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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고가 나던 날에도 오늘처럼 석양이 아름다웠다. 물론 하늘 위에서 볼때 그랬지만...
새카만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갑작스런 소나기인지 잡다한 것들을 뒤집어쓰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괌 국제 공항에서 21km떨어진 녹지에는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날아온 국제선 비행기의 추락에 이은 폭발 사고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활주로 건설 계획에서 배제된 이곳은 괌 국제 공항 건설 이후 유력한 투기 대상에서 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였다. 날씨 좋은 날이면 많은 아이들이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곤 했다. 그렇지만 이국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추락하여 폭발한 이후 몇 달동안 이곳은 여러 기자들 및 관계자들로 인해 지독하게 복잡했고 어린이들이 뛰어놀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사건 발생 후 다섯달째인 지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것은 거의 잊혀졌다. 비록 여기저기 불탄 비행기들의 잔해와 여러 물건들과 새카만 재들이 널려 있었고 폭발의 흔적과 잔해들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터라 예전의 푸른 모습은 아직 되찾지 못했지만 이곳은 다시 많은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달려가던 한 아이가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콰당
"에엣!"
굵은 빗줄기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감싸고 있던 포대자루를 놓친 아이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누더기를 걸친 아이의 무릎이 까졌는지 피가 새어나왔다. 스프링처럼 일어난 아이가 짜증스런 표정으로 뭐에 걸려 넘어졌는지 바닥을 살펴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어떤 거무스름한 기계가 아이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다.
"어...이게 뭐야?"
비행기의 잔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 듯 그것은 반 정도 새카맣게 타 있었다. 그렇지만 괌의 미개발 지대에서 몇 년 안되는 인생을 살아온 아이의 눈에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특이한 그것의 모양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이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의 눈에 화난 표정의 엄마가 보였다. 그러나 눈치없는 아이는 반가운 표정으로 손에 든 것을 흔들며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오늘 스콜 내린다고 나가지 말랬잖아! 넌 왜이렇게 엄마 말을 안듣니?"
"재밌는거 주웠어! 엄마 이게 뭐야?"
엄마의 훈계에도 아랑곳없이 아이는 들판에서 주운 뭔가를 엄마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살펴보는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의 눈에도 그것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든 엄마에게 생소함은 흥미로움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반 정도 녹아내린 그것의 외양이 엄마에게 더욱 묘한 공포감을 주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혹시 비행기 떨어진 들판에서 주운거 아니야?"
"응 맞아. 이거 어디다 쓰는 거야? 신기해."
"이런것!"
엄마가 아이의 손에서 기계를 나꿔챘다. 흥미로운 장난감을 뺏긴 아이의 눈이 금세 울상이 되었다. 엄마가 약간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것을 다시한번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 엄마는 전화기를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엄마의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심으로 가득하던 눈은 조금씩 무언가에 대한 즐거움으로 바뀌어 갔다. 여기저기에 전화를 바꾸어 거는 엄마의 입가에서는 피식피식 웃음도 새나왔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긴 전화를 끊은 엄마가 아이를 안아올렸다.
"정말 잘했어! 당분간 생활비 걱정은 없겠네! 호호."
반쯤 녹아내린 플라스틱으로 된 기계의 정면에는 망가지지 않은 렌즈가 먼지를 잔뜩 먹어 뿌옇게 변해 있었다. 그것은 일제 캠코더였다.
며칠 후 서울 경찰청의 한 간부가 인터폴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오?
전화를 받고서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를 주위 직원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상적인 전화라고 생각했던 그는 수화기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정신없이 흘러나오자 심히 당황했다.
".....................통...통역관! 없어? 영어..영어할 줄 아는 사람 없어? 쏘..리... 웨..웨잇..."
경찰청 내에서 국제 범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담당관이 급히 달려와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심각한 목소리로 뭔가를 급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점점 커져갔다. 그는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급히 수화기를 내리고 다시 다른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 전화를 받은 간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전화여? 왜그렇게 눈이 휘둥그레지는겨?"
"사고 당시 비행기 안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발견됐답니다! "
"뭣!"
사고 당시 대한항공 보잉 777기 801편 항공기 내 비지니스 클래스 석의 어느 승객이 가지고 있던 캠코더의 영상은 사고 다섯 달만에 비행기가 추락한 들판에서 발견되어 한국으로 우송되었다.
김성준이 살해된 다음날의 일이었다.
9
"음...니 꿈에 나온 인간의 이마에도 이런 사마귀가 있었다?"
