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과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경제난에 따른 불안감에 송년회까지 겹쳐 폭음하는 일이 잦다. 소화기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음식과 술. 입은 즐겁더라도 과도한 양을 소화해 내기란 쉽지 않다. 흔히 과음·과식하면 간과 위장의 고달픔만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1.5L의 소화효소를 배출하는 췌장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괴로움이 한계상황을 넘으면 병이 된다. 송년회 다음날 췌장염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발생하는 이유다. 위장 뒤쪽에 자리 잡은 췌장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췌장염은 체질적 요인이 관여=지난밤 동창 송년회에 참석한 K씨(41). 명치 끝에 심한 통증을 느껴 잠에서 깼다.
웅크린 채 아픈 배에 손을 얹으니 통증은 약간 가시는 듯했다. 하지만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에 간 뒤 실컷 토했다. 그리고 몸을 뒤로 젖혀 스트레칭을 하자 복통은 더 심해졌다.
그는 순간 ‘과음 후엔 수분 공급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 냉장고 문을 열고 연거푸 이온 음료를 마셨다. 하지만 이때부터 구토와 복통은 더욱 기승을 부려 마침내 K씨는 119를 불렀다.
몇 가지 검사 끝에 복통의 원인이 ‘급성 췌장염’으로 밝혀졌고, 의사는 지난밤의 과음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술에서 나오는 독성 대사물질이 췌장에서 분비되는 트립신 등 20가지 효소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췌장 세포를 자극하면서 염증이 발생했던 것이다. 췌장에서 분비된 소화액은 위장에서 작용하는 게 원칙이다.
K씨는 억울했다. 다소 과음은 했지만 자신보다 더 많이 폭음한 이도 많기 때문이다. 담당의사는 “술을 마신 모든 사람이 췌장염을 앓는 것이 아니다”라며 “K씨는 췌장염에 잘 걸리는 체질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술이 췌장염의 원인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음주량보다 췌장염에 취약한 체질적 요인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또 술뿐 아니라 담석이 담관을 타고 내려와 췌관을 막아 생기는 급성 췌장염도 음주만큼 흔한 원인이다.
◆급성 췌장염은 금식이 원칙=급성 췌장염의 가장 큰 특징은 복통이다. K씨처럼 몸을 앞으로 굽힐 땐 통증이 덜해지다가 눕거나 허리를 펴는 자세를 취하면 통증이 악화된다. 췌장의 위치가 후복막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메슥거림과 구토도 동반된다.
진단은 혈중 아밀레이즈, 라이페이즈 등의 효소가 3배 이상 증가한 사실로 확진한다. 담석이 췌관을 막아 생긴 경우엔 황달이 나타나면서 빌리루빈과 간기능 수치가 증가한다.
급성 췌장염 때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염증이 저절로 좋아질 때까지 췌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즉 소화효소가 분비되지 않도록 3일~1주일간은 ‘절대 금식’해야 한다. 음식물을 먹는 한 췌장이 소화효소를 분비하기 위해 활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금식 동안에는 정맥에 링거수액을 공급해야 한다.
금식만으로도 90%의 환자는 좋아진다. 하지만 10% 정도는 물혹 등의 합병증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담석이 체관을 막았을 경우엔 내시경으로 담석을 제거해 준다.
◆만성 췌장염도 술이 화근=만성췌장염은 췌장의 염증 상태가 지속되면서 췌장에 상처가 남은 상태를 말한다. 복통은 급성 췌장염 때처럼 심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복통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 땐 음식물 흡수장애로 설사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며 때론 당뇨병 진단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은 일반인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진단 후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현재 만성 췌장염을 완치하거나 췌장 기능을 향상시킬 방법은 없다. 따라서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췌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소화효소 섭취, 금주 등 췌장의 건강수칙(표 참조)을 잘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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