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호주·캐나다는 낮아 日, 이번달 가격 40% 올려
캐나다, 담배 진열도 금지 선진국들, 금연치료는 무상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각국의 흡연율과 담뱃값을 비교 조사한 결과, 흡연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담뱃값이 싼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최고 무기라는 의료계 안팎의 주장과 일치하는 결과다.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42%로 높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브랜드 값은 2500원으로 저렴한 축에 속한다. 이에 따라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과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줄이려면 담뱃값을 올리고, 한편으로는 흡연자에 대한 금연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담뱃값 쌀수록 흡연율 높아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각국의 흡연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글로벌 토바코(tobaco·담배) 리포트 2009'에 따르면, 대표적인 '끽연 국가'는 러시아다. 이곳에서는 남자 10명 중 6명(60.4%)이 매일 담배를 피운다. 러시아의 평균 담뱃값은 미화 0.5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600원에 해당한다. 국제적으로 흡연율 최고, 담뱃값 최저인 나라다.
'애연(愛煙) 국가'들은 주로 아시아에 몰려 있다. 중국이 57%대이고, 인도네시아가 46.8%이다. 이들 나라의 담뱃값은 각각 800원과 1300원대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흡연율이 다소 낮고(39.9%), 담뱃값은 한 갑에 4000원 수준으로 약간 비싸다.
선진국일수록 흡연율이 낮고 담뱃값은 비싸다. 전 세계적으로 담뱃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뉴욕주이다. 한 갑에 11달러로, 1만3000원 수준이다. 이 정도면 '돈 없어서 담배 피울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담배 한 개비에 650원인 셈으로, 러시아보다 22배 비싸다. 미국 전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2.3%이고, 평균 담뱃값은 5500원이다.
호주는 2012년까지 20개비 기준으로 담뱃값을 1만3000원 수준으로 인상키로 했다. 호주의 흡연율은 18%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캐나다 흡연율은 16.4%로 상당수 주 정부가 담배 한 갑에 1만1000원에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각 나라 담뱃값 인상 추진
일본은 이번 달에 담뱃값을 파격적으로 40% 인상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길거리나 야외에서 아예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고 있다. '흡연율 1위' 러시아도 2015년까지 담뱃값을 35% 올리기로 했다. '흡연국' 오명을 벗기 위해 공공장소 금연법도 제정했다.
'최저 흡연율' 캐나다는 상점 내 담배를 진열하고 광고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했다. 호주는 담배 브랜드나 로고 등이 드러나지 않도록 담뱃갑 포장을 균일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선진국들은 담뱃값 인상에 대한 흡연자들의 저항을 금연 치료를 무상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마하고 있다. 금연 치료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거나, 니코틴 대체재를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얻은 세금 수입을 금연 정책에 쓴 것은 3%밖에 안 된다"며 "특히 저소득층이 흡연에서 해방되도록 무료 금연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