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의혹 제기’ 부승찬 수사, 이번엔 군 방첩사가 나섰다
신형철입력 2023. 2. 23. 17:15수정 2023. 2. 23. 17:50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압수수색
국군방첩사령부가 23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오후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부 전 대변인이 자신의 신간 \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무속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자택과 국방부 재직 시절 사용한 개인용 컴퓨터 등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오전 부 전 대변인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부 전 대변인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첩사는 부 전 대변인의 자택과 차량, 노트북, 전자우편, 국방부 재직 시절 쓴 대변인실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는 부 전 대변인이 지난 3일 펴낸 책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2020면 10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을 언급한 것 등을 문제라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 “에이브럼스의 발언에서 미국은 전시작전권 전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이)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는데 4~6년이 소요된다. 에프오시(FOC·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 실시보다 먼저 핵심 능력부터 구축하라’는 막말을 마구 던졌다”라고 썼다.
부 전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압수수색 영장은 한미 에스시엠과 관련한 것이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 이야기를 책에 적은 걸 문제 삼는 것 같은데 그게 비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며 “그 쪽(방첩사)에서 문제가 된다는 건 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무속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저서에서 지난해 4월1일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본부를 최근 다녀갔다’는 말을 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의혹을 부인하고 부 전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했던 기자를 형사 고발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관련 사항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아니라 방첩사가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방첩사는 과거 민간인 사찰 논란이 대두됐던 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다. 기무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9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체·개편되면서 인원과 임무 범위가 엄격히 축소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안보사의 이름을 방첩사로 바꾸며 다시 힘을 싣고 있다.
방첩사의 압수수색에 대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어 “경찰, 검찰, 감사원에 이어 이제는 방첩사까지 동원해 철권통치를 하려고 하니 윤 대통령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과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꿈꾸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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