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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
4년 전
서서히 주변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소리, 무언가를 치우는 소리 그리고
우는 소리. 덕분에 긴 잠을 방해받은 그는 떠지지 않으려는 두 눈을 힘겹게 떴다. 빛에 손
을 들어 가리려고 했지만 오른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이맛살을 구긴 그는 문
득 터져 나오는 기침을 한다.
“콜록! 콜록!”
꽤 거친 기침소리. 문득 입을 가린 자신의 왼손으로 빛을 가린 그는 화들짝 놀라 두 눈을 크
게 떴다. 첫 번째는 그의 눈이 맑게 보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의 손등에 피가 묻어있다
는 것이다. 방금 혈관을 떠난 따뜻한 피가.
“전하!”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사내의 복장이 아닌, 보랏빛의 풍성하진 못하지만 우
아한 드레스를 입은 알리시아가 걱정을 가득담은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뒤
를 이어 다가오는 커다란 체구의 눈처럼 하얀 머리인 디겔장군. 그 또한 심각한 얼굴이다.
그의 얼굴엔 커다란 고민과 슬픔이 담겨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 전에 침대로 달려온 알리
시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피 묻은 그 손을 보고 눈물지은 알리시아는 말했다.
“다행이에요, 전하. 정말 다행이에요.”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후안은 물으려 했으나 말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오랫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고 그것은 옳았다. 후안의 두 눈에 궁금증을 읽
은 알리시아는 말한다.
“몸이 아직 다 낫지 않았어요. 조금 더 쉬셔야 해요. 얼굴의 타박상이나 부러진 팔, 다리
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배와 등에 베인 상처는 쉬이 낫지 않아요. 정말 살아 계신 게 기
적이에요.”
“그래. 알리시아의 말이 옳아.”
후안은 결국 눈을 감았다. 웃기지만 눈을 뜨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몸은 영영 땅으로
꺼지는 것만 같고 왠지 모르지만 숨쉬기고 힘들었다. 무겁게 누르는 디겔의 말이 아련하게
들린다.
“반 루앙이 아니라면 너는 죽었을 게다.. 그는 너를 구하다 죽었으니까. 죄책감은 갖지 마
라.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너희 왕은 미쳤다. 하루아침에 너희 가문을 멸문시키려고 했다
니. 또 데몬 가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장군의 목소리엔 슬픔, 분노 그리고 묘한 엄숙함이 섞여있다. 알리시아의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고 왕을 욕하는 디겔장군의 말도 들린다. 그것들은 아련했다가도 확연하게 다가왔지만
그 어떤 것도 진정 와 닿지 않았다. 심지어 반 루앙이 죽었다는 데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다. 알리시아는 라이넌이 이곳까지 데려와 줬다는 말과 함께 사건을 설명했다. 후안이 답답
해했던 사연은 이랬다. 왜 죽어야하는 지도 몰랐던 그때 일어났던 일이란 참으로 끔찍했다.
그가 자객들과 싸워가며 죽어갈 때. 바깥에선 이미 불화살의 시위를 당기는 궁병 들이 대거
몰려있었고 그의 하녀와 하인들의 시체가 수없이 구덩이로 던져지고 있었다. 데몬가도 하녀
하인들을 비롯하여 반 루앙의 늙은 부모부터 시작하여 모든 가족들이 죽었다. 반 루앙의 사
위들과 딸들을, 가장 아끼던 갓 세 살이 된 어린 손자까지. 그런데도 반 루앙은 늙은 몸을
이끌고 그에게 왔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죽어가는 그를 이끌고 무조건 도망을 쳤고 수풀을
넘어 담 밑에 향했다. 행여 병사들에게 들킬까 후안의 몸을 땅에 떨어진 잎들로 뒤덮고 미
리 연락을 해놓았던 라이넌을 기다렸다고 한다.
“거기까지.”
그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디겔장군은 말했다. 아마 잠을 잔다고 생각한 모
양인지 알리시아도 곧 동의하곤 커다란 눈을 내려 깔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엉망진창
이 된 후안을 바라본다. 장밋빛을 찾을 수 없는 창백한 얼굴, 비쩍 마른 몸과 여전히 낫지
않은 상처들의 흔적. 의사의 말론 그의 상태는 최악이다. 시커먼 연기 때문에 폐는 망가졌
고 누구에게 당했는지 장기도 손상되어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지 팔다리도 성치 못했
다. 덕분에 그는 숨쉬기가 힘들 것이고 더불어 식사도 힘들어 질것이라 했다. 머리가 다쳤으
니 기억이나 지능 혹은 시력이나 청력에도 이상이 생겼을 지도 모를 것이라고도 했다. 끝내
는 결국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브...리..는...?”
그때 그가 물었다. 거친 목소리에 말하기가 무척 힘들어보였다. 그가 자는 줄만 알았던, 어
쩌면 죽었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갑작스럽게 후안은 몸을
일으키고 왼손으로 가슴을 부여잡은 채 수없이 기침을 했고 새하얀 시트에 피를 토했다. 기
절할 듯이 놀란 알리시아는 서둘러 하녀와 함께 의사를 부르러 뛰어갔고 발작처럼 이어진 기
침이 겨우 멎어지자 피 묻은 입가를 닦은 후안은 디겔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손으로 작아진
후안의 등을 감싸 쥔 디겔을.
그가 듣고 싶은 대답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후안은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고 했다. 어차피 죽어버릴 거라면 모르는 게 나았다. 그렇지만, 그는
그를 두고 거짓을 말할 수 없다. 피를 토하는 연약해진 몸의 그에게, 저 푸른 눈으로 바라보
는 그에게 몹쓸 짓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진실을 말한다.
“죽었다. 네 가문과 함께.”
다시 발작 같은 후안의 기침이 시작됐다. 듣는 사람도 괴롭고, 본인도 괴로운 기침에 알리시
아와 함께 들어온 의사가 미간을 구겼다. 시트는 다시 피로 젖었고 멈추지 않는 기침에 괴로
워하는 후안을 디겔장군은 끌어안았다. 그 품에 안긴 채 후안은 기침을 이었다. 보다 못하겠
는지 알리시아는 등을 돌렸고 그녀의 작은 어깨는 흐느낀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겨우 기침
은 멎어갔고 디겔장군은 그를 토닥인다. 마치 아이가 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에 어이없는 미
소가 지어진다. 거칠게 숨을 몰며 후안은 말했다.
