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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0월 2일 지리산에서 열린 할리카페 가을정모에 참석했던 부산바이크 동호회 `야우'클럽 회원들이 부산으로 돌아오던 도중, 경남 하동군 북천면 메밀밭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앞줄부터 시계 반대방향) 천정일(청어람),허정규 원장, 이영철(대한), 카페지기 최진우(마샬),배철수(흑장미)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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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시나브로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지난 10월 2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주소만 보면 얼핏 그냥 시골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에서 가장 산세가 험하다는 지리산 자락이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마치 양의 내장, 즉 구절양장처럼 굽이친다. 주변은 온통 운치로 넘쳐나지만 아차 실수하면 십리 낭떠라지로 곤두박칠치기 십상이다.
그렇게해서 겨우 당도한 곳은 해발 800m에 자리잡은 심원마을. 겨울철이면 사람 키만큼 눈이 내려 서너 달 동안 꼼짝 못하고 갇혀 산다는 이곳. 때아닌 바이크의 대명사 할리 데이비슨의 웅장한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큰 바이크 동호회 모임인 '할리 데이비슨을 사랑하는 자유인의 모임'(이하 할리카페) 가을 정기모임 때문. 전국에서 몰려든 100여대의 바이크 소리와 요란한 복장을 한 바이크 마니아들로 인해 깊은 산속은 모처럼 잔치집처럼 꽤나 떠들석하다.
이 카페의 특징은 회원들이 미국산 바이크 할리 소유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 때문에 바이크는 물론 '사발이'(자동차)를 몰고 행사에 참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좀 독특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의 할리 동호회 모임인 '야우(夜友)클럽'의 허정규(52) 씨. 약이름으로 알려진 '알부민'(클럽에선 '맘보')이란 닉네임을 듣는 순간, '어~ 뭐하는 분일까'란 궁금증이 느껴졌다. 알고보니 허 씨는 부산 해운대구 우2동에 위치한 의료법인 인본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해운대 자명병원 '원장님'이다.
홈페이지를 클릭해보니 이 병원은 400개 가까운 병상을 갖추고 가정의학, 노인의학을 전문으로 하면서 내과 소아과 재활의학, 피부, 비뇨기과 등을 진료하고 있는 종합병원이다.
이런 병원을 운영하려면 골치 꽤나 썩을 텐데 어쩌다 허 원장은 '늦깎이 할리맨'이 된 것일까. 게다가 혹자는 바이크를 '과부 제조기'라고 말할 만큼 '기피 스포츠'로 낙인찍을 정도로 위험한 취미수단이 아닌가. 지리산에서 처음 만나 부산까지 1박2일 동행하는 도중 틈만 나면 그를 붙잡고 사연을 들어봤다.
"사실 저도 바이크 입문 전에는 '일벌레'였어요. 가끔 업무 때문에 골프를 치곤 했지만 다른 취미를 갖지 못했고요. 하지만 요즘엔 오토바이 배기음 소리를 들으면 새벽 3~4시에도 뛰어나갈 정도로 마니아가 됐어요."(웃음)
허 원장이 바이크에 입문한 때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생에서 하든, 못하든 준비는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신과 전문의인 그의 뇌리에 잠재하던 로망이 있었다. '우르릉 우르릉~~'하는 독특한 배기음과 마치 말을 타고 달리는 쾌감을 주는 고동감이 바로 그것. 허 원장은 어느 때부터인지 내심 '나도 할리를 타야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이를 행동으로 옮긴 건 할리 같은 대형 바이크를 운전할 수 있는 '2종 소형면허시험'에 도전하면서부터. 2009년 6월, 그는 꿈에 그리던 면허증을 끝내 손에 쥐었다. 첫 고비는 넘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7월 할리를 한 대 구입했다. 그런데 이 바이크가 참 우습다. 2000년식 로드킹. "있는 분이 너무 짠돌이 행세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이 재미있다. 알고보니 이 바이크는 부산의 한 사진관에 액서세리로 전시중이었던 것. 그러니 세월만 좀 흘렀을 뿐 겉과 속은 멀쩡했다. 엷은 보라색 바이크가 제법 앙증맞다.
바이크를 구입했지만 정작 혼자서 나들이는 엄두도 못냈다. 도무지 거리로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 게다가 부인 몰래 바이크를 구입해 죄책감도 없지 않았다. 집과 병원을 오가던 허 원장은 마침내 도전에 나섰다.
