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또 눈물을 흘리셨다... 가슴이 아파오는 수민이다..
어머니의 고충은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그였지만 이렇게까지 어머니가
힘들어 하셨으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두... 저희만 두고 그렇게 가시면....... ]
[알아.. 알아.. 미얀하다..정말 그건 엄마가 미얀해... 정말....]
계속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는 왜 집을 나갈수 밖에 없었는지 그 잊지
못할 일을 이야기해주셨다.
어머니 말인즉슨.... 정덕만의 사촌동생이 집에 오면서 일은 벌어졌다고
한다.. 그전에도 심한 의처증으로 어머니를 괴롭히던 정덕만은 자기의
사촌동생이 집에 옮으로써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을때는 왜 자기 사촌 동생을 처다보냐며 어머닐
때렸고 일을 나갔다 들어오는 날에는 그놈과 밖에서 만나 뭘했냐고 생
트집을 잡아 어머니를 때렸다고 한다..정덕만은 동생에게 나무랄만할 일
가지고도 정작 동생에게는 아무말하지 못하고 애매한 어머니만 그렇게
때렸다고 했다.
더 큰문제는 사촌동생이란 사람이었다...........
새아버지가 집에 없는 날이면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허벅다
리까지 만지작 거리고 심지어는 가슴까지 더듬는 일을 일삼았다고 ...
새아버지가 들어오면 형수때문에 집에 있기가 싫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지껄여 싸움을 유발시켰다고 했다...
[이름이... 그래 정덕희였어.... 싸움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었지...
교도소에도 서너번 갔다온 모양이더구나..그때도 교도소에서 출감해서
찾아온거라고 했으니..... 그 사람만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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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늦은 시간이었다..희영은 아이들을 재워두고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는 정덕만을 기다리며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었지만 정덕만과 정덕희는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희영은 바느질을 하다 물도 떠올겸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마당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누구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
다고... 잘못들은 건줄 알고 희영은 부엌으로 들어가 작은 주전자에 물을
받아 나왔다..아이들이 잘 자는지 확인을 하고 주전자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방문에 가려 잘보이지 않던 그림자가 희영을 덮쳤다.. 입을 막고 가슴을
끌어안은채 조용히 하란 소릴 반복하면서.....
[끄으으.... ]
[조용히해.... 조용히하라구...헤헤헤~~~]
정덕희였다.. 처음 집에 들어섰을때 부터 심상치 않던 눈빛을 희영에게
보내던 그가 일을 저질르고 있었던 것이다..
[형수... 왜 이래...형수도 바라던거 아냐?? 조용히하라구.... 형이 들어
오기전에 일을 마쳐야하니까... 저성질에 이런 꼴을 보면 형수도 무사하
지 못할껄?? 큭큭....]
정덕희는 희영의 윗옷을 헤집고 있었다. 거친 손놀림으로 희영이 가슴
과 은밀한 부분을 유린하고 있었다... 희영은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발악
을 했지만 건장한 남자의 힘앞에서는 그녀도 어쩔수가 없었다.
정덕희는 가뿐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가슴으로 얼굴을 파뭍었다.. 그의
한쪽손은 여전히 희영의 입을 틀어막은채.....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저항을 하던 그녀는 손으로 주위를 더듬어가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푸욱.......'
[으으으악..................]
바느질 바구니 옆에 놓여있던 가위였다.. 가위로 그녀는 정덕희의 등을
찔렀다...
[헉헉...이...이런........쌍...........]
그때 정덕만이 안방으로 들어섰다. 방안의 광경을 보고는 그의 쳐진두
눈이 찢어질새라 치켜떠지며.......
[머...머야? 둘이 .. 도대체 머하는 짓꺼리야??]
[형.... 형수가...형수가 날 찔렀어... 형수가 날 찔렀다구...]
정덕만은 더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윗옷이 거의 벗겨져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얼굴과 몸을
쉬지도 않고 때리기 시작했다.. 희영의 입술이 헤지고 코피가 터졌다..
그녀는 웅크린체 가해지는 그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있었다..
[니...니가 덕희를 꼬셨지?? 이년... 그버릇 아직도 못고쳐?? 죽일년
서방 피말라 죽일년.. 오늘 니년죽고 나도 죽자......]
[에이쌍... ]
정덕희는 짜증이 난다는 투로 정덕만과 희영을 번갈아 처다본 후 방문을
쾅 닫고는 나가버렸다....
[일어나.. 어디서 쑈하는거야?? 이정도로 내가 봐줄줄 아라?? 이젠
시동생한테까지 껄떡거리냐?? 이 오라질년... 일어나...]
그는...피가 범벅이된채로 널부러져 있는 희영의 다 뜯어진 윗옷을 부여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그때.....
[으으윽............]
그녀의 치마자락 밑으로 시뻘건 핏물이 떨어지며 그녀는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배를 움켜잡고 울고 있는 희영을 덕만은 잠시바라보다
나가버렸다....그렇게 수민의 동생은 죽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모진 구
타를 당하던 어머니의 뱃속에서 그렇게...