“반 루앙은 멍청해. 이딴 몸을 살리려고 가족들을 떠났다니.”
“그런 소리 마. 나 같아도 그랬을 거다.”
후안의 눈물. 그 뒤로 침묵.
알리시아도 의사도 말을 걸지 못했다. 디겔의 어깨에 걸쳐진 그의 손이 유독 메말라서 인지
모른다. 모두 지금이 그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와중 침묵을 깨고 다시 후안이
말했다. 무척이나 지친 목소리로.
“브리가.”
후안이 디겔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는 디겔장군을 올려다봤다. 그를 처음 본 열여섯 살 때
의 그 얼굴로. 죽음에서 겨우 살아난 그는 무척이나 약해져있다. 몸도 마음도 어린아이처럼
여리고 연약하다. 그의 창백한 얼굴엔 피가 묻어있다. 그리고 폐 속에서 피와 함께 묻어나
온 까만 재.
그가 묻는다.
“죽었어?”
그 얼굴로 묻는다. 금방 죽을 것 같은 연약한 얼굴을 하고. 그 얼굴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가여운 사내를 위해서라도 거짓을 말하겠지만 아쉽게도 반 디겔 백작
은 장군이었다. 체념한 얼굴로 그는 말한다.
“그래. 죽었다. 네 아이들도.”
“죽었어..?”
다시 묻는다. 디겔은 다시 답한다.
“그래. 시신은 찾지 못했지만 아마 집과 함께 탔겠지.”
그 말은 무척 무심했다. 그의 표정도 무척이나 일상적인 일을 말하는 것처럼 덤덤했다. 알리
시아는 매서운 눈으로 디겔의 무심함을 탓한 채 미간을 구겼지만 장군은 괘념치 않은 얼굴
로 말했다.
“네 부인과 아이들이 죽었지만 네놈은 살아있어. 산 사람은 살아야지.”
잔인하게 말한다. 후안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약한 손으로 디겔의 옷을 잡는다. 기
침이 이어지려는 탓이다. 바스락 거린 금빛 자수는 구겨졌고 후안의 손에 묻어있던 피가 스
며든다. 후안은 다시 그의 품으로 쓰러졌다. 다시 거친 기침. 그는 울지도 못하고 통곡하지
못하고 더 묻지도 못한 채. 오직 피 섞인 기침만을 했다.
“마르크스입니다. 일곱 살이고요. 델프라어도 조금 할 줄 알아요..”
그 날 이후 완전히 의식을 찾은 후안은 재활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도 몸이 약해져서
자주 하진 못했다. 게다가 그를 종종 찾아오는 심한 빈혈은 종종 그를 하루종일 침대에 묶어
두기도 했다. 그래도 운이 좋은 것인지 팔과 다리는 무사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문제
는 페, 그리고 눈이었다. 계단에서 구른 뒤로 눈이 안보였다는 후안의 말에 의사는 어쩌면
눈이 제 기능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했고 어느 정도 적중했는지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
다. 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폐에 병이 찾아왔다. 의사는 아마 폐는 뜨거운 연기 덕분
에 새까맣게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말을 증명하듯 기침은 끊임없었고 종종 숨쉬기가 힘
겹기도 했다. 특히 잠을 자다 숨이 막힐 때가 있어 여러 번 죽을 뻔했기에 디겔장군은 그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다 못하겠는지 아름다운 소년을 데려왔다. 그 때는 겨울이 깊어 눈이
쌓이는 밤이었고 아이는 추운 여름옷을 입고 있었다.
“뭐야 얜?”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의 후안이 까칠한 어투로 물었다. 그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침대에
기대있었다. 커다란 눈을 감았다 뜨는 모습은 퇴폐적인 묘한 눈매가 된다. 그의 물음에 디겔
장군은 웃으며 말한다.
“네 목숨을 지킬 아이다. 인사 해.”
후안의 시선은 아이에게로 향했다. 금발 단발머리에 겁먹은 듯 한 두 눈으로 후안을 비롯해
환자의 방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엔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대단해보였다. 그런 눈을 보면 으
레 골려주고 싶은 법이다.
“가라고 해.”
그는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디겔장군은 하녀를 불러 아이를 데려가게 하곤 “씻기고 잠옷으
로 갈아입혀” 라고 말한 뒤 다시 후안을 바라봤다. 후안은 짧게 기침을 한 채 말했다.
“아들을 둘이나 잃은 사람 앞에 사내아이를 데려와?”
“몰랐군. 그렇게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인지.”
표독스럽게 뜬 눈은 마치 계집처럼 보여 디겔장군은 웃음을 지었고 그것이 싫었던지 후안은
그에게 배게는 던진 채 다시 기침을 하며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
가 도착했다. 보송보송하게 말린 머리를 하고 나타난 아이는 자세히 보면 꽤 귀여운 소년이
다. 마치 어린 시절의 후안을 보듯 완벽한 미동의 모습으로 디겔은 곧 아이에게 이불속으로
들어가라 말했고 아이가 볼만한 동화책을 잔뜩 가져다 놓으라고 하녀에게 말한 뒤 그곳을 떠
났다.
갈색과 회색이 섞인 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방에서 나는 환자 특유의 죽음의 냄새와
그 반면 그에게서 나는 좋은 향에 코를 벌름거리던 아이는 물끄러미 자신의 주인이 된 사내
를 바라봤다. 청색의 가운을 입은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간 사내는 상아빛 머리를 헐렁하게 높
이 묶고 흩트려놓은 모양이었는데 뒤태가 영락없는 여자였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는지,
아니면 이루지 못하는 건지 종종 기침을 하던 사내는 곧 싸늘하게 말했다.
“쳐다보지 마.”
그 말에 흠칫한 소년 마르크스는 고개를 돌리고 떨리는 심장이 있는 가슴을 부여잡다 곧 하
녀 두 명이 맛있어 보이는 쿠키와 따뜻한 우유, 그리고 책들을 가져오자 빙긋 미소를 지었
다.
