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계절② 백야의 노래
◀White Night(백야) ◼포레스텔라
◀Utopia(유토피아)
◀백야 ◼짙은(Zitten) ◼나상현
◀White Night(백야) ◼넬(Nell)
◀White Night(백야) ◼태양
◉학창 시절에 한 번쯤 리트머스 시험지 실험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리트머스 시험지는 산성용액에서는 붉은색을 보입니다.
염기성 알칼리성 용액에서는 푸른색으로 보입니다.
땅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아 흡수한 물의 산도에 따라 다른 색의 꽃을 피워내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6월의 꽃, 수국입니다.
그 수국이 며칠 전부터 다양한 색의 꽃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국은 산성에서 푸른 꽃을, 염기성에서는 붉은 꽃을, 중성에서는 하얀 꽃을 피웁니다.
하지만 산성에서 중성으로 올라가면서 보라색, 자주색 등 여러 색깔의 꽃을 보여줘 색깔이 다양합니다.
◉이름을 보면 수국(水菊)은 물에서 자라는 국화처럼 보입니다.
이름은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물에서 자라는 것도 국화 집안도 아닙니다.
다만 물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식물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그래서 붙었습니다.
학명이자 영어 이름인 Hydrangea도 바로 ‘물그릇’이라는 말에서 나왔으니 그럴만합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 수국인 산수국은 산속 계곡이나 습한 땅에서 자랍니다.
이 산수국을 개량해서 집안으로 들인 것이 정원에서 보는 수국입니다.
◉3년 전 산림 조합 나무 시장에서 만 2천 원에 두 그루의 산수국을 사서 옆 산 아래 그늘진 곳 습지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삽목(揷木)으로 그 수를 늘렸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수십 그루의 산수국이 모여있는 산수국 단지가 됐습니다.
지금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사흘 전부터 파란색 꽃이 먼저 피더니 어제부터 보랏빛을 띤 자주색 꽃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산수국은 두 가지 꽃으로 안쪽에는 알갱이 같은 작은 꽃들이 모여있고 가장자리에는 크고 화려한 꽃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가장자리에 보초를 선 듯한 꽃들은 무성화(無性花) 혹은 가짜 꽃으로 부릅니다.
안쪽에 있는 꽃들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유성화(有性花) 또는 진짜 꽃으로 부릅니다.
안쪽 꽃에는 수술과 암술이 있습니다.
바깥 꽃은 없습니다.
그래서 하는 일이 다릅니다.
◉바깥 꽃은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크고 아름답게 피지만 정작 생식은 안쪽 진짜 꽃의 몫입니다.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도 바깥 꽃을 보고 찾아온 벌들이 정작 바깥 꽃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안쪽 꽃에만 들락거립니다.
바깥 꽃엔 향기조차 없으니 더 그렇습니다.
◉정원에서 보는 수국은 산수국과 일생이 다릅니다.
그 수국은 씨 없는 수박의 꽃 버전입니다.
사람이 산수국의 크고 화려한 가짜 꽃으로만 만든 원예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뒷마당에 자리한 애나벨 수국은 이제 막 흰색 꽃을 피우며 빨간색 앵두 열매와 어울리며 주위를 밝게 만듭니다.
앞마당의 수국도 다양한 색깔의 뽐내며 화려한 색상을 보여줍니다.
인간이 만든 가짜 꽃으로만 된 원예종 수국은 이처럼 겉모습은 화려합니다.
그렇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슬픈 운명을 지녔습니다.
◉자연이 빚은 산수국의 가짜 꽃은 그 식물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짜 꽃을 도와주고 보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짜 꽃이 있어 진짜 꽃이 빛이 나고 종족 유지도 가능합니다.
겉모양이 화려한 사람만 잔뜩 모여있는 세상이라면 과연 화려할까요?
화려함을 빛내주는 가짜 꽃 같은 조연이 없으면 화려함도 의미가 사라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세상이 화려해질 수 있습니다.
이 여름에 산수국과 수국의 세상에서 또 하나의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밤 같지 않은 밤, 낮 같지 않은 낮, 지금 백야 지역은 그런 자연 현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해를 가리는 덧문을 설치하기도 하고 식물이 제대로 자라거나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경작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불편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백야현상이 없는 지역에서 보기에는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듯한 백야가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몽환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그려집니다.
우리 대중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백야 노래를 통해 백야에 대한 정서를 읽어봅니다.
◉팬텀싱어 2 우승팀인 포레스텔라는 지난해 여름 ‘백야’의 이미지를 담은 웅장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고우림이 입대하기 전 완전체의 모습으로 담아낸 싱글 2집이 ‘White Night’입니다.
앞서 싱글 1집으로 지난 2022년 12월 ‘유토피아’를 발표했던 이들은 그 연장선상에서 ‘백야’를 들고나왔습니다.
‘백야’는 노래 속에서 유토피아로 가기 위한 긍정적인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밤이 찾아오지 않는 자연 현상 백야를 시간이 가지 않는 영원에 빗대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디스토피아를 벗어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의지를 포레스텔라 네 멤버의 섬세하고 조화로운 화음으로 나타냈습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시작해 웅장하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노래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걸음을 옮겨 놓습니다.
