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 미 공군 EA-37B 컴퍼스 콜 전자전 공격기
EC-130H 퇴역시키고 실전배치 중
크기 작아졌지만 작전 능력 2배 이상
미 제350스펙트럼 전투비행단 창설
3시간 이내 전자대응책 완성 목표
현재 미 공군이 실전배치 중인 EA-37B 컴퍼스 콜(Compass Call) 전자전 공격기는 전투기나 공격기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전자전 공격기와 외형상 큰 차이가 있다. EA-37B 전자전 공격기의 모체가 바로 걸프스트림(Gulfstream) G550 V-SP 비즈니스 제트기여서다. 하지만 미 공군은 가까운 미래에 공중에서 벌어질 전자전은 EA-37B 전자전 공격기와 같은 기체들에 의해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의 깜짝 발표
지난해 11월 14일 미 공군은 기존 EC-37B 전자전 공격기를 EA-37B로 재명명한다고 발표했다. 실전배치 중인 군용기의 임무부호를, 그것도 수송기(Cargo) 기반의 전자전 공격기를 의미하는 EC에서 공격기(Attacker) 기반의 전자전 공격기를 뜻하는 EA로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자가용 제트기를 기반으로 하는 EA-37B는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와 달리 미사일이나 기관포 같은 자체 무장이 아예 없으며 가까이 근접하지 않는 이상 일반 민항기와의 구분도 쉽지 않다. EA-37B가 현재 미 공군이 정부·국방부 고위 관료와 상·하원 주요 인사를 위해 운용하고 있는 C-37A·B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하지만 EA-37B에 대한 미 공군 항공전투사령부(ACC)의 기대감은 특별하다. EA-37B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전쟁에서 적의 위협을 식별·대응하며, 적의 공격을 차단하거나 적을 공격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것. 특히 앞으로 벌어질 전자전에서 플랫폼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적의 위협을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느냐로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무기체계 기반이 되는 플랫폼보다 전투 임무 적합성 혹은 전투 능력 그 자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미 공군은 EA-37B가 급변하는 미래 전자전 환경에서도 충분히 생존하는 것은 물론 적을 압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C-130H를 대체하는 EA-37B
현재 미 공군은 10대의 EA-37B를 도입해 기존 EC-130H 14대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적의 각종 통신 및 전자파 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적의 지휘 및 통신망을 교란하거나 미군과 동맹국의 군사작전 혹은 특수전을 지원하는 기본적인 전자전 임무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기존 EC-130H에 비해 EA-37B는 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적의 정보통신망을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EC-130H가 45인승 고속버스라면 신형 EA-37B는 6인승 리무진 승합차에 비유할 정도로 두 기체의 체급이나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인다. 기체는 더 작아졌고 탑재되는 전자전 장비의 중량 역시 8.1톤에서 3.6톤 수준으로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신규 도입되는 전자전 공격기 수가 4대나 줄어들었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덕분에 전자전 수행 능력은 오히려 2배 이상 강화됐다는 평가다.
마크 켈리 미 공군사령관 역시 공개석상에서 “기존 EC-130H는 고도 7620m에서 최대 480㎞/h의 속도로 임무를 수행했지만 새로 도입되는 EA-37B는 고도 1만2000m에서 최대 964㎞/h의 속도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빠른 속도로 더 넓은 범위를 수색하고 공격할 수 있으며, 생존 확률도 크게 향상됐다”며 “이제는 수명이 다한 EC-130H를 퇴역시키고 EA-37B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전자전
현재 각종 전자전 장비의 시험평가가 진행 중인 EA-37B는 이르면 올 하반기 제350스펙트럼 전투비행단(The 350th Spectrum Warfare Wing)에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름도 생소한 제350스펙트럼 전투비행단은 미래 전자전에 대한 미 공군의 ‘고민의 산물’이자 ‘최초의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부대는 전자기 스펙트럼 임무 통합 및 현대화 지원을 목적으로 2021년 3월 16일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EGLIN AFB)에서 창설됐고, 같은 해 6월 25일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했다. 창설된 지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은 제350스펙트럼 전투비행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위협을 확인한 뒤 3시간 이내에 전자대응책(ECM)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 공군은 3개월 주기로 잠재적 전자적 위협에 대한 ECM을 갱신 중이다. 또 인공지능(AI) 기반의 다목적 항공전투관리시스템(ABMS)으로 갱신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시 코슬로프(대령) 제350스펙트럼 전투비행단장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전자전은 이미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양측 모두 적군의 지휘 및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교란하기 위해 매우 빠르고 영리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마치 고양이와 쥐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양측의 전자전 능력이 미 공군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란 것이다.
코슬로프 단장은 “불행히도 우리의 적들은 계속 새로운 전자기 공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만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 공군은 적의 전자기 위협 정보 수집은 EA-37B 같은 새로운 전자전 플랫폼으로, 정보 분석 및 해결책 제시는 AI 기반의 ABMS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전 공격기의 미래
적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주인공이 격렬한 공중기동으로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장면은 영화 혹은 TV 드라마에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하려는 목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라지고 있는 것은 물론 미사일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기에 다양한 첨단 방어체계가 탑재되고 있음에도 이제 똑똑한 미사일들은 쉽게 기만되지 않는다. 미 공군 관계자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이제는 전투조종사가 적의 유도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적군의 전투기, 미사일포대와 방공망 자체를 전자기 공격으로 무력화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화살을 피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화살을 쏘는 궁수를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EA-37B와 E-7 같은 새로운 전자전 플랫폼의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미 공군은 F-35 또는 6세대 무인 전투기의 전자전 수행 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EA-37B 같은 전자전 공격기의 고유 임무와 작전영역 역시 ‘불가침 성역’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공 레이다, 미사일 탐색기, 전자전·통신 장비 등의 성능을 개량하려면 반드시 물리적 작업과정이 최소 수십 주에서 최대 수개월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덕분에 간단한 프로그램 업데이트만으로도 무기체계 성능을 향상할 수 있게 됐다. 궁극적으로 미 공군은 전 세계에서 임무 중인 F-35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는 즉시 해결책을 모색하고, 원격제어로 5분 이내에 모든 미 공군 F-35가 ECM을 갱신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 공군이 EA-37B에 남다른 기대를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메인 | 국방일보 (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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