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당차원 조사 방식 못정한 野… 非明 “이재명 나서라”
“진실 규명할 것” 원론적 언급 속 檢수사 대응책 못내고 전전긍긍
“어떤 결정 내려도 李 타격” 우려… 與 “더넣어봉투당” 국정조사 거론
민주 자체조사엔 “셀프 면책 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4.14.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이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 5일째인 16일까지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 자칫 섣불리 행동했다가 검찰에 역공을 당하거나 또다시 ‘방탄 정당’이란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의 고심이 길어지는 사이 비명(비이재명)계에선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당직 개편 이후 사그라들던 계파 갈등에도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더넣어봉투당”이라며 국정조사 카드까지 거론하고 있다.
● 어떤 결정 내려도 李 타격 불가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송영길 전 대표에게 귀국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때가 되면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에 앞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 규명을 위해 조사를 할 수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 방안이든 디테일은 논의 중이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백브리핑에서 “(윤리심판원 등 당의) 적당한 기구를 통해 진실 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당이 이르면 다음 주 중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톤 조절’에 나선 것.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언급할지 등을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이 신속하게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경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대비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이 대표에 대해선 별도로 당내 진상 규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 차원의 총력 방어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는 것. 반대로 이 대표 때처럼 “야당 탄압용 수사”라고 검찰과 각을 세웠다가는 총선을 앞두고 ‘방탄 정당’ 프레임 역풍에 빠질 수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진상 규명을 하려고 해도 문제인 게, 우리가 갖고 있는 녹음 파일도 없고, 파악된 실체도 없다”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돈 받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 非明 “이 대표가 나서야” 촉구
주춤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14일 저녁 CBS 라디오에서 “이런 문제에 온정주의가 깃들어 해야 할 것을 못 하고 엉거주춤하게 있으면 그야말로 당 전체를 붕괴시켜 버리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 대표이니, 본인 문제가 어쨌든 간에 이 문제는 대응해야 한다. 가장 엄정하고 추상같이 (진상조사)할 사람을 앉히고 조사기구를 구성해 샅샅이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이 대표 건도 그렇고 노웅래 의원 건도 그렇고 유야무야 넘어갔었는데, 그냥 뭉개고 갈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원 게시판에도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중심으로 “돈봉투 사건으로 당이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친명계에서도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5선 안민석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적당히 덮으려 한다면 국민들에게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며 “조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조사단은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힘은 연일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라는 당명까지 사라져야 할 초유의 ‘돈봉투 게이트’”라며 “이 대표는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 수사에 응하도록 지시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제야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는데 결국 적당히 조사해서 적당히 묻고 가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결말이 뻔히 보이는 ‘셀프 면책’”이라고 비판했다.
허동준 기자, 김은지 기자
檢, ‘野 돈봉투’ 핵심역할 강래구 조사
8000만원 조달해 피의자 신분
봉투 전달한 前구의원도 조사
돈 받은 혐의 野 10~20명 특정
이정근, 혐의 일정부분은 인정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캠프에서 자금 마련 및 전달 과정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사진)을 불러 조사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강 회장과 강모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영길 캠프에서 조직 관리를 맡았던 강 회장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 돈봉투 총 9400만 원가량 중 8000만 원가량을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회장과 함께 캠프에서 활동한 강 전 구의원은 2021년 3월 말 인천시 부시장을 지낸 조모 씨가 조달한 1000만 원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함께 50만 원씩 봉투 20개에 담아 강 회장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은 이 중 900만 원을 캠프 지역본부장 10여 명에게 건넸다고 한다. 강 전 구의원은 또 같은 해 4월 말 강 회장이 조달한 1000만 원을 받아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이 역시 50만 원씩 봉투 20개에 나눠 담아 캠프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은 지난주 이 전 부총장의 남편 박모 씨를 불러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을 임의제출 받았다. 기존에 확보한 녹음파일 외에 추가로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2016년경부터 보관된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은 3만여 개에 달해 이 전 부총장 변호인 측도 녹음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추가 포렌식 과정에서 추가로 연루 인물이나 정황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부총장도 돈봉투를 만들어 나눠준 혐의를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소속 의원 10∼20명이 누구인지 상당 부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봉투를 만들거나 지시, 전달한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받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수표나 상품권이 아닌 현금으로 전달된 데다 거론되는 민주당 인사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일단 물적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선 돈봉투 전달자들의 진술을 확인한 뒤 조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지 기자 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