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개짖는소리
어린 시절이나 혹은 지금이라도 웬만한
도시 변두리나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한 두 번쯤은 밤 개 짖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싸르락 싸르락 눈이 쌓여 푸른 달빛이 시린 깊은 겨울밤
아득히 먼데서 들려오는 밤 개 짖는 소리는
가보지 않아도 그 집 손님이 누구인지 안다.
한 두 번 컹컹 하고 짖으면 방금
족제비 한 마리가 닭장 앞을 지나갔으며
서너 번 짖다 말면 대처에 나가 좀 오랜만에 다니러온
그 집 큰아들이 왔고
좀 더 길게 그러다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잦아들면
먼 친척이 다니러 오셨고
자지러질 듯 빠르게 또 그치지 않으면
밤손님이 그 집 담을 넘고 있음이라.
그럴 때는 공연히 할머니는 유난히 헛기침소리가 높으시다.
요즈음은 개를 기른다 해도 모두 짖지 못하게
성대 수술을 하고 밖에서 뭘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목욕탕에서 노는 아이들 장난감이라
그렇게 손님을 구분해서 지켜줄 일이 없어져 버렸다.
아니면 하도 오랜만에 다니러 가는 아들이
밤손님과의 구분이 모호해져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다 국민 기초 생활 보장 법 이 그렇게 잘되어 있으니
밤손님이 아예 없어서 그런 것인지도......
댕댕 고전적인 괘종시계가 두 번 운지도 좀 지났으니
새벽 2시 반쯤 되었을까!
작은집에 다니러와 아픈 꿈에 잠을 깨어 뒤척뒤척 하는데
잊었던 유년의 밤 개 짖는 소리에 불현듯이
싸락눈 오던 그 겨울밤이 그리워 ...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잡풀만 무성한
텅 빈 고향집을 마음으로 가 본다.
그 칼날 같은 푸른 달빛을 밟고
저 만치 마당 끝에 있는 변소에 가는 길은
왜 그리도 무서웠던지.....
" 여기 서 있으마!" 하시는 어머니가 끝내 못 미더워,
치마 한 자락을 잡고 있으면서도
할머니의 신경질적인 해소 기침소리에
헤 벌어진 아궁이 입을 솥뚜껑으로 막으려
그 까만 무명치마가 금방이라도 펄럭펄럭
멀어 지실 까봐 얼마나 가슴 졸였던가!
눈물 한 방울 떨구며 돌아본 이부자리,
아내와 아이들 나란히 모로 세워 한 꼬투리를 이루었다.
한 콩깍지. 그 꼬투리 속의 완두콩 한 알 가만히 밀려 나와,
엉뚱한 걱정 하나로 밤을 밝힌다.
.
.
.
.
.
.
.
언 밤 품었다 드리리다
속부터
얼어붙은 어둠 품어 달궈드리리다
꼭 드리리다
말 없어도
꼭
드리리다
지친 눈빛으로 밤을 세우며 약속하리다
왔던 길
되돌아가더라도
식은 땀방울 얼지 않도록
품었다
꼭꼭
솔잎 끝만큼도 보이지 않도록 품었다가
내어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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