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165 --- 같은 마음이면서 다른 생각
서둘러 길을 가다가도 건널목에 다다르면 일단 멈추고 파란불에 건너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자동차도 안전하다. 가고 싶은 곳을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기다림에 습관이 되다시피 해야 다음 발길에 무리가 없다.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을 즐길 줄 알아야 멋진 하루가 될 수 있다. 더위에 지쳐있는데 저녁 무렵에 한 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자주 반복되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타성이 생기면서 시원함에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고작 요것이 무어냐고 똑같은 것도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같지가 않다.
목욕탕에서 느긋한 연세의 어른이 성큼 탕으로 들어가 물에 잠기며 시원하다고 한다. 연신 시원하다며 능청스럽게 즐기고 있지를 않은가. 식탁에 조심스럽게 옮겨놓은 부글부글 끓는 된장찌개를 속이 시원하다며 맛있게 먹는다. 그러나 사실은 목욕탕 물이 시원하고 된장찌개가 시원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누가 불쑥 나서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라고 이의를 달지도 않는다. 다만 어린아이가 큰 눈을 끔뻑끔뻑 굴리거나 고개를 갸웃갸웃할 뿐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설명을 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때로는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구수하게 들려오기도 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에 멋스러움까지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들리던 꾀꼬리 울음소리가 고깝게 들리고 불길하게 여겨지던 까마귀 울음소리가 곱게 들리기도 한다. 좋은 소식에 길조라고 반갑게 여기던 까치 소리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잘못했다는 말도 고맙게 들리고 잘했다는 말도 멋쩍게만 들린다. 이처럼 같은 일도 그날 분위기나 감정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게 전해질 수 있다. 인간도 큰 틀에서 자연에 속한 한 개체이고 구성원으로 자연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스스럼없이 자연을 짓밟고 훼손하고도 아주 당당하다. 망가지고 나면 너무 삭막하다 한다. 그러면서 곧잘 자연을 동경하며 꽃을 가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