마르크스는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아직 어린 아이였지만 밤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는 소
설, 책, 혹은 지도나 교육도서를 읽어가며 밤새 후안의 곁을 지켰고 후안이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처럼 잠결에 가슴을 부여잡거나 시트를 쥐고 미간을 구기면 서둘러 그를 깨워 창문
을 열고 숨을 쉬게끔 등을 두드리거나 짧게나마 기도를 했다. 다행히 후안은 그렇게 하면 다
시 호흡을 이을 수 있었고 그는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르크스가 자신의 곁에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침대로 다시 올라갈 땐 그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러면 마르크스는 생긋
웃으며 후안의 곁으로 기어들어갔고 아침이 되어 가면 종종 그의 등을 끌어안고 자기도 했
다.
그렇게 보낸 것이 2년. 후안을 두고 죽을 것을 못내 슬퍼하던 디겔장군은 갑작스럽게 쓰러
졌다. 여든이 되어가는 그에게 병이 온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안에겐 꽤 충격으
로 다가왔고 갑자기 아버지의 집에 눌러 앉은 정체모를 미청년을 이상하게 여기던 그의 아들
들에겐 후안을 쫓아낼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후안은 쫓겨나지 않았다. 디겔의 아들중 하나
와 결혼한 알리시아가 이제, 알리시아가 대신 운영하는 언젠가 데스칸테 상단이기도 했던,
이젠 디겔장군의 상단이 된 그 상단의 소유권이 저 사내에게 모두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이 가
장 컸다.
“상단은 너에게 돌려주마. 네 녀석은 곧 내 뒤를 따라오겠지? 내 이 집도 너에게 남기마.
전우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라는 짧은 유언을 남긴 채 디겔장군은 죽었다. 그 날 후안은 빈혈이 심했기에 유언을 전해들
은 뒤 두통을 느끼며 방으로 올라갔고 이틀이나 그 곳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
이미 장례식은 끝나 디겔장군의 시체는 땅속에 묻혔고 알리시아의 도움으로 후안은 디겔장군
의 유언에 따라 이 집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알리시아는 언제나 상단 수입의 반을 후안에
게 보내왔고 후안은 쓸 곳이 없다며 그중 반을 다시 돌려보냈다. 마르크스는 후안에게 승마
도 배우고 글도 더욱 익히는 등, 좀 더 오래 전쟁이야기도 들으며 그와 함께 있고 싶어 했지
만 후안이 밖으로 나갈 땐 심한 빈혈을 막기 위해 일광욕을 하는 경우 정도였고. 덕분에 마
르크스는 나가지 못한 채 낮에는 언제나 잠을 자고 밤에는 언제나 후안의 곁을 지키는 지루
한 생활을 보내야만 했지만 아이는 용케도 잘 이겨내 사람을 믿지 않는 후안에게도 신임을
얻어 종종 그의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마르크스에겐 그의 웃음은 정말 특별했다. 언제나 웃
으면 더 예쁠 텐데 하고 생각했었으니까.
“살아 있었으면 너처럼 말을 유창하게 했겠지. 네 살이면. 사내든 계집이든 말을 하는 법이
니까.”
종종 무심한 표정으로, 무심한 어투로,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듯 한 푸른 눈으로 그는 말했
다. 평소 그가 말을 먼저 하는 건 흔치 않았기에 언제나 물어보고 신나게 답하는 마르크스였
지만 그 말에만은 대답도 못하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살아있다면 네 살이었을 그 누군가가
누구인진 몰랐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슬픔과 분노가 일그러진 묘한 눈. 다신 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눈을 보면 입을 꼭 다물게 되었다.
그 뒤로도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수없는 피를 토하고.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빈혈을
겪고. 발작 같은 기침에 시달리며 오직, 죽음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변화
가 찾아왔다. 어느 날 이웃집에 살던 백작가족이 떠났다. 워낙 주변에 관심이 없었기에 마르
크스가 알려주어도 듣는 둥 마는 둥 이었다.
“옆집에 여자가 이사 왔데요.”
모두를 잃은 뒤 후안은 과거의 그와는 모두 단절이 되었다. 돈도 일도 여자도 하물며 사랑
도 단순히 사치스러운 감정이 되었을 뿐. 그랬기에, 그 때도 마르크스의 말을 흘려들었다.
“세 아이를 데려온 여잔데.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었데요. 사내아이가 둘 여자아이가 하
난데 모두 어려서 여자가 고생이 많다고 얘기들 하던데요?”
역시 후안은 대답이 없었다. 밤이 깊어갔기에 그는 졸렸고 언제나처럼 이불을 끌어올려 덮었
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수다를 떨고 싶은, 무신경한 주인 밑에서 언제나 심심했
던 마르크스의 서운한 얼굴이 어른거리긴 했지만.
“그런데 주인님, 그 여자 델프라에서 온 여자래요. 우리 엄마도 델프라 여자였는데.. 우리
엄마의 이름을 알려주면 그 여자 뭐라도 알고 있는 걸 말해주지 않을까요?”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냐. 심심하면 체스나 둬. 난 잘 거야.”
그 수다가 듣기 싫었던 후안은 턱을 괸 채 마르크스를 바라보며 날렵한 눈초리로 찌릿, 바라
봤고 흠칫한 마르크스는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침대 곁 의자에서 내려와 체스 판으로 걸어갔
다. 다시 잠이 들기 위해 베개에 얼굴을 묻은 후안은 문득 눈을 또렷이 떴다. 델프라에서
온 세 명의 아이와, 그 어머니. 그럴 리 없겠지만, 후안은 물었다.
“혹시, 그 여자 이름을 알고 있어?”
작은 어께를 하고 터벅터벅 걷던 마르크스는 후안이 자신의 말에 관심을 보이자 해맑게 미소
를 지으며 말한다.
“예!”
잠시 기억이 나질 않는지 아이는 자신의 금발을 긁적였다. 그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는 후안
은 미간을 구겼고. 용케도 하녀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그 기억을 되세긴 아이는 말한다.
“위더 부인이래요. 음.. 풀 네임이……. 프리? 아냐.. 음... 그래! 브리...브리 D 위더부인!”
그 때부터였다. 브리의 집에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이 배달되었던 날들은. 죽어가는 몸을
하고 단순히 내가 보고 싶어, 라는 이유로 브리와 아이들을 찾아갈 만큼. 그는 더 이상 이기
적이지 못했고, 고집이 세지도 못했다. 이 몸은 오래가지 못한다. 기적적으로 4년을 버텼지
만 잘 해봐야 2년을 겨우 넘길 것이다. 그리 되면 그는 브리와 아이들에게 있어 두 번 죽는
셈이다.
