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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수리봉, 그 뒤는 구학산, 그 너머 오른쪽 멀리는 삼봉산
강원도원쥬경내에 졔일일홈난산은치악산이라 명낭한빗도업고 긔이한봉오리도업고 식거문산이 너무 우즁충하
게되얏더라. 즁즁첩첩하고 외외암암하야 웅장하기는 대단히웅장한산이라 그산이금강산줄기로내린산이나 뇽두
사미라 금강산은 문명한산이오 치악산은 야만의산이라고 일홈지흘만한터이러라. 그산깁흔곳에는 빅쥬에 호랑
이가 덕시글덕시글하야 남의고기먹으려는 사냥포슈가 제고기로 호랑이밥을 삼는일이종종잇더라. 하늘에닷드
시 놉히소사 동에셔부터 남으로 달려나려가는그형셰를 원쥬읍내셔보면 남편 하날밋헤푸른병풍친것갓더라.
―― 국초 이인직(菊初 李人稙, 1862~1916), 「치악산」의 첫 부분
▶ 산행일시 : 2021년 1월 24일(일), 맑음, 따뜻한 날
▶ 산행인원 : 캐이, 연어, 수미, …….
▶ 산행시간 : 10시간
▶ 산행거리 : 오룩스 맵 도상 17.8km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기차 타고 원주역에 가서, 구름재 님 승용차와 택시에 분승하여 행구동
석경사로 감
▶ 올 때 : 금대삼거리(금대계곡) 버스정류장에서 군내버스 타고 남부시장에 와서, 저녁 먹고 택시 타고
원주역에 와서, 무궁화호 기차 타고 청량리역에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청량리역 출발
07 : 58 - 원주역
08 : 22 - 행구동 석경사(石鏡寺), 운곡 원천석 묘소 앞, 산행시작
09 : 30 - 640m봉, 첫 휴식
10 : 41 - 치악산 주릉, △969.6m봉
11 : 17 - ╋자 갈림길 안부, 곧은치(直峙, 고둔치)
11 : 47 - 향로봉(1,041.8m)
12 : 30 ~ 13 : 30 - 안부(치악평전, 금두고원), 헬기장, 점심
14 : 02 - 1,097.1m봉
14 : 40 - 데크전망봉
15 : 17 - 남대봉(南台峰, 망경봉, △1,180.0m)
15 : 25 - ┳자 갈림길 안부
15 : 54 - 시명봉(1,196.0m)
16 : 30 - ┳자 갈림길 안부, 이정표(상원사 0.5km, 영원사 2.3km, 금대분소 4.7km)
17 : 28 - 영원사
17 : 54 - 치악산국립공원 금대분소
18 : 22 - 금대삼거리(금대계곡)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9 : 52 - 원주역
20 : 55 - 청량리역, 해산
2-1. 산행지도(향로봉, 남대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2-2. 산행지도(시명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 향로봉(1,041.8m)
괜히 마음고생을 사서 했다. 내가 일하는 근린공원 중의 하나인 방죽공원에 며칠 전에 ‘코로나 19’ 임시선별검
사소가 설치되었다. 엊그제 오후에는 검사소가 한산하고 또 서울시에서 한 가정에 한 사람은 검사를 받아보시
라는 권장이 있은 터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기다란 면봉으로 콧구멍을 깊숙이 쑤시는데 생눈물이 찔끔 나게
아팠다. 목구멍은 목젖까지 건드렸다.
24시간 후에 검사결과를 통보해주겠다고 한다. 이 시간이 무척 길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갑자기 목도 칼
칼해지는 것 같았다. 멀쩡하지만 혹시 착오로라도 양성판정을 내리면 어찌할까? 내가 매일 접촉하는 십 수 명
과 그들이 접촉하는 수백 명은 당연히 격리조치 될 것이고. 나는 당장 내일 산행을 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걱정
이 앞섰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쪼록 범사에 감사할 일이다. 누군가는 직업상 일주일 꼬박
두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나의 걱정은 사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주역사를 나오자 전에처럼 구름재 님이 맞아주신다. 반갑다. 그런데 사복이다. 이번에도 우리와 함께 산행하
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들머리까지 데려다 주러 왔다. 우리가 진행할 코스의 전반적인 상태를 알려준다. 험로는
막판에 시명봉을 지나 암릉 암봉인 수리봉을 넘는 것. 오른쪽으로 잘난 우회로가 있으니 염려놓으시란다. 구름
재 님의 승용차와 택시에 분승한다. 황골 가기 전 석경촌을 지나 석경사 가는 길로 든다. 운곡 원천석(耘谷 元天
錫, 1330 ~ ?)의 묘소 앞 주차장이 한산하다.
