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이 안고 있는 ‘리스크’ (기디언 래치먼 FT 칼럼니스트)
O 서방 지도자들이 중국 경제와의 완전한 디커플링(Decoupling)에 대한 더 신중하고 목표 지향적인 대안으로 ‘디리스킹(De-risking)’이란 개념을 수용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을 둘러싼 논의에서 ‘디리스킹’이 주목을 받고 있음.
- ‘디리스킹’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함. 미국과 EU 국가들이 우려하는 위험은 크게 서방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과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음.
- 중국에서 유입되는 물품의 경우, 군사적 응용 가능성이 있는 첨단 기술에 초점이 맞춰짐. 미국과 일본은 이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G7 국가들은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 중임. 서방 국가들은 배터리 생산과 녹색 전환에 필수적인 희토류 및 광물 등의 핵심 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
- EU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리튬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음. 또한 대만이 중국의 잠재적 침략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90%에 달하는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함. 미국은 2022년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52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음.
- ‘디리스킹’의 이론적 배경은 명확하지만, 실제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몇 가지 장애물이 있음. 첫째, 기업과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임. 즉, 디리스킹의 시대에서는 자국 기업의 수출 지원이 국가적 목표가 아님.
- 미국의 반도체 기업 Nvidia는 첨단 반도체 칩의 중국 판매가 금지되면 미국 기업이 중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 경고했음. 그러나 미국 관료들은 중국이 이러한 기술을 생화학 무기 생산이나 “딥페이크 뉴스”를 통한 정치 조작 등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함.
- 두 번째 장애물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드는 어려움과 비용임. 서방 국가들은 30년 동안 유지되어 온 핵심광물 및 희토류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 중임. 리셔 스흐레이너마허(Liesje Schreinemacher) 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장관은 중국 없이는 유럽의 녹색 전환이 불가능할 것이라 지적함. 중국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의 최대 생산국이자 핵심광물의 생산국이기 때문임.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 기술 자문을 제공하는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의 제이슨 매서니(Jason Matheny) 사장은 사실 희토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희소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음.
- 서방 국가들의 ‘디리스킹’ 전략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 시장과의 무역을 지속적으로 장려하는 세 가지 광범위한 필러(Pillars)를 기반으로 함. 서방이 제한하려는 리스크가 정치적 강압이라면 이는 어느 정도 일관된 정책임.
- 만약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짐. 놀랍게도 일부 미국 관료들은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음. 전쟁이 발발할 경우 서방 기업들은 중국에서 철수하라는 즉각적 압박에 직면할 것임.
- 특히 주로 중국 남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Apple)이나 수익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폭스바겐(Volkswagen)과 같은 기업에 이는 곧 사업의 존폐를 의미할 수도 있음. 반면, 서방의 한 보안 관계자는 "중국과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 전망함.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