‘죽기 전 그녀가 살아 있는 것을 알았으니 됐어.’ 그는 그렇게 위로했고 생활고에 시달리
는 가엾은 그녀에게 자신의 생활비를 제외한, 알리시아가 보낸 돈들을 몽땅 보내며 만족했
다. 그것으로 브리와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고 풍족히 살아가면 됐다. 상처를 또 주기 싫다.
상처를 또 받기 싫다. 어차피 죽을 거 과거의 화려하고 당당했던 모습으로 남고 싶다. 거칠
것이 없던 그의 모습으로.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그 모습으로.
병에 찌들어 죽어가는 이런 모습, 볼품없이 마르고 연약해진 모습 따위.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푸석푸석해지는 피부와 예전처럼 찰랑거리지 못하는 머리카락, 움푹 팬 두 눈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푸른 눈은-, 차라리 그녀가 못 보는 게 나았다. 그런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없
는 게 나았다.
깔깔거리며 웃고 저들끼리 노는 모습, 그런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짓는 브리는 보는 것. 그
가 없는 행복한 네 사람의 그림.
그것으로, 이미 그것으로…. 그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
.
.
.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신이시여..”
떨어지지 않았다. 무작정 후안에게 달려든 브리는 그를 끌어안았다. 브리에 의해 후안의 곁
에서 떠밀린 마르크스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후안을 올려다보았고 그의
표정이 지나치게 어두움을 확인한 마르크스는 곧 그것이 모두 상복을 입고 있는 이 여자 탓
이라는 생각에 매섭게 눈을 떴다.
여러 번 생각만 하던 두려운 현실에, 마주치기 싫었던 이 현실에 후안은 현기증을 느꼈다.
알아버렸다. 그녀가 알아버렸다.
매몰차야 해.
“오랜만이야.”
그렇게 말한 후안은 그녀를 밀쳐냈다. 후안의 품에서 떨어진 브리는 그 커다란 갈색 눈에 그
렁그렁 고인 눈물로 그제야 겨우 후안을 제대로 바라본다. 그제야 후안도 그녀를 자세히 바
라볼 수 있었다. 작은 망원경 렌즈 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고 이후로 급격히 떨어진 시
력은 그런 도구 없이 그녀를 볼 수 있게 허락하지 않았다.― 브리를.
그녀의 금발은 더욱 어두워졌고 더 이상 소녀의 얼굴이 아니었다. 얼굴도 더욱 날렵해지고
이목구비에 그늘이 졌다. 그녀도 어른이 되었다. 마냥 소녀 같을 것 같았는데. 더욱 성숙해
진 눈매와 성숙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마치 성스러운 성물을 보는 것 같은 감격에 겨
운 두 눈으로. 매몰차야 하는데, 그녀에게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꾸욱 다문 아랫입술과,
밀쳐낸 것에 대한 의문과, 후안을 본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다갈색의 눈과,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크림색의 새하얀 손등, 검은 상복 드레스자락을 꼭 쥐는
작은 손까지도.
모두 눈에 담고 싶다. 하나하나 놓치기 싫어 그냥 꼭 안아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
다. 이미 본인과도 약속하지 않았던가?
“잘 지냈어?”
그는 웃었다. 원래 이런 가면엔 능숙해, 무척이나 쉬었지만 마음은 따끔해서 견딜 수가 없었
다. 위가 쓰려왔다. 오래전에 손상된 덕분에 작은 부담만 느껴도 음식을 게워내는 그의 위
가. 브리의 눈엔 의아함이 더해 그녀는 이제 눈물을 그쳤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통곡할 것
같은 얼굴로 후안에게 한걸음 다가왔다. 그러자 후안은 한걸음 물러난다. 곧이어 브리의 작
은 어께가 떨렸다. 이도 딱딱거리며 부딪혀, 마치 추워서 떠는 것 같지만 충격에 떠는 것임
을 후안은 알 수 있었다.
“살아 있었어?”
“보다시피.”
“그런데 왜 날 찾지 않았어?”
“잘 살고 있어서.”
그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후안이 상냥했던 남자였나? 어디에서나 미소를
흘리는 그런 사람이었던가? 아니다. 그가 상냥했던 때는 오직 아이들 앞과 침대 위뿐이었
다. 타인을 대하듯이 대한다. 유난히 마른 듯 한 그 몸의 후안은, 이젠 다른 사람처럼 보이
는 얼굴의 후안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연한 분홍빛이 도는 입으로, 창백해진 그 얼굴위에
마치 인위적인 가면처럼.
“우리가 남이야...?”
토하듯 그녀는 말했다. 둘 사이엔 오직 침묵만이 이어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마르크스도 느
낄 무겁고 무거운 침묵. 죽음의 사신이 곁에 와있는 듯 누구도 깨지 못하는 그런 침묵. 그
침묵 속 마르크스는 문득 후안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그는 약해보였다. 안
그래도 오늘 바깥에 나오는 것은 모험이라며 “네가 부탁하지 않았으면 안 나왔을 거야.”
라고 말하던 얼굴이 떠올라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들어 갈 까요?’ 라
고 말을 하려고 마르크스가 입을 여는 찰나.
“왜 왔어?”
후안이 말했다.
44 - 완결
브리, 그녀는 돌아갔다. 왜 왔냐는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토록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잊지 못할 것이다. 어색한 상복과 그 얼굴을. 갈게, 라고 짧게 말하며 그냥 돌아서버린 그 작은 등도.
“안 추워요?”
마르크스였다. 발코니의 문을 어깨로 밀며 품안엔 캐시미어 숄을 안고 나타난 아이는 찬바람에 코를 훌
쩍이곤 후안을 올려다본다. 그는 발코니에 기대어 있다. 마르크스는 조금 더 그에게 다가갔다. 오른 손으
론 금테 두른 일자 망원경을 잡고, 왼 손은 차가운 돌 난간위에 기대어 그는 보고 있었다. 차가워진 바람
에 반을 묶은 후안의 흐트러진 머리칼이 더욱 흐트러졌다.
“주인님-!”
