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샹피오나의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CSKA 모스크바의 미드필더 세르게이 세마크(28)를 6개월간 임대했다. 활약이 좋을 경우 시즌이 끝난 후 이적료 270만 유로에 2년 정식 계약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임대 계약서에 포함됐다.
지난 시즌 르샹피오나 준우승팀인 PSG는 이번 시즌 22라운드 현재 6승 11무 5패 23득점 22실점으로 리그 9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 리그 7경기 연속 무승에 허덕이던 PSG는 최근 리그 8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무승부를 여섯 번이나 기록하며 실속은 별로였다.
리그 준우승팀 자격으로 4년 만에 진출한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32강 조별리그에서 1승 2무 3패 3득점 8실점이란 저조한 성적으로 H조 최하위에 머물며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이번 시즌 안팎에서 저조한 모습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며 남은 시즌 리그 성적 향상에 집중해야 하는 PSG는 경기당 1실점으로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수비에 비해 공격에 대한 갈증이 컸다.
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포르투갈 대표 공격수 파울레타(31)가 리그 20경기(선발 16회) 9골로 팀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 보르도에서 세 시즌 연속 리그 20골 이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며 파울레타 외에는 장신 공격수 파브리스 팡크라트(24, 프랑스)가 리그 17경기(선발 13회) 5골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5골 이상 득점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꾸준한 득점원이 절실한 PSG에 영입된 세마크가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178cm 73kg의 신체조건을 지닌 세마크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격수,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스위퍼로도 뛸 수 있는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 기술과 침착함을 겸비한 우수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PSG가 원하는 득점에서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CSKA 모스크바에서 11년간 주로 미드필더로 뛰면서 리그 289경기 69골을 기록하며 준수한 득점력을 보였지만 리그에서 10골 이상을 넣은 적은 1999년 한번뿐이다. 1997년 데뷔한 후 지금까지 38회의 A매치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에서도 세마크는 통산 4골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럽축구연맹 산출 리그 순위에서 5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리그와 견주기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세마크의 득점력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팀 공헌도가 높은 득점 시기나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폭발력은 세마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점이다. 지난해 12월 7일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G조 6라운드 PSG와의 경기에서 무려 세 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와 UEFA컵 32강 진출에 기여하며 PSG에 조 최하위의 수모를 안겼다.
2002년 10월 볼로그라드에서 있었던 유럽선수권 예선 알바니아와의 경기에서는 두 골을 득점했고 덕분에 러시아는 홈에서 4-1로 승리하며 2002년 9월 난적 아일랜드를 4-2로 격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알바니아가 약체라고는 하나 과거 공산권에 속했던 팀에게 유독 약점을 보이는 러시아의 특성을 감안하고 러시아가 지역예선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후 안팎에서 잡음을 내며 천신만고 끝에 본선진출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세마크의 두 골과 홈에서 알바니아에게 거둔 승리의 가치는 매우 높아진다. 러시아가 홈에서 4-1로 이겼던 알바니아를 상대로 원정에서 3-1로 대패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세마크의 이러한 장점이 유럽클럽대항전이나 A매치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니다. 1993년 당시 열일곱 살로 러시아 리그의 약체인 아스마랄이란 팀에 소속되어 있던 세마크는 리그 전통의 강호 중 하나인 CSKA 모스크바와의 경기에서 교체로 나와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터트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해 군복무와 함께 대한민국의 상무와 유사한 군인 팀인 CSKA 모스크바에서 장교 신분으로 입단한 세마크는 2000년 러시아 FA컵 결승에서 팀의 선제골을 넣기도 했다. 세마크가 1994년 입단 후 CSKA 모스크바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로 자리 잡은 것은 단순히 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소련의 해체 이후 군인 팀이었던 CSKA 모스크바의 성격이 모호해지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은 구단이 이를 타개 하기 위해 세마크의 이적을 시도할 움직임을 보이자 팬들이 이에 항의하는 단체 서한을 보내 이를 막았다는 일화는 세마크가 팬들에게 단순한 재능 있는 선수 이상의 존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 상위리그에 속한 팀들이 다소 낮은 수준의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영입할 때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 같은 유럽클럽대항전 성적을 눈여겨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종종 하위리그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줌에도 유럽무대에서 부진한 선수보다는 리그 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경기에서 실력 발휘를 한 선수가 상위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예가 많기 때문이다.세마크가 2003년 8월 이후 러시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리그 활약상은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6경기에서 4골을 넣은 그의 유럽무대 성적은 특히 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한 PSG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세마크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대결했으며 어쩌면 파울레타의 파트너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PSG의 공격수 팡크라트는 이번 영입에 대해 "세마크가 이곳에 잘 적응하여 얼마 전 우리에게 보여줬던 멋진 모습을 이제 PSG 소속으로 다른 팀들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비록 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아픈 기억을 남겨주긴 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은 아무도 세마크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혹독한 겨울로 인해 서유럽과 달리 3월에 개막하여 12월 초에 끝나는 일정을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특성상 이미 2004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세마크는 지난주부터 파리로 거처를 옮겨 PSG의 훈련에 동참하며 경기에 뛸 수 있는 몸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럽무대와 리그에서 모두 프랑스 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라 할 수 있는 AS 모나코와의 리그 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마크가 남은 시즌 리그 성적 향상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PSG에 기대만큼의 도움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르게이 세마크 Sergei Semak
포지션: 중앙/측면 공격형 미드필더/공격수, 스위퍼 생년월일: 1976년 2월 27일 만 28세 국적: 러시아 신체조건: 178cm 73kg 국가대표팀 38경기 4골. 1997년 11월 15일 데뷔. 러시아 리그 324경기 75골,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8경기 4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