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아이, 우울증일까요…?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매일
울며 우울증을 호소하고 힘들어해요.
3주 전쯤 피아노 학원에서 레슨을 받다 선생님이 실수를 했다고 면박을 주고 짜증을 냈다는데
그 이후로 학원에 가면 선생님 얼굴을 마주치기 싫다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학원을 그만둔 상태입니다.
그 때부터 누가 짜증 섞인 말투를 한다거나 손으로 살짝 누르는게 꼭 밀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며 사소한 감정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울고 반복해서 나쁜 감정을 떠올리며 괴로움을 호소해요. 죽고
싶다는 말도 한 번씩 합니다.
또 학교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이 고통받는 동영상에 팔이 없는 아이가 나왔다며 그
장면이 자꾸 떠올라 무섭고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체 여리고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인데 이렇게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는 아니었고
밖에서 자기감정 표현을 잘못하긴 해도 친구들과 곧잘 어울리고 친구들도 좋아해주고 학교생활에 크게 문제가 없었거든요.
선생님들께는 집중력이 좋고 차분하고 예술계통에 소질이 많고 학습성취도가 높다고
칭찬을 많이 듣던 아이예요.
지금은 스트레스 상황을 없애려고 학원을 그만둔 상태인데 낮에는 동생과 놀고 그럭저럭
잘 지내다 아빠가 퇴근하면 또 지난 감정들을 풀어놓으며 반복해서 울고 자기전에 감정이 폭발하네요.
부정적인 감정을 곱씹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만 이야기하라고 하면 아이 아빠는
밤을 새워서라도 들어주는 게 부모라며 저랑 감정적으로 대립합니다.
이해한다고 다독이다가도 그냥 좀 작은 일은 넘기고 강해져야 살아갈 수 있다고
나무라게 되고.
피로도가 극심해지니 아이가 안쓰럽다가 밉고 화가 나고 아이가 잘못될까 겁이 나고
제 감정이 통제가 잘 안되어 이렇게 간곡히 도움을 요청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입니다.
적어주신 내용만으로는 답변에 제한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분으로 인해 많이
걱정되시고 힘드실 것으로 느껴집니다.
어머님께서 적어주신 내용을 한 글자 한 글자 세심하게 읽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짜증나는 말투나 손으로 밀쳤을 때 지속적으로 기분 나빠하고 감정을
쌓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 또 그 감정을 곱씹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하며 감정조절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보아서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있으며 우울의 한 양상일 수 있습니다.
학령기 아동의 우울은 감정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성인의 우울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표현하기보다 짜증을 내거나 감정을 폭발하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어떠한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성인 우울과 달리, 재미있는 일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견뎌내지 못하는 등 힘든 일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
감소하게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평소에 집중력이 좋고 차분하고 예술계통에
소질이 많으며 학습성취도가 높은 아이였는데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환경의 변화가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부족한 아이의
정서와 생각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이겨내야 한다, 안 좋은 감정은 잊어버려라" 등의 조언은 아이의 감정을 거부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때는 아이
옆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충분히 호응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안아주는 등의 스킨십도 괜찮습니다.
학령기에 나타나는 우울과 사춘기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1. 사춘기는 자기 주장이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감정 기복이
있을 수 있고 짜증을 내지만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금세 괜찮아지기도 합니다.
2. 짜증이 폭발적이며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죽고 싶다. 내가 살아서 뭐해" 등의 말을 한다면 학령기에 보이는 소아우울이 의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여지는 현상만으로 섣불리 진단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아이의 기질과 상태에서 대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상처받는 상황으로 해석하는 패턴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고
긍정적인 사고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우리 아이를 위한 Tip
요즘 아이들은 긴 학습 시간 동안 꼼짝 없이 책상 앞에 앉아 활동을 억제당할
때가 많습니다. 또 무리한 목표를 강요받거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심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적절한 도피처와 스트레스 해소처를 찾지 못한다면 소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소아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도우려면
첫째, 아이가 처한 상황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들어 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보호자가 자신의 고민에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에게 무리한 기대를 걸지
않아야 합니다. 보호자가 기대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아이는 큰 좌절감과 의욕 상실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넷째, 친구 혹은 형제자매 간의 경쟁을
부추기거나 비교하는 태도를 삼가야 합니다.
다섯째, 부모의 지나친 불안을 아이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섯째, 아이와의 올바른 대화법을
익혀 둡니다. 아이가 우울해하는 상황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후에 기분이 나아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물어봐 주세요. 아이의 우울감을 지적하거나
질타하기보다는 자세히 경청해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화를 나눌 땐 아이가 질책당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왜’라는 단어보다
‘어떻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곱째, 아이가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격려해 주세요. “나는 너무 느리고 답답해”라고 고민하는 아이에게 “너는 참 신중하구나. 그래서 실수를 적게 할 것 같아”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 주면
아이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출처: 이향숙 소장 칼럼, “'소아우울증,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좋은 약', 다음세대 여름방학호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가능
이미지 (Unsplash)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박수진
온라인 상담 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