부산의 바이크 동호회인 '야우'(野友)클럽'에 가입한 것. 허 원장이 가입한 야우클럽은 약 30명의 회원이 있다. 이날 지리산 할리카페 가을정모에 참석한 회원은 허 원장을 비롯해 카페지기 최진우(닉네임 마샬), 천정일(청어람), 배철수(흑장미) 이영철(대한) 씨 등 5명이다. 청어람은 부산 경성대 앞에서 야우족발을 운영하고 있고, 대한은 문현동 청어람횟집 사장이며 흑장미는 경찰공무원, 마샬은 건설회사 직원이다.
허 원장은 이들 동호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서서히 시내와 근교주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바이크 타는 재미를 느낄 즈음, 허 원장의 부인이 할리 구입 사실을 눈치챘다. 어느 날부터 지하주차장에 바이크가 주차돼 있었고 새로운 면허세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오자 허 원장은 더 이상 '할리맨'이 된 것을 숨기지 못하고 사실대로 고백했다.
"당장 그만두라"며 엄포(?)가 떨어졌다. 하지만 어렵게 입문한 할리 라이프였기에 그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처음엔 바이크를 탄다니까 집사람이 6개월 동안 말도 안 걸더라고요. 요즘엔 투어나갈 때 '조심해 잘 다녀오라'고 은연 중 응원해주죠."
허 원장은 이제 바이크에 입문한 지 1년이 됐다. "초기에는 바이크를 타도 시속 70km를 넘지 않게 살살 몰았어요. 굉장히 무섭더라고요. 바람소리, 배기음조차 안들렸는데 이젠 좀 즐기면서 타죠. ㅎㅎ~."
그는 지리산 산골에서 개최된 할리카페 가을정모에도 처음 참석했다. 다른 할리맨들의 모습이 궁금했을 터다. 게다가 최근엔 핸들도 교체했다.
소위 '만세 핸들'이다. 때문에 지리산에서 내려와 하동, 진주, 마산, 창원 등을 거쳐 부산으로 오는 도중, 거리의 사람들은 요란한 배기음 때문에 바이크 일행을 쳐다본다. 하지만 허 원장의 예쁜 바이크와 벌을 서는 듯한 자세로 타는 '만세 핸들'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그에게 쏠렸다.
허 원장은 뒤늦게나마 할리 라이프에 입문한 것을 무척 만족하는 듯해 보였다. "자기 자신이 멋지게 사는 것은 삶의 보람이에요. 요즘 우리 병원 소속 간호사들이 멋있다고 할 때 가장 기쁘죠."
그에게 할리 라이프는 삶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 듯 보였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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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물개 대장님 지금영화제 때문에 많이바쁘시죠... 회드시로오세요..사진감사합니다
아이구.. 섬진강 재첩국과 은어구이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야우팀 턱택에 말입니다..^^
2부가 또 준비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으듯 싶네요 ^^
반가워요 대장님 부산에 내려가셨나요?
네, 저는 지리산 정모이후 부산 야우팀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해운대로 와 지금까지 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네요..
부산까지의 동행 아주 즐거웠습니다. 환절기 건강조심하시고 안전운행하십시요~~
흑장미님, 로드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구벅
봉평에 메밀밭이 보고싶습니다. 잘 가셨죠?
8월 말경이 좋습니다,
사진 속 메밀밭은 강원 봉평이 아니고 경남 함안..^^당근 무사 귀가. 꽁지님 벌써 보고 싶네^^
52세면 늦갂이도 아니요. 난59세에 면허를 ,,,,,60에 할리를 / 지금은 60,000km 정도 주행했지요,
봉이 성님, 잘계시죠. 살모사님도 뵌지 꽤 됐네요..서울 가면 함 봐요^^
와~~ 물개대장님.. 기사네요~ 중간에 합류했던.. 최첨단입니다. 내년 봄정모때도.. 분위기 메이커.. 부탁드립니다. ^^
선두주자님, 덕택에 즐거웠고 조만간 한번 만났으면 함다.^^
올만이네요물개대장님..^^이번지리산정모에꼭갈라고했는데 지병이생겨서 못갔습니다,,담에시간나면설서함뵙죠~~^^
아이구 마발님...정모에 안계시더라고요...옛동지였고 궁금했는데..예^^함 보죠^^
물개대장님 멋지게 기고하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불끈 솓는 젊음과 함께 하시길 바랄께요^^ 참 그리고 조만간 다시 뵐 기회를... ㅎㅎ
대한님을 비롯, 부산 야우 클럽 회원님 모두 늘 안운하시길...
반가운분들 보이시네요,,다들 잘 지내시죠..
용아~
와요~성님..ㅎㅎㅎ
하하~~ 이제서야 보네요... 물개대장님 잘지내시죠? 만보형님~~ 너무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