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발행되는 한인주간신문 <선데이저널>(www.sundayjournalusa.com)에서 지난주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었다"는 1차 단독기사와 "언론사에 광고 내고 뒷돈만 주면 별 볼 일 없는 기업도 우량기업 되고 비리의혹 공기업도 비판여론 덮고 10대 브랜드 선정으로 히트상품 된다"는 2차 단독기사를 연거푸 보도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계 내부에서 말로만 떠돌던 "돈으로 방송을 조작하는" 추악한 뒷거래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종편 4사 중 MBN 한 방송사 것만 공개되었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 정도만 공개된 셈이지만, 이번 '종편광고 X파일'의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국내 언론은 이 문제에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혹시 자신들도 비슷한 수법의 추악한 뒷거래를 하고 있어서 지금 숨죽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그저 터무니없는 추측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나 결코 이런 추악한 뒷거래를 그냥 없었던 일인 양 덮어 버릴 수는 없다. 본격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돈으로 프로그램 제작이나 방송 편성에 개입하는 것은 범죄행위
각종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종편광고 X파일'에 나타난 문제점 중에서 우선 지적할 것은, 기자를 광고영업과 협찬유치에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광역시청에 대해 "000기자를 통해 (광고비)증액 추진(2015.1.9)"했고, "000기자 대변인 접촉하여 미팅 시 1월 집행하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져 광고송출(2015.1.16)"하는가 하면,
"지방 주재기자 금년도 영업 매출 자료 정리 2015년도 주재기자와 협업방안 모색(2014.12.10)"하고, kb금융지주와는 "경제부 000부장 kb금융지주 000부장 미팅, MBN 올해 -2억여 원 부족한바 광고로 최대한 풀어달라 요청(2014.12.1)"하는 한편, KT와는 "보도국 통한 단순 협찬보다는 아이디어 공유하여 서로 필요한 협찬을 만들자 협의(2014.12.16)"하였으며, 괴산유기농박람회 측과는 "다큐M 플러스팩(다큐+보도)2억원, 황금알 필러팩(PPL+필러광고)6천만 원 제안(2014.12.30)"하는 등의 실로 놀라운 수준의 뒷거래를 자백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돈으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공사와는 "금년도 하반기 컬러풀아프리카 선청구 되었던 건 12월 경제포커스에서 소진 예정, 12월 6일 경제포커스(이슈포커스)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다뤄지며, 한국전력공사에 대해 부각할 예정(2014.12.2)"으로 통모하였고, 또 목우촌과는 "<알토란> '2월 영양가 최고! 고기 고르는 법' 아이템 방송, 소고기 현물 및 2,000만 원 협찬 제안서 작성(2015.1.12)"하였으며, 통영굴수협과는 "천기누설 협찬진행, 통영굴수협과는 2,000만 원까지 컨펌 받은 사항….
2/7일 방영 조건으로 천기누설 겨울바다 건강 편에 진행 가능해 보임. 담당 000 PD와 협의(2014.12.29)"하면서, 한국인삼공사와는 "천기누설 협찬 진행, 1/25일 수족냉증 편에 홍삼 아이템 진행의 건, 3천만 원, 익일 예능0부 000부장 최종 컨펌시 진행(2014.12.29)"하는가 하면, 또 "홍삼 관련 광고주라고 함, 다큐M 제작/송출 1억 원 제안(2014.12.23)"하였고, 세계군인대회 측에는 "필러광고 3개월+일반광고 3개월 총 1억5천만 원 제안, 현장르포 특종세상 프로그램 제작 2,000만 원 제안(2015.1.15)"하는 등 참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돈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기법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보문트레이딩(주)와 "천기누설 재방 확정, 1월 5천만 원"(2015.1.20)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데, 각각의 해당 업체에서 2~5천만 원씩 받는 사례도 부지기수로 나오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 기자를 광고영업에 동원한다거나, 돈으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이나 방송 편성 또는 재방송 편성에 개입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처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인데, 백주에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렙법 제정할 당시부터 "예고된 참사"
한편, 파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협찬 명목으로 방송사가 돈을 받는 사례들이다. 대표적인 것만 보더라도, 삼성그룹과는 "12월 프로그램 제작협찬 증빙자료 작성, 프로그램 5개 협찬/15억 원), 어울림, 황금알, 사노라면, 엄지의 제왕, 나는 자연인이다.(2015.1.02)", (주)LG와는 "12월 2억 확정, 1억 광고 소재 집행, 1억 신성장포럼(2014.12.2)", 기업은행과는 "12월 2억 협찬 공문 접수, 금액이 큰 관계로 단순 프로그램 협찬 아닌 MBN에서 '캠페인제작+송출 패키지'로 제안(2014.12.3)", KB금융지주와는 "금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캠페인 2억 원 접수(2014.12.4)", 그리고 GS칼텍스와는 "12월 1.5억 협찬 확정, 증빙: 1억 11월 캠페인 방송분/0.5억 1억 캠페인 방송으로 처리(2014.12.22)", 등 협찬 명목으로 방송사가 엄청난 돈을 받고 있었다.
관련 내용을 보다 보니, 거의 뇌물 성격에 가까운 금품을 방송사가 협찬 명목으로 위장하여 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협찬 회사나 기관들은 협찬금을 사용하여 방송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고, 방송사는 돈을 받아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끼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방송사와 협찬사가 밀약하여 시청자를 상대로 "협잡"하는 추악한 뒷거래임이 분명하다. 이번 기회에 방송법을 개정하여 협찬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공공적 규제 방안을 도입해야 마땅하다.
이번에 폭로된 X파일을 접한 소감은, 종편 방송사가 자회사 등의 방법으로 '자사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만들 수 있도록 미디어렙법을 제정한 당시부터 "예고된 참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종편 방송사가 자사 렙을 통해 광고주와 거래하는 것은 사실상 종편 방송사가 직접 광고주와 거래하는 것과 진배없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미디어렙법 제정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이나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필사적으로 자사 렙 허용을 반대하였지만, 역불급에 그쳤던 아픈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번에 너무나 적나라하게 자사 미디어렙의 폐해가 드러난 이상, 한시바삐 법 개정을 통해 자사 렙을 금지하고 대신 복수의 공공 미디어렙으로 재편하여야 한다. 그 방법이 광고주와 방송사 간의 편법, 탈법적인 검은 뒷거래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연예계 X파일'이나 '삼성 X파일' 등이 폭로되었지만, 그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흐지부지되면서 묻혀버리곤 했다. 아마도 이번 '종편광고 X파일'도 언론사나 방통위 등의 규제기관 또는 수사기관에만 맡겨 놓으면 똑같은 신세가 될 위험이 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