운곡의 묘소 오른쪽으로 산자락을 돌아 관음사 또는 국형사 등지로 가는 둘레길이 생겼다. 하늘 가린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솔향이 은은하다. 한 자락 돌아 운곡의 묘소로 가는 소로는 막았다. 운곡의 묘소 앞의 소나무
숲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운곡의 세한고절을 표상하는 듯 고고하다. 운곡은 여말선초 당대 최고의 지식인
으로서 참으로 힘든 시대를 살았다. 고려가 망하자 치악산에 은둔하였다. 지금의 변암(弁岩, 고깔바위) 아래에
서 누졸재(陋拙齋)라 이름 붙인 초가 한 간 집을 짓고 살았다.
운곡의 시는 그리 많이 전해지지 않는다. 운곡은 최영(崔瑩, 1316~1388) 장군이 형(刑)을 당했다는 것을 듣고
통탄하여 지은 시 세 편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음은 그 일부다. 그의 비분강개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水鏡埋光柱石䫝 맑은 빛 묻히고 기둥이 무너져
四方民俗盡悲哀 사방 백성 모두가 슬퍼하는구나
赫然功業終歸朽 빛난 공업 마침내 쓰러졌지만
𥗫爾忠誠死不灰 꿋꿋한 충성이야 죽은들 사그라지랴
ⓒ 한국고전번역원 | 이익성 (역) | 1975
후인은 치악산을 바라보며 운곡을 흠모하는 정을 시로 남겼다.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 1741∼1826)의 「치악산을 보며 2절 (對雉嶽山謾吟 二絶)」의 제2절이다.
耘谷高風照後塵 운곡의 고풍이 후세에 빛나니
見其山似見其人 산을 보매 그 어른 뵙는 듯
高山仰止大名在 높은 산을 우러르는 건 큰 이름 남아서이니
山不頹時名不湮 산 무너지지 않으면 이름 사라지지 않으리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이규필 (역) | 2014
3. 양정역 지나고 서원주역 가기 전 차창 밖 풍경
4. 운곡 원천석의 묘소 앞 세한고절의 소나무 숲
5.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백운산
6. 멀리 오른쪽은 백운봉과 용문산
7. 원주시내
8. 멀리 가운데는 백운봉과 용문산
9. 백운봉 연릉의 북쪽 지능선들
둘레길은 완만한 산자락을 구불구불 돌아 오르다 차츰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도망하듯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가
고 우리는 그저 일로직등 한다. 바람 한 점 없이 푹한 날이다. 금세 땀난다. 모두들 겉옷 벗고 팔 걷어붙인다.
1시간 남짓 올라 640m봉이다. 소나무 드리운 암봉이다. 골 건너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름가리봉이 아닐까 했
는데 그 앞에 군 시설물이 보여 백운산이다.
640m봉을 내린 야트막한 안부에서 첫 휴식한다. 겨울철 산중별미 중 으뜸은 홍탁이 아닐까 한다. 연어 님이 홍
어를 가져왔다. 사연이 있는 홍어다. 오늘 이른 아침 기차에서 연어 님 근처에 앉은 승객이 마스크를 썼지만 퀴
퀴한 냄새를 맡고 참기 어려웠는지 승무원에게 신고를 했더란다. 승무원은 냄새 탐지기를 들고 돌아다니고 연
어 님은 자는 체 했다. 결국 배낭 속의 홍어 냄새를 맡은 승객이 기차 다른 칸으로 이동하여 상황은 종료되었다
고 한다. 그러니 이 홍어가 더 맛있을 수밖에.
나는 모처럼 봄동 배추전을 부쳐서 가져갔다. 산중에서 봄동 배추전은 차가워도 맛있다. 탁주 안주로도 요기로
도 한 몫 한다. 다들 신가이버 님의 배추전을 그리워한다. 나 역시 이맘때 그 맛이 그리웠다.
