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다 타버렸네. 그만 써야겠어. 여보, 난 최선을 다하길 바라고 있어. 당신에게 이 편지가 닿기도 전에 당신의 걱정은 최고의 소식으로 끌날 거야. 어느 쪽이든 빨리 끝날 거야. 우리가 성공할 확률은 5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한 방 먹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 거야. 대단한 사랑을 보내며 당신의 영원한 사랑, 조지가.'
1999년 5월 1일(현지시간)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50m) 북사면에서 영국 등반가 조지 맬로리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그의 옷 주머니에서 세 통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손수건에 싸인 채로 함께 발견됐다. 맬로리는 에베레스트에 왜 오르려 하느냐는 질문에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유명한 산악인이다.
그는 이 편지들을 1924년 5월 27일 에베레스트 캠프1에서 촛불에 의지해 썼다. 위 인용문은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문단인데 맬로리가 등정 성공 확률을 1-50의 확률 밖에 없다고 솔직히 인정한 점이 가슴 저미게 다가온다.
1953년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를 초등하기 전에 맬로리가 이 세계 최고봉에서 사라진 100주년을 맞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은 그와 아내 러스가 주고받은 편지 840통을 온라인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공개했다고 익스플로러 웹이 25일 전했다. 지금까지는 이 대학 문서고에 보관돼 작가나 학자들만 열람이 가능했는데 이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맬로리의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스크린을 통해서도 맬로리의 손글씨로 그의 마지막 나날을 살펴보는 일은 감동적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맬로리는 앤드루 샌디 어빈과 함께 등정에 나섰다가 그 해 6월 8일 일행에서 떨어져 사라졌다. 대부분의 편지들에서 잉크는 또렷해 마치 최근에 쓰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세계 최초의 완등이란 난제를 앞두고 희망이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의미있다.
두 사람이 어떤 상황에 그런 비극을 당했는지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실종되기 전에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는지가 끊임없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번에 온라인에 공개된 맬로리 콜렉션은 이들의 마지막 나날에 대해 더욱 깊이 들어가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개인 서류도 있고, 역사적인 문서, 1914년부터 10년여의 편지들이 있다. 그런데 산뿐만 아니라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맬로리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러스의 절절한 심정을 담은 편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