어머니는 그렇게 새벽까지 울었다고 한다...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뱃속에서 죽은 아이가 불쌍해서 그리고 이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자기의
처지가 불쌍해서......
쭈그리고 앉아 얼마나 울고 있었을까..옷을 추스리고 방을 치우고 있는데
다시 정덕만이 들어왔다고 한다...
[누구애야?? 내 애는 아니지?? 낄낄.. 내 애는 아닐꺼야.. 근본없는 애
새끼 키울봐에얀 잘됐어.....키득키득...]
[어...어떻게...그런말을.........]
어머니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뒷날 어머니는 짊을싸고 순주와 수민에게 다시 꼬옥 데릴러 오겠단
편지만을 남겨두고 떠났다고한다....
[오년만... 오년만 고생해서 니들 데릴러 갈려구 했어.. 그런데... 그런데
그게 안되더구나.. 이해해라..수민아... 엄말..이해해줘......]
어머니의 커다란 눈망울에선 쉬지도 않고 계속 눈물이 흘렀다..
수민은...조용히 어머니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괜찮다는 말만 되뇌였다.
[보살님.... 보살님 계십니까??]
[아예..............]
[허허허.. 아드님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시는 모양이신데.. 자 이거라두
드시면서 말씀 하시지요..출출하실텐데........]
[아.. 고맙습니다... 혜원스님....]
고구마에 따뜻한 차 두잔을 나무쟁반에 받혀 혜원스님이란분이 방안으로
들여줬다.....
[허허... 아드님 얼굴이 훤~ 하십니다.....그려....]
[스님.. 들어오시지요.. 날씨도 추운데... 잠시 이야기라도 ..]
[아닙니다.. 아드님이 싫어하실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아닙니다..들어오세요...]
수민은... 대인공포증이다... 많이 좋아졌긴 하지만 아직까지 낯선사람을
상대한다는건 그로선 조금은 벅찬 일이다...
어머니는 너무나도 놀랬다...
정덕만이 좋은 이름이라며 지어온 이름이었는데...
하긴 이상한 점이 있긴 있었다.. 수민의 친아버지가 죽기전 아들이건
딸이건 간에 구별말고 '바람"이라고 짓자고 한것을 지키려 어머닌 수민
의 이름을 바람이라고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덕만이 극구 말리며 자기
가 이름 잘 짓는 곳에가서 좋은 이름을 찾아오겐노라고 가서 지어온 이름
이었다..
[그럼...스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름을 바꾸기엔 이젠 조금 늦은듯 싶습니다..성인이 되었고 그 마를
피하기엔 이젠 늦었지요..하지만 짝을 잘 찾으십시요... 그 짝으로 인해
수민군의 명줄이 길어질수도 있으니...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지말고 베어
있는 그것을 찾으십시요.... 속에 들어있는 것을 볼줄아는 식견을 길르시
는것만이 아드님의 단명을 막을 수 있을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허허허.. 곧 알게 되실껍니다............]
'곧....알게될꺼라...............'
수민은 자기가 생활하는 곳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싶었다...하지만
어머닌 극구사양하시며 암자가 더 편하다고 암자에서 조용히 생활하고
싶다고 수민을 달래셨다...
수민은..어쩔수 없이 어머니를 암자에 두고 다시 자기가 생할하던 곳으로
돌아왔다..차안에서 수민은 눈을 감은채 돌아오기전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을 다시한번 되뇌였다...
[수민아.. 엄만... 오래 살지 못할껏 같아... 자궁암이라는구나.. 말기래..
슬퍼하지도 말고 울지도 말거라.. 엄만 죽기전에 널 만난걸루 여한은 없
어... 우리순주...순주가 맘에 항상 걸리지만 니가 있잖니.. 니가 순주를
꼭 찾으리라 믿는다...엄마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죽거
든 화장을 해주렴... 화장을 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의 고향바다에
뿌려다오....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구나..... 그리고...... 스님이 하신말씀
명심해..엄마도 이해는 가지 않지만.. 분명히 뼈가 있는 말씀이실테니
새겨들어...그게 너를 위한 길이다....]
수민의 맘은 착찹하다... 어떻게 순주를 찾아야하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식아...나다............]
[어..그래.. 언제 올라왔냐?......]
[응..... 금방 막 올라왔어......]
[하하.. 어머니 참 미인이시더라...... 건강하시다지??]
[오래... 못 사실것 같애... 암이라는구나.....]
[...........그래...........]
[아버지를 찾아야할것 같아.... 그래야 누날 찾을수 있을것 같은데...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누날 꼭 찾아야해......]
[아버지?? 휴.... 산넘어 산이구만... 그래..일단은 찾아보자.... 도대체
뭐가 어떻게된 일인지..둘다 행방이 묘연하니....참.. 그 낯선 남잔 누구
래?? 어머니한테 여쭤봤어? ]
[아무래도.. 아버지 사촌 동생인듯 싶은데... 그사람이 왜 거길 또 나타
난건지 모르겠어... 암튼 아버지를 찾아야해..... ]
수민인..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정식이 납득할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만 추려서 이야기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