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제대로 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리
-요즘 책을 통 읽지 못하고 있걸랑요 - -;;
생각끝에 얼마 전 다른 게시판(talkcafe.co.kr)에 올렸던 글을 퍼왔슴다.
텔레비전은 가끔 본답니다...
묵은 글 퍼와서 죄송해요오. ^ㅇ^;;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겄지?)
너무도 잘 만들어진 진부함
나는 김효진을 무척 좋아하는 낀세대이다.
김효진이 나오면 얼굴만 보아도 유쾌해지기 마련이었는데
이 광고를 보고 솔직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까짓 광고 하나에 마음까지 혼란스러울 게 뭐가 있느냐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광고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것보다 더 크다고 하더군.
각설하고 내가 느낀 혼란은
이 광고를 좋다 또는 나쁘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데 기인한다.
글쎄...과연 무엇 때문일까?
우선 이 광고는 도도해보이는 신세대 스타 김효진이
사정없이 얻어맞고 급기야 K.O 당하는(!) 쇼킹한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안에 화제인 선행광고의 카피-
"너 400번 보낼 수 있어?...넌 여자를 몰라."
그 뒤를 잇는 시리즈로서
신세대들의 은어인 (문자메시지를) '날리다'를
펀치를 '날리다'로 해석하여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 놓았다.
그러니 이 광고를 본 후 소비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문자 메시지를 사정없이 '날리자'! 그러면...
그녀를 넉다운시킬 수 있다.
이런 요상한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뭐..당연한 거 아니냐구?
그렇지 않다.
왠지 한 번 보자.
지난 광고에서도 그렇지만
문자메시지에 넘어가는 건 '여자'로 한정되어 있다.
'넌 여자를 몰라'라는 카피에서 '또 날려줘~'로 변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실컷 두드려맞은 후 슬로우로 넘어가는 김효진의 표정을 보라.
게슴츠레한 눈망울을 하고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살짝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은 황홀경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입술을 비죽이 내밀고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또...날려줘...응?"(기억이 정확치 않은 걸 용서하길)
끝이 좋으니 모두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되돌아가보면 광고 중간에서 한참 맞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실제 권투시합 중의 선수얼굴이나 폭력사건의 희생자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충격적으로 추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두 '날린다'라는 카피의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말부분에 나타나는 절정감의 아스라한 여운에 연결되기에는
폭력성이 지나친 면모가 엿보이는 것이다.
원인: '여자'로 한정된 대상에 퍼부어지는 강한 폭력
결과: 엑스터시에 빠진 얼굴/순종적이고 애교스러워진 대상의 모습
이러한 인과관계의 연결은
남녀관계에 대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상투적인 해석
즉, 영화나 광고에서 수도 없이 써먹는 환상적인 강간의 이미지를
그대로 연상시킨다.
꼭 옛날식으로 여자는 일딴 자빠드리고 본다거나
여자랑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두들겨줘야...라고 하지 않아도
이 광고가 지니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행태는
아무리 표면적으로는 문자를 '날리다'라고 포장되었더라도
보는 이들의 심성 깊숙이에 각인되는 것이다.
이 광고는 분명히 효과적이다.
시청자라는 이미지 소비자들에게
김효진의 일그러진 얼굴이 던지는 충격으로
심리적 진공을 만들어내고는 그 사이를 틈타서
018틴틴의 러브레터를 날리면
사모하던 미녀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누가 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선행광고와의 연결도 매끄럽고
짧고 강한 카피도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인상이다.
즉... 내용의 고리타분한 진부한 여성비하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광고라고 생각한다.
상태가 이런 지경이니,
평소 광고를 위시한 문화매체에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일종의 파시즘적 행태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광고에 대한 호불호를 말하기가 정말로 어려워진다.
자...그러나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우리는 매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매체들은
우리로 하여금 소비하는 주체처럼 느껴지게 만들지만
사실 우리가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다.
-많은 광고나 프로그램들이 타켓을 설정하고 시작된다는 걸 염두에 두라.
우리는 완전히 포위되어서 바라봄을 강요당한다.
즉, 이제 매체는 우리의 환경이다.
문화적 환경은 우리의 인성을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력 즉 주체적 성격을 지니는데,
환경을 이리저리 재단하고 개척하는 것이 적극적인 방어책이라면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기 이전에
그 아름다운 풍광에 숨은 위험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능력을 배양한다는 건
좀 소극적인...보호색 쯤 되겠지.
매체가 아무리 달콤하고 화려하더라도
일단 트집잡고 보는 삐딱한 시각이 많이 양산되기를 ^___^
카페 게시글
궁시렁궁시렁
묵은글퍼옴-폭력광고 018 틴틴 러브레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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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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