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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학대 처벌, 형량 증가만이 능사 아니다!
피해자 입증책임 완화 등 종신형 판결 위한 사회환경 마련해야
칼럼니스트 이원무
국공립 어린이집 장애아동 집단학대 사건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최근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 집단학대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피해 장애아동 부모라고 하는 청원인은 해당 어린이집에 자신의 자녀가 보육교사 4명에게 집단학대를 당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강력히 처벌하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원인에 따르면 피해 장애아동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6살의 남아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작년 3월부터 장애 통합반이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다녔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12월, 가정에서 보육을 지속하고 23일 산타 행사로 아이를 긴급히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등원시켰다.
이후 아이가 하원 했는데, 귀에 상처가 났고, 아이는 말을 못 했기에 어떻게 된 건지 알기 위해 청원인은 어린이집 교사 얘기를 들었는데, 담임 교사의 말로는 그날 아이의 하원 시간에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았다고 했다. 하원한 아이는 집에 돌아온 후 밤새도록 울면서 엄마를 때리며 심리적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이에 청원인은 자신의 아이를 너무 강압적으로 재운 것 같았고, 아이가 집에 돌아올 때 얼굴과 귀에 상처가 난 게 몇 차례라 어린이집 CCTV를 반드시 확인해야겠다 생각했다. 또한, 아이가 밤에 너무 울어대니 안 되겠다 싶어 남편과 같이 상담을 받자는 심정으로 어린이집에 갔고, CCTV도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원장은 요청을 거절했다.
집에 돌아왔는데, 청원인은 CCTV삭제와 조작의 가능성을 느꼈단다. 그래서 파출소 경찰관을 대동, 간신히 어린이집 CCTV를 확보해 12월 23일 10시 등원 시간부터 11시 40분까지의 CCTV 장면을 보았는데, 말도 못 하는 아이를 교사 4명이 물장난한다고 물뿌리개로 얼굴에 물 뿌리고 발로 차는 등 8차례 돌아가면서 학대하는 장면이 드러났다.
청원인은 분개했고, CCTV를 같이 보던 경찰도 학대 정황을 즉각 포착하며 자료를 확보했다. 긴급보육으로 한 교실에 5명의 교사와 6명의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데, CCTV를 확인하며 학대가 한 번만 이뤄진 건 아니라고 청원인은 확신했단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가 맞고 있지만 말리거나 놀라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고, 심지어 교사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학대한 게 아니다” 등 거짓말하는 모습에 화가 났단다.
청원인은 말을 못 하고 부모에게 전달하지 않는 이유로 상습적 학대를 당하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정신적 치료 등의 피해보상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서 아동 학대범을 확인할 수 있는 아동학대 알림 e제도 마련하고 해당교사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종신형 선고를 원한다고 호소하며 청원내용을 마무리했다.
이 내용을 보며 심리치료를 받아가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아이에게 장난이란 명목으로 학대했지만 천연덕스럽게 학대하지 않았다고 교사들이 말하는 모습에 상당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더군다나 약자인 장애아동에게 가한 폭력이라 정말로 가중처벌해 종신형으로 가는 것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법에 형량을 늘려야 하는데, 형량만 늘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까? 아동은 자신이 학대받은 것에 대해 정확히 진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 경우 종신형 선고될 정도의 증거들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가해자들은 무죄로 풀려나갈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이는 사실상 피해아동 또는 피해장애아동 측에 입증책임을 100% 지우기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기에 신뢰관계인의 동석 의무화 등과 같이 피해자 측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장애아동 학대사건을 전담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사법부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을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사법부 내에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장애아동의 권리를 배우고 장애 관련 판결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의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장애인식 제고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아동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장애아동 학대가 단순 학대가 아닌 범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장애아동을 학대한 가해자들에 대한 종신형 처벌의 실마리가 생길 것이라 본다.
이번 장애아동 학대 사건이 앞으로의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종신형 처벌을 위한 사회의 제반 조건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장애아동 학대를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리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세상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