지 하다.
특별히 어필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등장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멋짐을 드러내는 존재이니 말이다.
유명한 영화배우이기는 하나 한때 유부남을 사랑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사랑을 가슴에 끌어안고
그러느라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밝음 그 자체인 듯 보이나 우울함의 극치였던 '박원숙'
끝까지 놓지 못하는 불가침 영역의 사랑 앞에 절규하는 모습도 안쓰럽다.
경제적 부유를 가졌으나 나홀로 인생을 쓸쓸하고도 천연하게 살아가는 '김혜자'의 청승맞은 연기는 정말 압권이기까지 하다.
자식들의 이기심은 하늘을 치솟고 극한 외로움에 치매 증세까지 보이는 절절함은 또 어떠한가?
감당할 수 없는 널럴한 시간 앞에 죽을 것만 같은 목조임을 주체하지 못한 채 또 하루를 감당하기 어려워 잠들지 못하고
헛헛함은 배고픔을 유발하고 자신도 모르게 잠옷바람으로 찾아가는 성당에서 새벽기도로 하루를 마감한다.....가슴이 으깨지는 듯 아픈 모습이다.
그런 반면 혼자사는 여자지만 그나마 당찬 구석이 있는, 하지만 마음 여린 '윤여정'은 또 어떠한가.
온 동네 뒤치다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친척에, 친구까지 건사하면서 부족하지만 나름 자청하여
스스로 쌓아온 예술적 마인드와 얼떨결에 제 옷으로 입혀진 품격으로 어느덧 높은 안목을 선사받고 가난한 예술가를 후원하지만
자기들 자체가 빛남의 대명사인 줄도 모르는 자존감 없는 예술가들에게 사이다 일침을 놓을 배포도 있는
그러나 또 뒤돌아 그들을 위해 아낌 없는 키다리 후원자가 되어주는 멋진 독신녀...
사실은 성격이 까칠하다는 말도 되겠다.
그외 기타 등등, 모두가 주연이요 누구 하나 어긋남 없이 "디어 마이 프렌드" 라는 틀안에서 제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이제 드라마는 슬슬 자신의 입장만 들여다 보고 요구하던 사람들이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피끓는 젊음도, 온 세상이 내것일 것 같았던 청춘도 그렇게 지나갔지만 그 대가로 주어진, 세월의 뒤켠에 던져진
보상의 황혼 인생도 아름답다 라고 말하기엔 그 황혼까지 오는 세월이 징하고도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별 고단함과 수난과 아픔과 고통의 발자욱을 헤집고 나와 아마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게될 것이다.
산다는 것은 늘 정답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으나 기본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겠다.
누구의 인생 드라마가 어찌 쓰여지던지 간에 그 또한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아내느냐의 문제 일 뿐
스스로 감내하고 감당할 것이라면 자존감 없이 마구잡이로 밑바닥 인생으로 살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단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정 부분은 사실이요 그또한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스스로 선택한 인생에 대해 남에게 핑계를 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터.
어떻게 인생살이에 꽃길만 주어지겠는가만은 험한 길도 꽃길로 바꾸려는 노력과 그 길을 가기 위한 끊임없는 요구는
자신의 자존감을 확실하게 부여잡고서야 이뤄질 일 이겠다.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이드는 세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그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
내 부모라는 사실을 젊은 세대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아니 우리들도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준 노희경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세상을 어느 만큼 살아온 윗 세대는 그야말로 전부 소설 몇 편 정도의 삶의 흔적을 지니고 있으므로...
어쨋거나
젊은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다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이 바로 우리들 세상인 고로.
젊은 그들, 자식들이 부모 세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덧붙인다.
부모들이 희생하고 견뎌내며 살아낸 세상 위에 그들의 자식들이 건재하는 것이므로.
또한
어른들은 어른으로서의 몫을 하여야 함이 마땅하지만 그 어른들이 어느새 보상심리에 집착하여
쓸데없는 어깃장을 놓으며 나이만 먹었지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닌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나이만 먹어가지고...라는 말을 듣지 않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해본다.
첫댓글 보지 못해 궁금하기 짝이없네 그려~!
모두 입을 모아 칭잔하니 더욱 더 궁금~?
아직 몇 더 남앗을테니 한번쯤 시청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