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인 선교사가 아프리카 우간다에 세운 쿠미대학교는 지역에서 명문대로 꼽힌다. 그동안 2명의 도지사를 비롯해 국회의원과 국제 NGO 활동가 등을 배출하면서 우간다 속에 기독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거쳐 간 총장들은 모두 선교적 마인드를 갖고 ‘학교 사역을 통한 선교’를 지향해왔다. 2014년 10월 부임해 2년 넘게 일하고 있는 이영길(52회) 총장도 마찬가지다. 직함은 총장이지만 선교사 마인드가 강했다. 그는 인도 비하르에서 18년간 선교사로 일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총장은 “인도에 있을 때 가난한 아프리카를 위해 3년간 기도했는데 신기하게 쿠미대로 가게 됐다”며 “기독교 영성을 갖추고 기술을 가진 현지인 리더를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활동하던 그는 당시 신학생들과 함께 ‘받지만 말고 우리도 주자’며 아프리카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막상 아프리카에 와보니 인도보다 훨씬 더 가난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부임 후 학생 모집과 산학협력, 1인1기(技) 갖기, 기독교 영성 강화 등에 주력해왔다. 우간다는 정치적으로 공화국 체제이지만 여전히 왕국을 겸하고 있다. 쿠미대가 위치한 쿠미 지역은 테소(Teso) 왕국에 속해 있다. 테소는 우간다 내 60개 왕국 중 두 번째로 크다. 쿠미대는 이런 왕국의 ‘기독교대학’으로서 지역 리더를 배출하고 있다.
“테소왕국 안에 1500개의 씨족이 분포돼 있습니다. 왕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이들 씨족에서 젊은 인재를 보내달라는 협정도 맺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이 증가해 지금은 10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학교 내에 문을 연 새마을운동센터는 테소 지역 종합개발을 위한 통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정신을 우간다 사회에 적용해 총체적 개발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쿠미대는 충북 보은의 보나팜영농조합의 자연 양계 농법을 도입, 대학 내에 4개의 계사(鷄舍)를 완공했다. 이 총장은 “자연 양계 농법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환경오염이 없어서 주민 보건 등에 유익하다”며 “이를 통해 대학의 자립 기반을 확보할 뿐 아니라 졸업생들의 자립수단으로도 활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점점 사막화되고 있다. 과학농법을 적용해 아프리카 토양에 맞는 농업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간다는 인구 84.7%가 기독교인일 정도로 기독교가 강세다. ‘쿠미’라는 말도 ‘일어나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와 관련이 있다. 주전 10세기 무렵 솔로몬왕을 방문했던 스바 여왕(에티오피아)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이 총장은 전했다.
‘선교대학’ 쿠미대는 지난해부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성경읽기와 묵상 시간을 갖고 있다. 또 3명의 학생을 인도 선교사로 파송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커리큘럼 마련이 최대 숙제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자비량 선교사를 보내달라고 한국교회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