마르크스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화들짝 놀란 것인지 망원경을 놓칠 뻔한 후안은 겨우 그것
을 잡아보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는 별 대답이 없다. 마르크스가 가져온 캐시미어 숄을 받아들곤
느린 걸음으로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얼떨결에 후안의 망원경을 받아든 마르크스는 호기심 어린 걸음으
로 후안이 있던 발코니 끝, 여전히 그의 체온이 남은 그 곳에서 그가 바라보던 것을 봤다.
이웃집의 풍경이다. (예상했던 거지만) 해가 져가는 저녁. 그 집의 정원엔 무수한 마차가 이어졌다. 꾸밈
이 없는 걸로 봐선 짐마차다. 그 집의 아이들은 나란히 있는 마차들 사이에서 뛰어노느라 여념이 없고,
오늘 본 적이 있는 어두운 금발의 부인도 보인다. 분명 검은 상복을 언제나 입고 있었는데 오늘은 연분홍
의 드레스를 입고 숄을 걸치고 있다.
“바람 들어오잖아- 문 닫아.”
후안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마르크스를 망원경을 챙겨들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도 그
것을 보았을까? 마르크스는 눈치가 빠른 아이다. 이웃집 부인이 찾아온 뒤 별 다른 이야기를 길게 나누지
는 않았지만 둘 사이의 분위기만으로 보통사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저 둘은 애틋하다.
“마르크스.”
후안이 말했다. 이번엔 짜증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발코니의 문을 닫고 마호가니인 후안의 책상에
망원경을 올려놓은 마르크스는 곧 후안에게 도도도 뛰어가며 답했다.
“네!”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인 아이. 덩달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곧 다시 기침이 나왔기에 후안은 입
을 틀어막았고 가슴을 쥐었다. 이어진 후안의 기침에 마르크스는 익숙하게 손수건을 가져왔다. 역시 익
숙하게 받아든 후안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다시 마르크스에게 건넸다.
“너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침대에 더욱 기대며 후안이 물었다. 요즘 더욱 피곤함을 느낀다. 지친 팔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쉰 그
를 보며 마르크스는 혹시 그가 죽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괜한 걱정이 들어 서둘러 의자를 끌어다가
그의 곁에 앉았다.
“갑자기 왜요?”
“떠나고 싶어.”
이웃집, 아마도 주인이 애틋하게 여기는 그 여자가 사는 그 집에 짐마차들이 가득 나와 있고 그 집 아이
들도 나들이 가는 복장으로 나와 있었던 것을 방금 본 마르크스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말했다. 분명
시력이 안 좋은 그는 그 모든 것을 세세하게 볼 수 없었을 거란 걸 알면서도. 목소리는 무척 예의를 갖추
게 된다.
“왜요?”
의외로 후안은 쉽게 답해줬다. 그것도, 마르크스를 빤히 바라보며. 마르크스는 그의 푸른 눈이 자신의 눈
을 응시하면 두근거려 볼 수 없게 되어버렸기에, 그가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이 흔치않은 상황에
도 불구하고 고개를 떨어뜨려버렸다.
“도망치고 싶은 건지도 몰라. 난 자신이 없어. 예전엔 나도 강한 날이 있었는데. 몸도 마음도 모두 약해졌
어. 어쩌면 저택에 무너지면서 진짜 나는 죽었을지도 몰라. 껍데기만 남았어. 죽어가는 이 몸뚱이만.”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걸까?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너에겐 어렵지.”
그가 말했다. 마르크스는 종종 주인님은 마르크스,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좋아요.”
이대로는 대화가 끝나버릴 것 같았기에 마르크스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지친 눈을 감으려던 후안은 다
시 그 푸른 눈으로 마르크스를 바라봤다.
“물론 주인님이 하시는 말씀은 언제나 어렵지만 좋아요. 저랑 같이 어딘가를 가자는 것도 좋고요. 히히.
주인님이 이렇게 길게 말씀해 주신 건 처음이잖아요.”
말을 마치면서 쑥스러워져 마르크스는 얼굴을 붉혔다.
“넌 내가 좋니?”
“예.”
“부럽구나.”
“?”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후안의 말은 점점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기만 했다. 그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다는 건 좋은데,
‘혹시 내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앞으로 얘기를 하지 않으시면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불행히도 마르크스에겐 그런 말재간이 없다.
“난 그런 소리 못해. 아니 예전엔 못했어. 아니지 안했지. 예전에 난 그런 소리 하는 건 패배자라고 생각
했어.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따위. 낯간지러웠어. 여자의 마음이나 얻
으려는, 겁쟁이들이나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 나 같은 사람은 그런 말 하지 않는 건줄 알았어. 아래나
곁에서 알아서 알겠거니 생각했지.”
역시 이해할 수 없다. 마르크스는 금세 난처한 얼굴이 되어버렸지만 후안은 오히려 그의 금발을 쓰다듬
어줄 뿐이다.
“그것 때문에 마음 조리는 사람, 무서워하는 사람 바로 곁에 있었는데도. 그것 때문에 너무 외로워하는
사람이 있었는데도. 그 사람은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이미 그것에 대해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가 경고하기도 했었는데도. 난 돌아보지 못했어.”
역시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마르크스는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어려웠지만 알 수 있는 이상한 대화다.
침대에 팔을 올려 얼굴을 괸 마르크스는 도톰한 분홍입술을 꾹 다물곤 그를 응시한다. 그는 마치 울 것같
은 얼굴을 하고 말하고 있다.
“마르크스, 난 잘못만 저질러. 두 번이나 같은 슬픔을 주게 될 거야. 그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게 싫
어. 마르크스 너도 좋아하는 사람에겐 상처주기 싫지? 난 떠나고 싶어.”
그것은 한 번도 그에게 볼 수 없던 모습으로, 마르크스는 큰 만족감 그리고 행복을 느꼈다. 무언가 통했
다는 기분.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나에게는 한다는 기분. 오늘 봤던 그 부인을 기억한다. 무척
이나 아름답고, 무척이나 슬퍼보이던. 돌아가라는 후안의 말에 그 어떤 말도 대꾸하지 못하고 그저 원망
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던.
“그 여자 분이죠?”
후안은 말이 없었다.
“소중한 사람말예요.”