◉‘네 비밀을 속삭여 줘’
‘너의 색으로 물들여라.’
‘내 영혼을 깨우네.’
‘너의 목소리로 노래하라.’
조민규와 배두훈, 고우림, 강형호가 이렇게 자신의 메시지로 노래하며 진정한 유토피아를 찾아 나섭니다.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노래하는 ‘백야’는 영어 가사로 돼 있어 자막 버전이 있는 열린음악회 무대로 만나봅니다.
더페이지댄스의 춤이 곁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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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z1RhPrTIio?si=8Iw9GkmZsfwllN6z
◉White Night의 전작 성격으로 발표된 ‘유토피아’(Utopia)를 덤으로 만나보고 갑니다.
매년 커지는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속에서 인간의 욕망이 극에 달한 현대사회의 유토피아가 자연에게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공존하기 어려운 둘이 경계선상에서 그 질문에 답하려는 노래가 포레스텔라의 ‘유토피아’입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작곡가 발렌시아(Valensia)의 작품입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접목하는 작곡가로 이름난 그의 작품은 포레스텔라에게 음악적으로 록 오페라의 새 패러다임을 보여줍니다.
역시 영어 가사로 번역 가사와 함께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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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o7F49EnwdY?si=THpEn7lNMZkXKDOi
◉가수 짙은(Zitten)의 ‘백야’는 긍정적이고도 따뜻한 노래입니다.
마흔네 살의 싱어송라이터 성용욱이 2011년 1인 밴드 짙은으로 활동하며 만들고 부른 노래입니다.
백야라는 현상이 우리에게 일상적이지도 않고 친숙하지도 않아 아련하게 멀게 느껴지지만
노래는 희망과 함께 빛나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짙은은 어두운 밤이지만 서로에게 밝은 빛이 돼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 속에 담아온 음악인입니다.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유명세도 없이 음악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그는 꾸밈없는 목소리로
따뜻하고 편안한 노래를 오랜 시간 전하고 있습니다.
백야의 박명 속에서 뚜벅뚜벅 노래하는 ‘짙은’, 성용욱의 노래를 만나봅니다.
EBS 스페이스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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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yqg5GAjViE?si=-yx2nDzdKHUEGOA9
◉희망과 함께 빛나는 밤의 분위기가 떠오르는 이 노래는 구글 플레이 광고로 현대자동차 광고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필은 드라마 ost로 리메이크하기도 하는 등 많은 가수가 커버했습니다.
이달초 ‘복면가왕’ 3라운드에 이 노래를 들고 나온 ‘더치 커피’의 노래로 들어봅니다.
‘더치 커피’는 ‘나상현씨 밴드의 나상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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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oxTNygY7_A?si=4o5PvWXYUg94fhGd
◉이번에는 ’백야‘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등장한 넬(Nell)의 노래를 만나봅니다.
’시간을 걷는 기억‘으로 잘 알려진 록밴드의 2012년 노래입니다.
슬픈 이별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 밤, 백야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노래입니다.
노랫말 어디에도 뮤직비디오 어디에도 백야가 나타나지 않지만 그 속에 상징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백야는 ’하얀 밤‘입니다. 뮤직비디오 속의 여자 임수정은 영원히 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기억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와 통합니다.
임수정이 아픈 사랑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 여자의 심리를 잘 보여줍니다.
’널 지우려 할 때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려 송두리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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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ilhfToaks0?si=HEVa6E7mil1let09
◉’White Night’는 빅뱅 출신 태양의 2017년 발표곡인 동시에 월드투어 타이틀이기도 했습니다.
백야와 태양은 무관하지 않은 사이라 서로를 연상시키는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백야의 노래’ 마무리 곡으로 듣습니다.
당시 소속사였던 YG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태양의 ‘White Night‘ 인트로 뮤직비디오는 ’백야‘의 의미를
잘 담아 놓았습니다.
◉태양이 지지 않는 자연 현상인 ‘백야’처럼 태양의 빛을 담아낸 영상과 감미로운 태양의 보컬이
어우러져 새 노래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이 뮤직비디오 영상은 미국 LA와 알래스카 등지에서 올 로케로 촬영됐습니다.
색다른 자연 풍광과 태양의 그루브 넘치는 댄스로 시선을 사로잡는 맛보기 뮤직비디오입니다.
‘참았던 숨을 다시 쉴 수 있게 원했던 꿈을 같이 꿀 수 있게 I just wanna hope you close 이번이 마지막인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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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lDRgxce3JQ
◉북반구가 겨울일 때 여름인 남반구에서 백야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지만 백야현상은 거의 북반구에 한정된 자연 현상으로 보면 됩니다.
그것은 남반구의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서 백야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반구에서는 남위 66.6도 이상에 위치한 도시가 없습니다.
인구 5만 이상 도시로 가장 남쪽에 있는 우수아이아(Ushuaia)라는 아르헨티나 도시조차도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백야를 보려면 남극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남반구에서 백야를 볼 수 있는 특권은 남극 오지에서 힘들게 근무하는 학자들에게 주어진 보너스인 셈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