영석의 장례식을 마친 승현과 수혁은 앨범에서 꺼낸 영석의 아버지 유재훈의 사진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수혁의 짙은 눈썹이 살짝 밑으로 찌푸려져 있었다. 승현은 그런 수혁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뭔가...글쎄..말도 안되는 거 같지만...내 꿈에 나온 건 그다지 사람같지가 않았어...그냥..뭐랄까...어쨌든 보통 사람이 조그만 조명등 위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사람같지 않을 정도로 말라 있고...그래 지독하게 메마른 어떤 미라 같은 모습이었어. 글쎄...그런데 그 사람...사람은 아니고 어쨌든 그것의 모습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게...그 커다란 사마귀였어. 이마 정가운데에 붙어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영석이의 아버지 이마에도 비슷한 게 붙어있는 거지? 아니야. 비슷한 게 아니야. 꿈속에서 본 이미지랑 너무 똑같단 말이야..."
"음...."
승현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수혁이 사진을 다시한번 훑어보았다.
"이사람 이름이 유재훈이라 이거지...그리고 너네 이복형네 집안이랑 꽤나 나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이름이 같고 말이야..."
"나쁜 인연 정도가 아니야...김수산씨는 이사람을...물론 등기부상 기록으로 추정한 것일 뿐이지만 사회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박살내버렸다구... 그렇지 않으면 그런 말도 안되는 기록이 나올 수가 없어."
"그 뒤로 유재훈이란 인간은 어떻게 됐는데?"
"나야 모르지...아마...불쌍하게 살다가..지금쯤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지...젠장...그런데 왜 그게... 느낌이 이상해...안좋단 말이야..."
"그으래..?"
사진을 내려다보고 있던 수혁의 눈이 잠시 번쩍이는 느낌이 들었다. 승현은 언뜻 보면 사소한 일일 수 있는 일에 지나친 호기심을 보이는 수혁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녀석 형사 그만두더니 좀 이상해졌군....'
"분명히 그 집안, 너네 이복형네 유족 중에서 누가 죽었다고 그랬지? 상당히 잔인하게 말이야...목이 한번 쳐서 반 이상 잘려나갈 정도로 엄청난 무기에 의해서 라고 했었지...혹시 니 꿈속에 나왔던 이마에 사마귀 있는 미라가 비슷한 무기같은 거 들고 있지 않든?"
갑자기 왜 아까 한 이야기는 다시 꺼내는 걸까? 승현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커다란 양손 가위가 기억났다.
"그...그래...."
수혁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뭔가를 중얼거렸다. 승현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수혁의 입모양으로 인해 수혁은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수혁의 입모양은 ...복수...라는 글자를 그려내고 있었다. 중얼거리던 수혁이 승현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니 말 듣고 다시한번 보니까 진짜 기분나쁘긴 기분나쁘다. 이아저씨 눈빛이 왜이렇게 재수없냐...그리고 이마에 붙어있는 사마귀는 또 왜이렇게 큰거야...그런데 말이야..."
자신이 왜 떨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승현이 떨리는 눈을 수혁에게 향했다. 창백해진 승현과 대조적으로 수혁의 얼굴은 상당히 침착했다.
"꽤나 묘하고 위험해 보이는 사건이구만...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그리고 해주고 싶은 말은...별로 없다. 그런데...그런데 말이야....세상에 말이 안되는 건 없어. 어쨌든 언제 어디에서든 그리고 어떤 일이든지 세상에서는...그것도 우리 눈앞에서 모든 일들은 일어나고 있단 말이야.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많은 일들을 말도 안된다는 것으로 거짓으로 만들어. 그건...그건 그 일들이 정말 말이 안되어서가 아니야. 기억하기 싫은 일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사람들은 은연중에 분명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을 공포의 그림자 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 뿐이야. 그게 사회, 혹은 대중의 심리라고 할 수 있어. 상당히 단순하고...쓸데없는 생각들만이 그들을 지배해...진실은 아무데도 없지."
침착하던 수혁의 말투가 약간 격앙되었다.
"그리고 말도 안된다...를 비롯한 많은 이야기들로 그런 일들을 있을 수 없는 일, 혹은 거짓으로 만드는 건 그 일의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모욕이 돼...난...난...그런 일들의 피해자들을 직접 본 적이 있어....잔인하게 희생되고....그렇지만 그들은 말도 안되는 일의 당사자들로 잊혀져가. 그들의 존재마저도...사라져버리지...."
"무슨 말이야? 피해자들이라니?"
"후우.....내가 형사복을 벗은 것에 관련된 일이야. 자세한 건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어. 어쨌든 말도 안되는 일은 없어. 눈앞에 어떤 일이 닥치든간에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신차리고 대처하라구....단...이거하나만 기억해. 니가 자기 앞에 있는 것들을 헤쳐나가는 사이에...넌 어느새 그 일의 중심에 와 있을 수 있어. 그 순간을 조심해. 너도 여러 일들의 피해자들처럼...지워져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자식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수혁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승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승현은 자신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수혁의 얼굴이 지나칠 정도로 굳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평소에 농담하기 좋아하고 어느 정도 게으른 편이었던 , 한마디로 진지와는 좀 거리가 있었던 이 녀석은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을 때에는 이런 모습이 되곤 했다. 아마 형사복을 벗게 만들었던 그 일이 이 녀석에게 기억하기 싫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준 게 아닐까 싶다.