“예리해 마르크스는. 콜록,”
짧은 기침을 하고 숨을 몰아쉰 뒤, 연한 미소를 띤 후안은 머리가 지끈지끈해짐을 느꼈다. 이런 두통은
무척 괴롭다. 끝내는 구토를 유발하니까. 연신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알쏭달쏭한 말을 들은 기분이 되
어 머리를 굴리던 마르크스는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잘못을 저질렀단 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반복하는 거예요? 주인님은 제가 실수를 하면 앞으론 그러지 말
라면서 따끔하게 혼내잖아요. 상처 주는 게 싫으면 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녜요? 주인님은 너무 생각이
많아. 예전에 그분을 슬프게 했다면 다시 돌아가서 웃게 만들면 되잖아요. 나한테 얘기 하던 것처럼 그분
한테도 얘기를 해요.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후안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란 저렇게도 간단한 것일까. 하지만 부럽기도 했다. 그
가 사는 세상도 저렇게 간단했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이 들었다.
“마르크스, 네 조언은 고맙지만. 난. 너처럼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조금 더 먼 미래를 본단다. 지금은 못
잊을 것처럼 아픈 사람이지만. 미래엔 달라. 난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까 어서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나아.
같은 상처를 들쑤시는 거야. 내 말 이해하겠니?”
여전히 알쏭달쏭한 표정이다. 이불을 끌어올려 목을 가린 후안은 웃으며 말했다.
“쿡. 이해하지 않아도 돼. 어쨌든 난 좀 자야겠어. 올라와서 책을 잃든 혼자서 수다를 떨든 알아서 해.”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후안은 미동도 없었고 의자에서 내려온 마르크스는 자신의 동화책이 잔뜩
있는 책장을 향해 걸어가다 문득 멈췄다.
“주인님은 제가 좋아요?”
어깨너머로 묻는 마르크스의 말에 이불속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은 후안이 말했다.
“응. 네가 좋아.”
싱긋 마르크스는 웃는다.
“그 분한테도 그렇게 말해보지.”
“됐어, 설교는 그만 해.”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만족스러웠는지 마르크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주인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것만으로 마르크스에겐 이미 최고의 하루였다. 베시시 웃는 아이. 그러나, 이어진
후안의 기침에 화들짝 놀라 막 꺼낸 책을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만약 주인님이 기침한 뒤에 피를 뱉으면 당장 약을 드려야해. 알겠지?]
‘아차!’
의사의 말이 왜 이제야 기억나는 것일까. 마르크스는 후안의 침대를 바라봤다. 벽에 늘어진 커튼과, 높은
침대머리. 그리고 괴로운 듯 시트를 쥔 후안의 모습.
마르크스는 후다닥 서랍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약통엔 한 알도 남아있지 않았고 어느새 커다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단 아이는 후안을 바라봤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당장 가져올게요!”
어느새 아이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마르크스의 목소리는 희미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죽는 것일까? 지금껏 수없이 겪었던 죽음의 순간들이 지나갔다. 헤렌부인에게 밀려 연못에 빠졌던
어린 시절. 유년을 보냈던 레노아의 피바람 이는 전투장. 로아국을 떠날 때 당했던 피습과 뒤를 이어 여
러 나라에서 죽을 뻔했던 사건들. 그리고, 박동과 함께 울컥울컥 피가 흐르고, 오직 브리만을 찾았던 그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 때. 얼마나 후회를 했던가.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후안은 잘 살고 있었다니 다행이지만. 난 그렇지 못했어. 괴로웠어. 슬펐어. 그 어떤 좋은 일에도 진심
으로 웃을 수 없게 됐고, 종종 하늘을 보며 한숨만 짓는 날만 생겨났어.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았으니까. 찾
아주지 그랬어. 난 그렇게 살았는데. 고통 속에서 그렇게 살았는데 오직 네가 죽은 줄로만 알고. 그렇게
살았었는데.]
나도 보고 싶었어. 나도 그렇게 살았어. 어서 이 질긴 목숨이 끊어지기만 기다리며.
[충격이야. 그래, 4년은 긴 시간이니까. 이해해.. 그래 갈게. 잘 지내.]
가지 마.
“젠장, 마르크스!!!!”
가슴이 아프다. 마음인지 정말 생물학적인 아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 아팠다. 순간 따뜻하고 응어리
진 것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그는 결국 시트에 피를 토했다.
죽는구나.
[그래 갈게. 잘 지내.]
말 할걸 그랬다. 또 후회를 한다. 말 해줄걸. 정말, 모든 걸 바쳐 사랑했었다고. 마지막, 브리의 모습이 어
땠더라? 그래, 여자가 된 모습이었다. 더 이상 화려하지도 순진하지도 않은 그늘진 얼굴의 고통을 이고
사는 아름다운 미망인. 그는 다시 후회를 했다. 왜 좀 더 일찍 그녀를 만나지 않았을까. 좀 더 일찍 만나
그 그늘 거둬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곧 죽을 몸뚱이라도 그녀가 원한다면 곁에 있어줄 수 있었는데. 생각
해보니, 그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아니, 생각조차 못했다.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은 그의 아이들.
- 끼익.
문소리가 들렸다. 후안은 땅으로 꺼져가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잘라야지, 잘라야지 마음먹으면서
도 쉽게 되지 않았던 그 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숨을 몰아쉰 그는 연약해진 몸으로 겨우 침대에 앉았다.
기침은 멎었다. 그러나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힘들어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게 한다.
“왜 이렇게 늦은..”
차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바라본 후안은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열린 문 앞에 서있는 것은 마
르크스도, 그 누구도 아니었다. 아마 일어선 자신의 몸 허리에나 닿을 듯 말듯 한 작은 키에 구불거리는
상아빛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귀여운 꼬마 아가씨.
푸른색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홍색의 곰 인형을 꼭 끌어안고. 침대위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자신
을 똑바로 바라보는 아이. 그 아이의 얼굴엔 묘한 반가움이 섞여있다.
“뭐해? 누나, 안 들어가?”
곧 다갈색 눈을 한 어두운 금발머리의 소년도 나타났다. 베이지의 정장을 입은 소년은 구불구불한 고수
머리를 한 누군가를 쏙 빼어 닮은 아이로. 여자아이의 손을 낚아채곤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자신도 모르게 후안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몸이 휘청거렸고 머리는 어지러웠지만 둔감해진 몸은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둔감해 진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이성을 놓아버린 것인지. 아이들은 후안을 향해 걸었
고, 후안은 아이들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몸을 낮춘 후안은 곧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손을 쥐었다. 작
은 손은 부드럽고 따뜻해 마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의 아이들이다.
