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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이 하락한다는 말이 게시판을 뒤덮은 지 오래다. 사람들은 얼마나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떨어질까 궁금해한다. 말들은 많지만, 정작 하락폭과 양상에 대한 글은 찾기 어렵다. 빵원론에 입각해서 궁극적으로 0원, 살벌한 감가상각을 적용해서 <대지지분 - 철거비용>쯤이 언급되는 정도다. 이에 대한 내 생각을 밝혀본다.
꽤나 긴 글이 되지 싶다. 진지하지 않다면 스킵을 권하며, 가벼운 댓글은 사양한다.
[1] 선대인 소장의 모형
위 그래프는 가장 최근의 기사에 소개된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의 분석.예측내용이다. 단순한 만큼 설득력이 있다. 집값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수렴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소비자물가 선과 명목집값 선이 교차하는 점이 장기균형점이 된다는 가정이다. 그래프에 보이듯, 선대인 소장은 집값의 장기균형점으로 1996년경이나 2001년 중반 경을 상정하고 있다. 2001년 중반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충분히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모형에 따라, 2013년 현재의 거품정도를 보면, 현재 집값이 대략 430포인트, 물가지수가 300포인트 선이다. 그럼,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 폭은, (430 - 300) / 430 = 130 / 430 = 현재가격 대비 대략 30% 수준.
아래의 그래프는 실질소득 대비 집값의 괴리수준을 보여준다. 역시 두 선의 교차점이 장기균형점이고, 장기균형의 시점은 2001년도 초 무렵. 2013년 현재의 아파트값 지수는 225포인트, 실질소득은 180포인트. 그럼 하락가능폭은 (225 - 180) / 225 = 현재가격 대비 20% 수준.
30%, 20%로 두 숫자값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간 물가상승률보다 명목소득증가율이 높았고, 이에 따라 실질소득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어떤 디플레이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거품의 크기는 달라진다. 암튼, 선대인 소장은 대략 25% 수준의 추가하락을 얘기하고 있다.
하락양상은 2016년까지 거품해소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딱 3년 남았으니, 매년 평균 8-9%쯤 하락한다는 말이고, 이건 꽤나 급격한 움직임에 해당한다. 관변단체가 말하는 관리-가능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이래서 선대인 소장이 좋다. 맞든 틀리든 그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상정하는 장기균형점과 하락패턴을 일목요연하고 떳떳하게 밝히고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나중에 자신이 틀렸다 하더라도,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 실수와 과오는 그대로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선대인 소장과 의견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대략 2001년경을 '장기균형점'으로 잡는다는 점, 그리고 대략 20-30% 수준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 차이점은, 나는 2001년 후반이나 2002년 초반을 균형점으로 본다는 점, 또 향후 하락양상에 관한 것이다. 난 급속한 하락의 가능성이 크다 보지 않는다.
[2] PIR로 본 장기균형점
위 도표는 그간 서울의 PIR(소득대비집값비율)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PIR의 계산법이 워낙 다양하여 개별적인 수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장기간 추이를 살피며, 장기균형점을 찾고, 현재의 괴리도를 측정하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자료이다.
[1]에서 언급한 내용이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대략 1994년 이후, IMF사태 통과, 2001년까지의 PIR를 장기균형점으로 삼을 수 있다 본다. 이 당시에도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말하는 이는 많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2001년 기준 PIR는 8.7배 수준. 이 정도 PIR면 '적당하다'는 의미이다.
2013년 현재 서울의 집값이 꽤 떨어졌고, 실질소득은 증가했기에, 현재의 PIR는 대략 11배 수준으로 추정한다. 아마 대충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PIR 기준으로 떨어질 수 있는 가격폭은, (11 - 8.7) / 11 = 대략 21%.
이 PIR 모형은, [1]의 실질소득 모형과 거의 같은 값을 보여준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PIR라는 게 소득대비 집값을 의미하는 것이니, 이름만 달랐지 내용은 거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나마나 한 소리지만, PIR 모형에 따른 추가하락 가능폭은 21% 수준.
[3] 인구 요소를 고려한다
향후 인구가 줄어들 것이므로, 생산인구의 감소로 집값이 추가하락을 할 것이라는 반론이 당연히 제기된다.
위 그래프는 이 나라 핵심노동인구 = 잠재주택구매층 = 주택수요층의 장기추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가 말하듯, 수도권의 주택수요층은 2017년에 정점을 찍고, 2025년 그러니까 13년 뒤에 8백만 수준이 되어, 2006년 중반 수준으로 복귀한다. 인구 요소는 이렇게 한참 뒤에 본격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분간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2017년이라면, 대략 박근혜 정권이 끝나가는 시점이 된다. 추계모형에 따라, 인구요소를 당장에 적용하면, 외상술 먹듯 '미래요소의 현재소비화'를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4] Under-Shooting
또 혹자는 말한다. 집값이라는 게 오버슈팅을 하듯, 언더슈팅을 하는 것이라고. 정책당국의 개입이 왕성하여,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언더슈팅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능성을 다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허나 언더슈팅이 일어난다 해도, 내게는 전혀 중요한 관점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주테크 관점에서 바닥을 찾는 이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언더슈팅도 장기균형점에서 이탈한 것이고, 결국 제거되어 장기균형점에 수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질이 과잉이라면, 언더질도 똑같이 과잉이라는 것이다.