곧추 선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홍탁의 얼근한 기운이라 더 힘들게 간다. 810m봉은 독도주의 구간이다.
지도나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남진하는 느슨한 능선을 따르다 골로 가기 쉽다. 잡목 숲 왼쪽으로
직각방향을 틀어야 한다.
잠깐 내렸다가 치솟아 오른다. 암릉 슬랩과 맞닥뜨린다. 반대편이 블라인드 코너일 줄 몰라 직등을 삼가고 오래
된 인적 쫓아 오른쪽의 가파른 사면을 돌아간다. 한 발만 삐끗하면 저 아래 골짜기로 굴러 떨어질 것 같다. 잡목
은 물론 움켜쥘 돌부리도 풀뿌리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직등하는 편이 나았다. 걸음걸음에 오금
이 저린다.
어렵사리 치악주릉에 올라선다. △969.6m봉이다. 삼각점은 낡아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969.6m봉을 약간
내리면 너른 헬기장이 나온다. 서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인다. 발아래 원주시는 의질(蟻垤)이고 눈 들면 멀리 백
운봉과 용문산이 하늘금이다. 추읍산, 우두산, 고래산이 오밀조밀하다. 지난날 다녀간 삼각산과 수리봉, 노고봉
은 뭇 봉우리 속에 묻혀서 알아보기 힘들다.
한 피치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인 곧은치다. 향로봉 오르는 길이 사납다. 북쪽이라 빙판이다. 맞은편에서 우
르르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아이젠을 찼다. 금방이라도 엎어질 듯 비칠대며 오른다. 겨울이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던 길을 사뭇 재미나게 오른다. 향로봉.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산중에서도 ‘거리두기’라 그들과 교대로 데크
전망대에 다가간다. △969.6m봉 내린 헬기장에서 보던 조망이다. 다만 용문산이 약간 오른쪽으로 비켜섰다. 향
로봉의 삼각점은 바로 옆의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 허름한 돌탑 앞에 있다. 안흥 456, 1989 재설.
10. 향로봉 정상에서, 제임스 님
11. 남대봉 연릉의 북쪽 지능선
12. 멀리 오른쪽은 백운산
13. 앞 왼쪽은 시명봉
14. 앞 왼쪽은 수리봉, 멀리 가운데는 삼봉산
15. 치악주릉, 끄트머리가 향로봉
16. 오른쪽은 비로봉, 왼쪽은 삼봉
▶ 남대봉(南台峰, △1,180.0m)
휴식할 때마다 주전부리가 걸었다. 늦은 점심밥 먹는다. 향로봉을 내린 안부는 휴식처이자 헬기장이다. 지도에
따라서는 치악평전 또는 금두고원이라고 한다. 펑퍼짐한 고원이다. 남의 이목을 절대 배려하여 오른쪽 사면의
주목 숲 뚫고 야트막하고 평평한 골짜기로 내려간다. 양광이 가득하다. 쇠고기 볶고, 오리고기 볶고, 라면도 끓
인다. 반주는 문배주, 마가목주, 탁주다. 나중에는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먹어준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은
건드린 시늉만 한다.
치악평전 지나고 비슷한 높이의 봉봉을 오르내린다. 두루 님과 캐이 님은 덕순이 찾아 사면 멀리 눈길을 던지
고 다가갔다가 헛심만 잔뜩 쓰고 돌아오곤 한다. 결과적으로 산행이 끝나기가 바쁘게 서울 가는 기차시간에 쫓
기고 저녁을 변변히 먹기가 어려웠으니 그리 서운한 일은 아니었다. 철각으로 말하자면 여자 캐이 님이라고 부
를 만한 수미 님이 어제 인제 쪽 산에 갔었는데 덕순이를 다수 만났다고 하기에 헛바람이 든 탓이기도 하다.