“당신이 필요해.”
브리. 그녀가 문간에 서있다. 상복은 벗은 모습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크림색의 부드러운 그 손으
론 작은 아이의 손을 쥐고 있다. 밝은 금발머리에, 푸른빛의 눈 의아함이 가득한 눈으로 후안과 자신의
형제들을 바라보는 작은 아이.
다시 기침이 몰려왔다. 팔로 입을 막고 주저 앉아버린 후안은 쉽게 숨이 쉬어지지 않는 답답한 가슴을
쥐었다.
“저리 가..”
저주받은 병. 죽기보다도 싫은 일이 일어난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달갑지 않았다. 겨우 기침이 멈
춰지자 후안은 웅크린 몸을 일으켰다. 꽤 힘들었기에, 그의 눈가엔 어느덧 눈물이 고여 있다.
“많이 아파요?”
후안이 몸을 일으키자 로잘린이 몸을 숙였다. 무릎을 세우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언제나 새침하고 표현
이 없는 차가운 꼬마 아가씨가. 그렇게 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브리와 함께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
했던 자식이 눈앞에 있다. 겨우 짧은 단어나 말하고 집안을 어지럽히는 재주밖에 없던 아이가 이젠 걱정
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도 한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더 이상 아이를 보기가 힘들었다. 아이가 이렇게 자랄
동안이나 그는 죽은 사람이었다.
“잘 봐. 이런 몸이야.”
후안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휘청거린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지만 곧 중심
을 잡고 침대에 앉았다. 그런 그를 브리가 바라본다. 걱정도 슬픔도 없는 그저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로.
그녀는 아돌프의 손을 여전히 쥔 채 방안에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후안이 말했다.
“난 죽어. 너보다 훨씬 빨리. 아이들이 더 자라는 걸 볼 수 없을 만큼 빨리 떠날 거야. 여러 사람을 죽이며
살아났어도. 몸은 망가져버렸으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잖아.”
아돌프를 놓은 브리는 후안을 향해 걸었다. 그러나 후안은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 매섭게 그녀를 노
려본다. 하지만 그가 그럴수록 브리는 더욱 아플 뿐이다. 브리가 그늘진 부인이 되었다면, 후안은 약했
다. 반짝반짝 빛이 나던 그 모습은 이미 간 곳이 없었고 병에 지친 모습뿐이다. 홀로 그렇게 아파했을 그,
괴로워했을 그. 그의 말처럼 그는 곧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장애가 되지 못한다.
“이렇게 살아있는걸.”
브리는 말했다. 두 손을 맞잡고 그녀는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다. 그런 미소를 보면 후안
은 더더욱 그녀를 밀쳐낼 수밖에 없다.
“가.”
“싫어.”
“..제발.”
후안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병약해진 그는, 더 이상 예전처럼 빛나지 않는 그는. 겁
쟁이가 되어 홀로 죽음을 맞으려고 한다. 스스로 밀쳐내고 있다. 그런 건 옳지 못함을 브리는 잘 알고 있
었다.
“하지만..”
“난 예전과 달라! 예전의 나는 없어. 이렇게 죽어가는 몸뿐이야... 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단 말이야!”
후안에게 다가가던 브리가 멈췄다. 후안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로잘린도, 로렌초도, 그저 겁먹
은 표정으로 형, 누나들의 곁에 붙어있던 아돌프도 모두 화들짝 놀란 얼굴이 된다. 마치 모든 것이 정지
가 되어버린 듯 조용한 침묵이 모두를 눌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 까.
“내가 좋아한 건. 너무 사랑했던 건. 후안의 돈도, 명예도 아니야. 그런 거라면 나 이미 가지고 있었고. 또
그런 게 내 곁을 지키고 있을 때도 난 외로움을 느꼈는걸. 내가 사랑하는 건 오직 후안이라는 한 인간이
야. 데스칸테도, 딜렌도 아닌. 당신 자신. 지금의 죽어가는 그 모습까지도. 내겐 너무 소중해.”
후안의 앞에 브리가 섰다. 그녀의 드레스의 주름마저도 보이는 가까운 거리. 후안은 고개를 돌렸다.
“가.”
매몰차게 말하지만 브리는 오히려 그의 손을 쥔다. 메마르고, 아픈 그의 손을.
“너무 소중한 당신을, 내게서 뺏어가지 말아 줘. 겨우 찾았는걸. 영영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얼
마나 행복한 지. 당신은 모를 거야. 후안, 내가 기대. 제발 내게 의지해 줘.”
“행복은 잠시야. 난 널 또 한 번 아프게 할 거야.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갖지 못할 정도
로. 난 싫어.”
손을 빼며 후안은 말했다. 무릎을 꿇은 브리의 어깨너머로 언뜻 보이는 아이들에게 애써 시선을 주지 않
으며, 못내 향하려는 그 시선을 애써 저지하며 그는 말한다. 브리의 점점 사그라지는 미소에 통증을 느끼
며.
“싫어도, 곁에 있어야 해. 반년이나 나를 모른 척 했으니까. 그 벌이야.”
브리는 다시 후안의 손을 잡았다. 후안 연약한 손은 너무나도 말라있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서러
워졌다. 브리는 후안 앞에서 죄인이 됐다. 그를 이렇게 만든 건 그 누구도 아닌 그녀의 동생이다. 그 누구
보다도 아름다웠던 사람, 그 누구보다도 거칠 것이 없던 사람, 그 누구보다도 당당했던 사람, 그 누구보
다도 빛났던 사람. 그런 사람이 이렇게 슬픈 모습으로 그녀를 밀쳐낸다. 바보처럼 아프게 하기 싫다며.
“필요해. 아이들의 아버지가, 나의 남편이. 그 자리는 당신 아닌 다른 사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오직
후안만의 자리야. 후안이 이렇게 있는데 그 자리를 왜 비워 둬야 해? 왜 두고 떠나야 해? ....우리 얼마나
슬퍼했어. 함께 하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브리는 웃었다. 어느덧 웃는 그녀의 얼굴을 따라 또르르 눈물이 흐른다. 그 얼굴에 차가운 후안의 손을
가져다 댄 브리는 짧게 키스를 했고 곧 후안은 그 손을 다시 매몰차게 뺐다. 곧 그의 시야는 브리를 넘어
아이들에게 향한다. 세 아이 모두 우두커니 서서 후안과 브리를 바라보고 있다. 눈물을 보이는 어머니와,
죽어가는 몸의 아버지를. 언젠간 화려했던 두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그토록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난 죽어.”
