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춘삼월이다. 남녘의 개화소식과 함께 한창 상춘(賞春) 계획으로 들떠 있어야 이때에 7일 연속 발동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와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중국의 오염물질 유입에다 사상최저의 강수량과 풍속이 겹친 결과라며,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의 범주에 포함시켜 각종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세계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의 2018년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두 번째로 높은 국가로 나타났고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자료에 의하면 오염도가 심한 100대 도시에 우리나라가 44곳이나 포함되었다. 신라시대의 문헌에도 적우(赤雨)나 토우(土雨)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봄만 되면 찾아오는 하늘의 불청객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중국 내륙과 몽골사막에서부터 날아오는 황사라는 모래바람에 더해 머리카락 굵기의 십분의 일 정도 밖에 안 되는 미세먼지라는 뭔지(?) 모를 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심지어 지름이 2.5㎛ 이하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유해한 각종 중금속과 유기화합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2013년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도 기준으로 1만 2천명 가까이나 되고 세계적으로는 7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세찬 북풍이나 남쪽의 해양성 비구름이 한반도로 몰려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현재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데에 있다.
정부에서는 우선 급한 대로 노후화된 화력발전소와 경유자동차의 이용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다면, 오염원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국제적인 공조 노력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미세먼지 대책이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비 오기를 염원하던 천수답(天水畓) 농사시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비단 뿌연 하늘뿐만이 아니다. 날로 도를 더해가는 반사회적인 탈법ㆍ일탈행위와 탐욕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반인륜적이고 낯 뜨거운 범죄 행각들은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아니라 "하늘에는 미세먼지, 땅에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야말로 요즘 우리 국민들은 여기 저기 넘쳐나는 꼴불견들로 인해 못볼 꼴을 너무 많이 보고 산다. 미세먼지가 의학적인 발암물질이라면 꼴불견은 심리학적인 발암물질이다.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에 환경권이라도 추가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의 해법은 각자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얼마 전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탄로 나고, 야산에 방치했다가 불이나 외국방송까지 타며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쓰레기 더미의 주인은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바로 우리들이다. 불화와 불신으로 서로 반목하고 네탓 내탓 책임전가에 급급한 갈등 사회에서는 하늘의 미세먼지도, 땅위의 꼴불견들도 백년하청이다. 오로지 오른쪽으로만 감아도는 칡(葛)과 왼쪽으로 감아도는 등나무(藤)가 서로를 옭아매어 만든 갈등은 각자 자기 방향만 고집하는 한 절대 풀리지 않는다. 이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좀 더 강한 자와 가진 자가 좀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협하고 화합할 줄 아는 사회만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작금의 미세먼지와 목불인견 사태가 각고(刻苦)의 공동체적 노력 없이는 하늘도 땅도 결코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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