[5] 전체 통계의 맹점
경제와 경영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상품과 시장을 보는 접근법이지 않을까 한다. 보통 경제학은 모형의 단순화를 위해, 이론의 일반화를 위해, 상품을 동질적(homogeneous)인 것으로, 시장을 하나의 단일한 거대시장으로 놓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경영은 개별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미시주체답게, 자신의 상품을 경쟁제품과는 다른 이질적(heterogeneous)인 것으로, 자신이 참여하는 시장은 거대시장 가운데 한 부분시장(segment)으로 놓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통계 수치를 읽는 데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즉,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전체평균에 보다 집중하고, 경영학의 관점에서는 전체평균보다는 지역별, 상품별 개별 세그먼트 구성과 개별 세그먼트의 평균/분포에 유념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통계치들 역시 다분히, 전체 시장의 평균에 집중하고 있어서, 경제학적인 관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접근은 개별시장 혹은 각개 세그먼트에 적용되면, 꽤나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큰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으나, 개별 시장에 곧이곧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뜻이다.
위 표는 서울의 자치구별 아파트값 누적상승률과 연평균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2003년 초 - 2013년 초 사이의 변동폭으로, 국민은행 시세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추이를 보는 데는 실거래가나 주둥이 호가나 별 차이가 없다. 2003년이나 지금이나 주둥이 호가에는 비슷한 오류가 비슷한 크기로 다 같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료에 대해 주둥이 호가라서 유효하지 않다는 반론은 사양한다. 실거래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실거래가 데이터는 2006년부터 제공되었다. [1]과 [2]에서 살폈듯, 가급적 2001년경을 기준시점으로 잡고 싶었다. 하지만 국민은행 시세자료마저, 자치구별 자료는 2002년 말경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 기간과 데이터가 내가 이용가능한 최고의 것이어서, 이를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표가 보여주듯, 동 기간, 자치구별로 꽤나 상이한 상승폭을 보여주고 있다. 동기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대략 3.0-3.2% 수준이다. 연간평균상승률의 빨간색은 4% 이상을, 파란색은 3% 이하를 보여준다.
경영학의 관점에 따라, 전체시장을 개별 세그먼트로 쪼개서 놓고 보면, 이렇게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다. 이 표에 대한 해석은, 지역별로 거품이 많이 낀 넘이 있어서 이 넘들은 앞으로도 훨씬 더 떨어져야 한다는 점, 거품이 적게 끼거나 아예 끼지 않다시피하여 앞으로 더 떨어지면 억울할 넘도 있다는 점을 파악하는 것이지 싶다.
지난 상승기 때, 부동산 시장은 세그먼트별로 꽤나 많은 척도에서 상이한 수준의 '불균형현상'을 보였다. 지역별로 편차가 심했고, 신축과 구축(재건축재료 없는 구축) 사이, 소/중/대형 평형간, 주택유형별(단독/연립/빌라/주복/오피스텔/아파트)로도 꽤나 큰 편차를 보였다. 위 표는 이러한 다양한 불균형 현상 가운데 지역별 편차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에 주목하여, 전체 평균보다 모집단의 분포/편차에 집중하면, 그나마 덜 오른 넘도, 앞으로 덜 떨어지거나 이미 떨어진 넘들 또한 꽤나 많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다시 전체 시장분위기를 들며 언더슈팅을 주장하면 역시 난감해진다. 이는 앞서 이미 다뤘다.
[6] 내가 가늠하는 하락양상
내 입장은 이미 위에서 다 설명되었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2001-2002년 사이의 수준을 장기균형점으로 본다. 이에 따라, 물가와 소득 대비 향후 15-20% 추가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전체 평균은 이만큼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온갖 불균형이 만연한 것이 또한 사실이므로, 이미 장기균형점에 도달하거나 근접한 것들 역시 꽤나 많다. 이 넘들에 대한 실수요적 매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락패턴은 인구구조와 저성장(저성장 역시 분명히 성장하는 것이다. 일본은 제로/마이너스성장을 보였다)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장기간, 대략 10년 이상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본다.
[7] 바람
이상은 내 주관적인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내 의견에 객관성이나 설득력이 있다면 좋겠다. 이건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고, 나는 나름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간 꽤나 많은 하락 주장들이 있었다. 그런데 대다수는 이런 것들이었다. (1) 얼마나 떨어질까요? => 꽤나 많이 엄청나게 살벌하게. 1/5토막이나 1/10토막. (2) 언제쯤 그만큼 떨어질까요? => 조만간. 임박했어. 결국엔 떨어지고 말 거야. 어째 꽤나 허무하단 느낌이 들지 않는가.
명색이 경제연구소의 포럼이라면, 경제이론과 변수를 동원하고, 나름 검증된 모형을 이용하여, 대중에게 설득력 있어 보이는 주장들이 많은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틀리든 맞든, 옳든 그르든, 제 예상과 근거를 떳떳이 밝히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래야 비로소, 원론과 총론 수준의 방향성을 넘어,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형이상학을 넘어, 각론과 세부사항까지 깊이 있게 접근하여, 보다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이 지나치게 길다. 긴 글 읽어주시어 감사드린다.
개구라 또 퇴출 당했었나 보네. 참 끈질기다. 요약: 집값은 하락할 것이지만 현재 가격은 20년차 내 썪은 아파트를 포함해 매우 적정하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호박님 덕분에 간만에 세계/국민경제를 갖고 농을 쳤지 싶습니다. 또 말씀 나누도록 하시죠. 참, 어제 올라온 단독주택에 관한 sword 님의 글에 달린 댓글 읽어보셨는지요. 이에 대한 님의 의견이 저는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늘상 보는 모습들이라, 아파트보다도 이 넘들에 더 신경이 쏠립니다.^^
잘 봤습니다. 제가 막연하게, 뒤죽박죽 이해하고 있던 부분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