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울산 동구의회 의원들이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및 체불임금 특별위원회` 활동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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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의회가 현대중공업에 근로자 임금 확보제도의 일종인 `에스크로 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에스크로 제`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원청이 금융계좌를 개설,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을 이에 먼저 예치하고 노동자 임금부터 지불토록 하는 제도다.
이럴 경우 수주물량 작업 진척 정도에 따라 중간에 지급되는 생산지원금 즉, 기성금이 하청 노동자 임금정산에 먼저 투입된 뒤 나머지 잔액이 협력업체 사업주에 넘어가게 된다.
이 제도는 당초 건설업체 하도급 노동자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고안됐으나 조선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국내 일부 조선 대기업이 이를 시행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바 있다. 대우조선은 이 제도를 시행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 동구의회(의장 정용욱)가 10일 동구청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조선불황으로 원청과 하청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기성금 단가를 축소하는 바람에 하청업체의 채산성 악화로 노동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국내 3대 대형 조선업체 가운데 유독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체불임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를 찾아 면담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6년부터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원청이 하청에 기성금을 지급할 때 제3자 보증방법인 금융기관의 `에스크로 제도`를 활용, 노동자에게 임금을 우선 지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건설업계, 조선 동종 업계에서 널리 상용되고 있는 방식을 국내 3대 대형 조선업체 중 최대ㆍ최고 규모인 현대중공업이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이 이 처럼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대우조선의 경우와 달리 원청과 하청사이의 `악어와 악어새`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 확보에 직접 나서야 제도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1ㆍ2차 협력업체 사업주 상당수가 현대중공업과 종횡으로 얽혀 있어 `하청업체 뛰어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관관계를 이용해 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 생산단가 삭감을 강행해온 만큼 이제 와서 협력업체 사업주를 건너 뛰는 `에스크로 제` 도입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또 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에 직접 개입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문제`에 휘말리는 것보다 하청업체 자체 해결에 맡겨둠으로써 이런 책임을 면탈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구의회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및 체불임금 특위` 위원장 홍유준 의원은 "거제 대우조선 하청지회를 면담하고 돌아와 현대중공업의 임금체불에 대한 입장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화, 공문 등 다양한 경로로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며 현대중공업을 비판했다.
그는 또 "에스크로 제 도입의 관건은 원청의 의지"라며 "현대중공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은 근원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위가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 체불 문제를 다루는 데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국회차원에서 이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21일 6개월 시한부로 출법한 체불임금 특위는 오는 15일 활동을 마친다. 그러나 활동 종료 이후에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룬다는 게 동구의회의 방침이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