후안은 브리를 응시했다. 푸른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일렁이는 푸른 눈엔 브리가 가득하다. 브
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나도 언젠간 죽어.”
“너 또 아플 거야.”
“또 아프지 뭐.”
“난 예전의 내가 아냐.”
“나도 변했는걸. 누구나 변하잖아.”
대답을 마친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곤 후안의 볼을 타고 흐르는 그 눈물을 스윽 닦아주곤 말한다.
“후안이 없으면 나 아무것도 아닌 걸.”
곧 후안의 마른 그 손이 따뜻한 브리의 손을 쥐었다. 어느새 그녀도 울고 있다. 미세하게 떠는 그 목소리.
그 뒤로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어느새 아이들이 부부의 곁에 모인다. 로렌초와 아돌프가 걱정스러운 얼
굴이 되어 엄마의 치맛자락을 쥐고 있다면, 로잘린은 후안의 은회색 옷자락을 쥔다. 어느새 울상이 되어,
눈물이 가득한 눈에 제 아버지를 담고 후안을 바라본다. 마치 처음부터 후안이 아버지인줄 알았다는 그
얼굴을 하고. 당신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는 그 얼굴을 하고.
후안은 그 언젠가와 같이, 피식 하고 미소를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말 못 이기겠어.”
내뱉듯 드디어 그가 말했다. 그리곤 눈물이 떨어졌다. 브리는 그만 그를 끌어 안아버렸다. 그리고는 엉
엉 소리를 내어 운다. 그토록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며 새삼 너무 말라버린 후안의 몸을 실감하며 그녀는
후안의 품으로 쓰러졌고 그런 그녀의 작은 어깨를 후안은 꼭 끌어안았다.
11년 전. 지금보다 훨씬 어린 얼굴들을 하고 앞으로의 일들은 하나도 알지 못한 채. 서로의 비밀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거짓키스를 하고, 거짓맹세를 하고 우린 과연 사랑하게 될까? 라는 어리석은 질문도 던지
며. 그저 떠밀려 하게 되었던 결혼.
그리고 11년 후 서로 깊은 사랑을 하고, 더 이상 어리지 않으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끝나게 될 것인지 그
끝이 얼마나 슬플 것인지 알면서도 어렸던 그 때와 같이 다시 시작한다. 어리석다 말해도 좋을 만큼, 서
로를 사랑하기에. 더 이상 무모하지도 못하면서도, 그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돈도 잃었다. 명예도 잃었다. 사람도 잃었고. 가문도 잃었다. 그러나 언제고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모든 것을 잃어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같은 눈, 같은 마음을 한. 한결같은 그 사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fin.
※
끝났습니다. 해피해피!
완결엔 흡족해요.
후..
사실 땡스투로 포샵으로 길~게 예쁘게 만들어보려고햇는데
제가 일을 시작한지 좀 되서요.
좀처럼 시간이 안나요. 빨리 끝난게 이 시간..ㅠㅠ
짧게나마 소설 끄트머리에 감사하다는 말 남기겠습니다.
정말 긴 소설 끌고오면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컸어요.
만약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았을겁니다.
정말 감사해요. 진~짜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를만큼....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보다 더 나아진 다음 소설로 뵙겠습니다.
+ 원래 번외가 바로 나와야했는데.
제가 일을 시작한지 좀 되서 글을 쓸 시간이 없네요.
길게는 일이주 정도 시간이 안날것같습니다.
고로, 번외는 기다려주세요. ㅠ_ㅠ
쌍둥이들이 18살이 됐을때의 일이랍니다. 흐흐
첫댓글 우히- ㅇ_ㅇ* 여기서 접하는 완결이 더욱 새로운 것 같앵...... < 얘 뭐래니-_-;
흑흑~ 감동적인 결말! 후안... 기적적으로 살아! 드래곤 하트라도 먹어버리는거야~!! 오옷!
완결

후안과 브리가 많나서 다행이에요
휴

아- 역시, 후안과 브리는 소울메이트였군요 ㅠㅠ!!! 완결 축하드려요!
흑흑 ㅠㅠ 눈물나와요 ㅠㅠ...반루앙도 너무 좋았는데 ㅠㅠ~슬퍼라...... 아아 어쨌든 후안브리 너무 잘됐어요.(순간 후리브안이라고 썼다는 ㄱ-)
아아.. 반루앙이 후안을 살리고 대신 죽었군요.. 가드미온 너무했다 ㅠ ㅠ 화풀이를 데스칸데 가문에게 하다니.. 그래도 둘이 다시 만나서 다행이에요..
으아
ㅜ 너무재밌어요 

ㅜ너무슬프고 재밌었어요 
아아아아 완결이군요!! 정말 재미있게봤어요 히제이니임~ 후후 반루앙정말좋았는데..ㅜㅜ! 정말재미있게봤어요,뭔가 여운이 조금남으면서도 ㅎㅎ 멋진완결이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 번외를기다릴차례군요! 정말 최고에요~~
벌써 완결이라니요ㅠ_ㅠ!!! 혹시 3부를 생각하실 마음은 없으신가요=_=..? 좋은 아이디어 일듯..ㅎㅎ 브리랑 후안은 역시 다시 만날줄 알았어요!!! 후안 죽이셨으면 미워 했을꺼야!!!ㅎㅎ 알리시아가 결혼을 햇다니=_=;;; 쇼크적이였어요!!ㅠ_ㅠ 담 소설 들고 빨랑 오세요!!!!!!
눈물나왔어요.
우와 엉엉 울었어용



너무너무 머시따 마지막 그 말



으히히히
진짜 

감


히제이님


이제 건필하란 소리두 못하겠네용


히제이님 소설 너무너무 좋았어요

마지막 해피엔딩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구 완결내신 거 정말 
드려요

하기 힘든 거 잖아요

진짜 
드려용


>_<
헐 슬프네요 그럼 후안은 앞일에 죽는건가요? ;; .......이렇게 허무할줄이야......브리랑 후안 너무 불쌍해요 아이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