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만에 이루어진 가족여행
지난 해 1월 나의 회갑을 맞이하며 계획한 직계가족 열 명이 모두 같이 가는 여행이 코로나 19로 인하여 연기를 거듭하다가 세 번의 시도 끝에 이루어져 이번 추석연휴를 기해서 통영 동피랑 등 명소와 거제 외도 등 아름다운 바닷가를 2박3일로 다녀왔다.
아들 내외와 딸 내외의 지극한 효심에 그저 고맙고 며느리가 여행 중에도 이이들 교육을 위해 좋은 책을 읽는 모습에 큰 뿌듯함을 느꼈다. 하나님을 잘 믿으려고 애쓴 평생의 결실이 현명한 며느리와 건실한 사위 그리고 건강한 손자손녀들로 이어진 것으로 믿는다.
네 명의 아이들이 어울려 티 없이 맑게 뛰어노는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다웠고 큰 기쁨이었다. 허나 이제는 내 나이와 손자손녀들의 성장기를 고려 할 때 이것이 온가족 모두가 동참하는 마지막 여행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니 깊은 감회가 없을 수 없다.
내가 후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생각하면 많겠으나 여기서는 지금까지도 내 삶의 기둥이 되는 19대조되시는 세종대왕님이 후손에게 남긴 말씀과 헤르만 헤세의 ‘기도’라는 시를 자손들에게 말하여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하고자 한다.
세종대왕께서 남기신 말씀은 “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仁敬]” 이니 그 뜻은 ‘충성되고 효도하고 어질고 공경하는 가풍(家風)을 대대로 지켜가라’는 의미이다.
한편 지금까지도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시 한편은 다음과 같다.
기도(祈禱, Gebet)
..................................Hermann Hesse
신이여, 나로 하여금 내 자신에 대하여 절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러나 당신에게만은 절망치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나로 하여금 비탄을 맛보게하여 주시고
고뇌의 불이 나를 휩싸게 하여 주옵소서.
나로 하여금 온갖 모욕을 겪게 하여 주시고
스스로 견뎌 나감을 돕지 마옵소서.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옵소서.
그러나 나의 모든 고집이 꺽여지거든
그렇게 만드신 분이 당신이었음을 보여 주소서.
당신이 그 불꽃과 고뇌를 낳으셨음을 알게 하소서.
왜냐하면 나는 즐거이 멸망하고 즐거이 죽겠사오나
다만 당신의 품안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 9.10.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