바윗길 오르막은 빙판이라 조심스럽다. 1,097.1m봉은 산죽 숲이다. 지난날 우리는 여기서 남서진하여 질아치
금대계곡으로 내려갔었다. 치악주릉 등로는 직등하지 않고 왼쪽 사면을 길게 돌아간다.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냉큼 따른다. 눈길이다. 눈길에 미끄러져 떨어질라 철제 난간을 설치했다. 저 앞 데크전망봉에서의 전망이 혹시
미흡할까봐 등로 약간 벗어난 암봉을 오르기로 한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아 등로에 배낭을 벗어놓지 않고 메고 간다. 온몸으로 버티는 억센 잡목 숲과 땀나
게 한 판 씨름하며 가파른 눈길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되똑하니 솟은 바위에 올라 발돋움한다. 이 가경을 나 혼
자 독차지한다. 벼락바위봉, 백운산, 십자봉, 삼봉산, 천등산, 오청산, 주론산, 구학산 ……. 카메라가 무겁도록 담
아서 내려온다.
이번에도 치마바위와 개미목을 몰라보고 지나친다. 굴곡이 심한 암릉 암봉을 연속해서 얌전히 등로 따라 왼쪽
의 눈길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데크전망봉 전위봉도 조망이 아주 좋다. 비로봉까지 장릉인 치악주릉이 장쾌하
다. 데크계단을 길게 올라 데크전망봉이다. 지난날 침침하던 조망과는 전혀 딴판이다. 개안(開眼)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일행 전원이 시명봉을 넘어 수리봉까지 가기는 어렵다. 캐이 님도 철녀 수미 님도 그러지마 님은 이
름대로 손사래 친다. 거기는 덕순이들이 모여 사는 엘도라도라고 해도 싫단다. 남대봉을 이정표 거리 0.7km(도
상은 0.5km이다) 내린 안부에서 영원사 영원골로 하산하겠단다. 콘텐츠 메이커인 제임스 님과 나만이라도 가
자하고 일어선다. 일단 시명봉을 오른 다음 등로 상태를 보아 수리봉으로 갈 예정이다.
바쁘다. 제임스 님 앞세우고 줄달음한다. 향로봉 근처와는 달리 오가는 사람이 없다. 남대봉이 금방이다. 한산
하다. 예전에는 남대봉을 망경봉(望景峰?)이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의 나무숲이 우거지고 자라서 바라볼
경치를 다 가렸다.
17. 중간 오른쪽은 구학산
18. 앞 왼쪽은 수리봉, 멀리 오른쪽은 백운산
19. 향로봉 능선 너머 원주시내
20. 멀리 가운데는 삼봉산
21. 멀리 오른쪽은 백운산, 그 뒤 왼쪽은 십자봉
22. 중간 왼쪽 골짜기에 있는 절이 영원사
23. 앞은 남대봉, 그 뒤 멀리는 비로봉
▶ 시명봉(1,196.0m)
남대봉에서 시명봉까지 도상 1.7km다. ┳자 갈림길 안부까지는 이정표 거리 0.7km(도상 0.5km)다. 눈 녹은 내
리막을 한 차례 길게 내리면 야트막한 안부다. 시명봉 가는 길은 비지정탐방로라고 막았다. 금줄을 얼른 넘는
다. 산죽 숲 눈 속이다. 바람이 몰아놓은 능선에는 발목을 넘는 눈이다. 수일 전에 한두 사람이 다녀갔다. 봉봉
이 직등하기 어려운 암릉 암봉이다. 좌우사면을 번갈아 돌아 넘는다. 그러기 네 차례다. 어지럽다.
마지막 시명봉은 직등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험로다. 가파른 슬랩이 빙벽이고 설벽이다. 달달 긴다.
눈으로는 한달음 거리로 가깝던 시명봉이 발로는 후들거리게 멀다. 시명봉. 키 작은 잡목 숲속 암봉이다. 여태
의 조망이 각론이고 여기서가 총론이다.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가경이 펼쳐진다. 내쳐 수리봉을 갈까
도 했지만 훌륭한 핑계거리가 생겼다. 무엇보다 물이 없다. 등로 상태가 애매한 건 물 다음의 고려사항이다.
미련두지 않고 뒤돌아 내린다. 시명봉 오른 슬랩을 내릴 때는 제임스 님의 아이젠을 빌려 둘이 한 발에만 맨다.
짜릿한 스릴이 반감되지만 속도전이라 별수 없다. 다시 암릉 암봉을 돌고 돈다. 금줄 넘어 갈림길 안부. 지체 없
이 영원사 2.3km를 내린다. 가파른 돌길이다. 어쩌면 영원골에서 남대봉 오르기가 사다리병창으로 비로봉 오르
기보다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데는 데크계단을 설치했다. 협곡이다. 그 절정은 대문바위다. 오버행 낙석에 다칠까봐 협곡의 데크계단
내리막에 철제 캐노피를 씌웠다. 골짜기 너덜에 다다르고도 한참을 지나 하얗게 동면에 든 영원골 계류를 본다.