"꿈 속에서 본 커다란 가위를 든 미라의 얼굴이 친구의 아버지의 사진의 얼굴과 놀랄 정도로 느낌이 비슷하다....그리고 그 사진속의 인물의 이름이 니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집안과 어떤 안좋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름과 같다..거기다 그 집안의 어떤 사람이 더할 나위 없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어디까지나 다른 가능성이 많지만..내가 보기에 말이야...넌 뭔가에 잘못 걸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쨌든...정신차리고 있으라구. 그리고 말이야."
수혁의 표정이 다소 냉정하게 바뀌었다.
"앞으로 니 주변에 뭔 일이 생기든간에 그것들 정리될 때까지 나한테 절대 연락하지 마라. 이런 일에 다시 끼어들고 싶지 않으니까... 형사로 근무할 때부터 내 직감은 빗나간 적이 거의 없었어. 혹시라도 말이야..."
"?"
"니가 죽더라도...죽기 전에 나한테 전화한다거나...그런 짓도 하면 안돼..."
"뭐...뭐 임마?"
이런 게 친구라고...승현은 수혁의 모습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놈한테 이상한 말 좀 했더니 그 일 정리되기 전까지 아니 죽기 전까지 전화도 하지 말라고? 애초부터 사람을 잘 믿지도 사귀지도 않는 승현이었지만 그에게 수혁은 대학시절 몇 안되는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였다. 그런 녀석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승현은 배신감이 들었다.
"그럼 오랜만에 봐서 즐거웠다. 난 이만 가볼께."
"잠...잠깐!"
돌아서는 수혁의 모습을 보며 승현은 순간적으로 어떤 생각이 마음 속에 떠올랐다. 이녀석은 그래도 예전에 형사였다. 수혁의 말이 듣고 기분이 나빠지긴 했지만 승현은 이 사진 속의 인물이 등기부상의 유재훈과 동일인물인지, 그리고 김수산과 유재훈의 관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말그대로 즉흥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아무 이유없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른 생각...수혁의 말이 그것의 기폭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호기심이라기보단 어떤 자기방어기제와 비슷했다.
"혹시....유재훈이란...인간에 대해 조사해줄 수 있냐?"
그를 돌아보는 수혁의 인상이 지나칠 정도로 찡그려졌다.
"말이라고 하냐? 연락도 하지 말라니까!"
수혁이 약간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승현은 순간 움츠러들었다.
"아..미..미안...니가..안해줘도 되니까...혹시 주변에 사립탐정 같은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 없어? 웬지 유재훈이란 인간에 대해 궁금해져서 말이야...소개라도 좀 해주라..."
수혁이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를 생각했다.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조사해주는 것도 아니고 조사할 사람을 소개해주는 것마저도 한참동안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승현은 수혁의 그런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믿었던 친구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 배신감은 상당히 강렬했다.
어쩌면 겁많은 어떤 녀석이 친구의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내빼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왜인지 승현은 친한 친구였던 수혁이 절벽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달아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절벽 아래를 바라보며...수천 킬로미터 아래의 낭떠러지...그리고 그 아래에서 엄청난 속력으로 승현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무언가....그것은....그것은...
"여기다 전화해봐."
"으악!"
수혁이 승현의 눈앞으로 어떤 명함을 내밀었다. 잠시 상상에 빠져 있던 승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 수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승현은 잠시 허리를 숙이고 숨을 내쉬었다. 그런 승현을 바라보며 수혁이 씩 웃었다.
"헉..헉..."
"벌써부터 겁먹어가지고 어쩔려고 그러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말이야. 어쨌든 힘내라. 여기다 전화나 해보고... 죽지 않으면 다시 보자구..."
"후우...."
승현은 수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수혁은 승현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보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승현의 눈이 수혁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수혁의 차문이 닫히고 검은색 소나타 2가 빠른 속력으로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수혁은 승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일에 말도 안되는 단서를 제공하고 정작 자신한테 연락은 주지 말라고 하며 도망쳐 버린 덩치 큰 옛 친구...그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승현의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계절에 맞지 않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오고 있었다.
"쳇...내가 너같은 놈한테 연락할 줄 아냐!"
승현은 괜히 공허한 주차장에 소리를 질렀다. 항상 그는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이었다. 승현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수혁이 주고 간 명함을 살펴봤다. 당산동에 위치한 사립 탐정 사무실...재수없게도 그의 이름은 김일수였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이름...기분이 나빴지만 승현은 명함에 쓰인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