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윤혜령(31)씨는 두 아이의 알레르기 질환으로 벌써 몇 해째 병원을 들락거렸다. 누나인 세현(6)인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남동생 준현(3)은 천식을 앓고 있다. 세현은 출생 직후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다가 돌이 지나면서 괜찮아지는 듯싶더니 생후 40개월쯤 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감기를 달고 살기 시작했다. 콧물.기침이 잦아 감기인 줄 알고 약을 먹였는데 증상이 1년 넘게 계속됐다. 검사 결과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단됐다. 준현인 백일 잔치 뒤 모세기관지염을 앓다가 천식으로 발전했다.
윤씨는 "세현이를 통해 천식이 있는 아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준현이마저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한다.
◆ 알레르기 질환 함께 관리=어린이에게 흔한 3대 알레르기 질환은 천식.알레르기성 비염.아토피성 피부염이다.
이들 질환은 어린이에게 동시 또는 시간 차를 두고 하나씩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를 '알레르기 마치(행진)'라고 부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이가 천식을 앓고 있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라고 권장한다.
형제나 남매가 알레르기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알레르기 질환은 아이가 즐겨 먹는 음식, 거주 지역의 대기 오염 상태, 주거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생하므로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끼리 질환을 곧잘 공유한다"고 말한다. 자녀 중 한 명이 알레르기 환자라면 다른 아이의 상태를 늘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 유전 소인도 있다=천식 및 알레르기 예방운동본부가 2002년 3월,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부모 266명을 대상으로 '천식 아동 실태 조사'를 했다. 여기서 어린이 천식 환자의 44%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함께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38%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16%는 세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자녀가 한가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나머지 두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치료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 조사의 결론이자 교훈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색맹.혈우병.다운증후군 같은 유전병은 아니다. 그러나 당뇨병.암처럼 유전적 소인은 있다. 부모 중 한쪽이 천식 환자면 아이에게 천식이 발생할 확률은 25%, 부모가 모두 천식 환자면 50%에 달한다.
◆ '알레르기 행진'을 막아라=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안강모 교수는 "'알레르기 3총사'의 발병.악화 요인이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라면 이를 제거.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지적한다.
안 교수는 "'알레르기 3총사'중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은 주로 호흡을 통해 들이 마시는 것, 아토피성 피부염은 먹는 것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천식이 없고 가벼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항(抗)히스타민제만 복용해도 대부분 호전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없고 가벼운 천식만 있는 어린이에겐 기관지 확장제와 항(抗)알레르기 약물이 흔히 처방된다.
그러나 천식.알레르기 비염의 상태가 심하면 코(알레르기성 비염)엔 뿌리는 분무약(스테로이드제), 기관지(천식)엔 먹는 약이나 흡입약(스테로이드제)을 복용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선수'지만 남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진단되면 코와 기관지의 염증을 함께 가라앉혀야 한다. 두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약(싱귤레어)도 나왔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항히스타민제로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우유.계란.콩.생선.밀가루.인스턴트 식품 등)이나 유해환경(집먼지진드기 등)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 천식의 증상 ***
▶ 감기에 걸리면 자주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난다
▶ 밤에 잠을 자다가 심한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친다
▶ 운동 후 쌕쌕거리는 숨소리 또는 기침이 난다
▶ 매연이 심한 곳에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쌕쌕거리며, 기침을 한다
▶ 늘 감기를 달고 산다
***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 ***
▶ 발작적인 재채기.코 막힘.코의 간지럼증
▶ 콧물이 흘러내리거나 목 뒤로 넘어간다
▶ 재채기와 콧물이 낮에 심하고 밤이면 나아진다
▶ 코막힘이 하루 종일 계속되거나 밤에 더 심해진다
*** 알레르기 질환 치료 원칙 ***
▶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등을 제거.회피한다
▶ 코.기관지.피부에 염증이 있으면 스테로이드제로 가라앉힌다
▶ 가벼운 천식은 기관지 확장제.항알레르기 약으로 치료한다
▶ 가벼운 비염엔 항히스타민제를 쓴다
▶ 심한 천식엔 먹는 스테로이드제나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 심한 비염은 코에 뿌리는 분무식 스테로이드제를 쓴다
▶ 천식과 비염이 함께 있으면 기관지와 코의 염증을 모두 가라앉혀야 한다
▶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으면 알레르기 유발 식품(우유.계란.콩.생선.밀가루 등)을 피하고 집먼지진드기를 없애야 한다
*** 우리 아이 편하게 숨쉬려면 ***
▶ 매트리스.베개.이불은 집먼지진드기가 통과할 수 없는 천으로 씌운다
▶ 침구류를 매주 뜨거운 물(55~60도)로 세탁한다
▶ 양탄자 대신 비닐 또는 나무 바닥재를 사용한다
▶ 천으로 된 소파나 의자 대신 가죽제품을 쓴다
▶ 사람이 주로 머무르는 장소나 침실에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 습기찬 곳을 없애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 곰팡이나 바퀴벌레가 서식하지 못하게 한다
▶ 난방의 통풍구는 실외에 설치하고, 적절한 난방온도를 유지한다
▶ 헤어 스프레이.가구 광택제.페인트 등 자극성 물질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