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응급실’
박연숙
병원의 최전선인 응급실은 정말 아수라장이고 전쟁터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숨 막히는 현장이다.
아파서 펄펄 날뛰며 절규하는 사람!
각종 사건 사고로 상해를 입어 피 흘리는 사람들!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로 정말 생사를 넘나들며 가족을 애태우는 사람!
부모의 애간장을 녹이며 몸에 줄줄이 무언가를 꽂고, 달고 있는 어린아이!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모두 안타까움이다.
20☆☆년은 내가 응급실과 구급차까지 섭렵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연금공단 수업을 듣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한 발을 땅에 딛는 순간 오토바이가 나를 확 치고 지나갔다. 쓰러지면서도 뺑소니를 치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몸이 반은 버스 아래로 들어간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운행시간 늦다며 시계만 보는 운전기사에게 어떤 사람이 신고하라고 고함을 쳤다. 정류소 옆 구두수선공 아저씨께서 나를 끌어내어 물도 주시고 다친 곳이 없냐고 위로해 주셨다. 언뜻 살펴보니 오른쪽 팔에 피가 나고 두 다리에도 피가 흘렀다. 정신없이 멍하니 앉아있는데 119 구급차가 달려왔다. 구급차를 탈만큼 심한 것 같진 않고 그 와중에도 창피해서 타지 않으려 하니 신고가 들어와서 타야 한다고 했다.
구급대원이 원하는 병원이 있냐고 물었다.
3월 말에 등산을 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때도 밤 7시가 넘어서 응급실로 갔다. 손목이 부러져 수술을 하고 5월에 철심 제거를 해서 겨우 살만해졌는데 부실한 오른쪽을 한 달쯤 지난 오늘, 또다시 응급실행이다. 이상이 있나 걱정이 되어서 손목을 수술한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여러 군데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별 탈은 없었으나 이 곳 저곳이 결리고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었다.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밤늦은 시각에 도망간 학생이 뒤에 같이 탔던 여학생과 병원을 찾아왔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여학생과 일탈이라니 화가 났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누나랑 단 둘이 살고 있다. 자기는 고 1이고 누나는 고 3이다. 형편이 어렵다. 병원비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나중에 천천히 갚겠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부모님과 연락은 하고 살 테니 보호자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자기의 신상도 함구하고 연락처도 없다고 했다. 학생과 돈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치료비 받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라 보험도 되지 않고 더구나 응급실 입성이니 하룻밤 입원에 백만 원 조금 덜 되는 병원비가 나왔다. 의사는 조금 더 지켜보자 했지만 깜짝 놀라 서둘러 퇴원을 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상처치료를 하고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았다. 보름이 넘게 지난 어느 날,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이 내게 한 말은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어머니도 같이 오셔서 자식을 잘못 키워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뺑소니로 신고가 되어서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간혹 뉴스를 보거나 길거리를 다니다가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접하면 지금도 약간의 공동책임을 느끼는 전직교사인지라 모질게 대할 수가 없었다. 행위는 괘씸했지만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처벌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학생의 아버지께서 병원비를 주시며 다시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올해 4월의 어느 밤에 얼굴 부상을 당했다.
또다시 찾은 응급실은 여전히 무섭고 두려웠다. 응급실 기준으로 쳐서 경상을 입은 의식이 있는 환자들은 정말 제정신으로 견디기가 너무나 고통스럽다. 낮의 왁자지껄은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생각이 마비가 되어 멍해진다. 밤의 적막은 환자들의 미세한 신음소리와 옆 침상 건너편 환자의 미동도 없는 고요함이 어두움과 오버랩 되어 죽음의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믿는 신께 환자들의 고통과 절박함에 응답해 달라고 저절로 기도를 한다. 그러나 응급실은 생명의 다시 깨어남으로 기쁨과 치유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의술이 인술이 되는 의료진의 사랑과 헌신이 피어나는 곳이고 감사함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왜 하필이면 나야?’ 원망하고 불평하다가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교만한 생각과 잘못된 삶을 응급 처치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꿰매고 경과를 지켜보다 다행히도 밤 한시 경쯤 집에 가라고 했다. 병원을 벗어나니 온갖 먼지 가득한 바깥공기가 너무 신선하고 살 것 같다. 나는 이 일로 남편에게 ‘툭하면 응급실’로 도장이 찍혔다.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그만하길 참 다행입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한 번 크게 고생하고 난 후에 깨달은 바가 많으니 어찌 보면 큰 다행이기도 합니다. 조심하고 가꾸는 만큼 병마에 강해 지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낸 학생거짓말이 당황스럽네요~ 큰일 날뻔하셨습니다
응급실에서 생명의 절박함을 잘 표현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흔히들 그만하기 다행이라 합니다. 평소 맏음이 깊고 착하게 삶을 사시어 돌보와 주신것 같습니다. 이제 액땜을 하셨으니 건강하고 즐거운 나날 되시기 바라며 응급실 아우성이 떠오릅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말 혼이 나셨겠습니다. 구급차에 응급실이라니요. 저는 길에 지나다니는 구급차만 보아도 가슴이 저릿합니다.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군요. 응급실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모습의 치밀한 묘사에 더욱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러번 응급실에 가신 경험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니그져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하지만 사실 당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절박하고 안타까운 일일 것 같습니다.이제는 응급실과 연을 끊으시길 기원드리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응급실 입원 경험을 글로 리얼하게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응급실은 생명이 다시 깨어나는 공간, 치유와 기쁨이 있는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소중함도 다시금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이제 무탈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남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응급실을 여러번 다녀오셨다니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빨리 쾌차하여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여러 번 고생이 많았으나 빠르게 쾌유하였으니 다행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응급실은 잠깐 다녀오는데도 이리저리 검사하고나니 돈이 많이 들더랍니다. 참 큰일 날뻔 했습니다. 요즈음 학생들 참 사악한 말솜씨 말이 나오지 않네요. 그래도 부모님이 용서를 빌고 치료비라도 가지고 오셔서 반분은 풀리지만 교활한 학생보다 낫다는 감이 옵니다. 참 사회가 걱정입니다.이제 응급실은 끝 하십시오
안전사고는 누구에게나 도사리고 있어 장담을 할 수 없는 일..급할 땐 누구든 병원의 응급실을 찾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응급실을 몇번 경험하셨지만 큰 병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저는 응급실 갈때마다 큰 수술을 했습니다. 경찰서와 병원은 멀리할 수 록 좋은 것이라고 하든군요. 잘 읽었습니다.
툭 하면 응급실! 그 소리 들을 만 하군요. 응급실 자주 가는 것도 팔자소관인가요. 예기치 않은 사고가 우리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하필이면 왜 나한테?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큰 사고가 아니니 다행이라고 위안삼을 수 밖에. 자신의 주위를 환기시켜주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