아무리 목이 마르기로서니 잠든 계류를 깨우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지난주 유명산을 오를 때 경험했다.
제임스 님이 배낭에 아직 따지 않은 탁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들이킨다.
영원사는 계류 합류점에서 늑목 닮은 데크계단 122개 오른 지능선을 넘어야 한다. 영원산성 갈림길 지나고 영
원사는 등로에서 오르막 100m 정도 벗어났다. 그냥 갈까 하다 서운하여 들른다. 제임스 님은 곧장 가고. 일주
문이 없는 아담한 절이다. 본전은 대웅전이다. 대웅전의 현판과 주련은 눈에 익은 탄허(呑虛, 1913~1983) 스님
의 행서체 글씨다. 출전은 화엄경이라고 한다.
佛身普遍十方中 부처님은 시방세계에 두루 계시고
三世如來一切同 삼세의 모든 부처님 한결 같으시니
廣大願雲恒不盡 넓고 크신 원력 구름같이 다 함이 없고
汪洋覺海渺難窮 한없이 넓은 깨달음의 바다 아득하여 끝이 없네
영원사는 676년(신라 문무왕 16) 의상(義湘)대사가 영원산성의 수호 사찰로 창건하여 영원사(永遠寺)라고 하였
다가 조선시대 1664년(현종 5)에 인환(仁煥)이 중건하면서 지금의 영원사(鴒 原+鳥 寺)로 바꾸었다고 한다.
‘鴒’은 할미새를 뜻하지만, 원은 근원 原 변에 새 鳥자를 써서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다. 자전에도 없는 한자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永遠’은 대체 어떠한 시간일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데이빗 로지(David Lodge, 1935~ )는 그의 저서 『영화 팬(The Picturegoers)』에
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구만한 크기의 쇠로 만든 공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쇠공 위에는 100만 년마다 한 번씩 파리가 날아와 잠
시 앉았다가 다시 날아간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어 쇠공이 모두 닳아 없어질 만큼 시간이 흘렀다고 해
도 그것은 영원의 시간에 비하면 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영원의 시간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영원사에서 금대삼거리 버스정류장까지는 대로 5.0km이다. 꼬박 걸어야 한다. 험로는 바로 여기다. 산골짝 금
대계곡은 으스름하다 이내 가로등 불 밝힌다. 혼자 걷는 길이다. 적막한 길이다. 산모퉁이 돌면 일행이 보일까
잰걸음 하지만 그들은 이미 갔다. 반공을 가린 향로봉 능선이 금대계곡에서 마침내 맥을 놓고 그 자락을 돌아
금대삼거리다. 일행 모두가 그새 반갑다. 원주 가는 군내버스는 아직 오직 않았다.
24. 멀리는 백두대간 대미산 연릉
25. 앞은 시명봉에서 가리파재로 가는 능선, 그 뒤는 주론산, 그 오른쪽 뒤는 천등산
26. 앞은 시명봉에서 가리파재로 가는 능선, 그 뒤는 주론산
27-1. 중간 왼쪽은 구학산, 멀리 오른쪽은 백운산
27-2. 영원사 대웅전 현판, 탄허 스님 글씨다.
28. 동면에 든 영원골
29. 동면에 든 영원골
첫댓글 별로 뵈는것도 없던 산행...사진이 멋집니다.^&^
절반은 발로 찍었습니다.^^
근경, 원경이 모두 가경입니다...조망이 전날보다는 못하지면 좋네요..수고많으셨습니다^^
운길산 조망이 더 좋았군요.^^
이번주도 엄청난 거리를 가셨네요. 맑은 경치속에서 어느덧 한발 다가온 봄을 봅니다.
향상 님과 발 맞추기가 어렵군요.
어디 산이든 꾸준히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같이 산행을 하면서 봐도 저런 전망이 있었냐 할정도로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역쉬 멋진 작가님 솜씨.산행할때 체력이 20대이신 악수님 오래도록 건강하십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