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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배 결승전의 도쿄 베르디 선수들. 뒷줄 중앙이 이강진. ⓒ도쿄 베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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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적인 선수라는 주위의 평가 외에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인가?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경기를 풀어간다는 점. 경기에 빨리 적응하는 편이고, 침착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반면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수비수로 왜소한 체격도 고민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어리니까 좀더 힘이 붙는다면 더 좋아질 것 같다.
- U-20 대표팀에서는 김진규와 함께 포백 수비라인의 중앙을 책임지고 있는데, 언뜻 선배인 김태영-홍명보 조합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진규 형이 좀 투쟁적이고 다부진 면이 있다. 서로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다. 진규 형이 투지 있는 플레이를 하면 나도 자극을 받게 되고, 경기 흐름에 따라 서로를 잘 받쳐주게 된다. 또 진규 형은 주장이면서도 무뚝뚝하지 않고 재미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잘 따르고 좋아한다.
- 가끔 김진규가 경기 중 상대 선수와의 다툼으로 흥분할 때는 어떤가.
당연히 참으라고, 옆에서 말린다. 나도 그렇지만 포지션의 특성상 상대 선수와 부딪히게 되면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흥분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또 진규형이 와서 흥분하지 말라고 하는데, 자기도 못 참으면서...(웃음)
- 수원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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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콤비인 김진규와 함께 ⓒ스포츠인터렉티브
| 어린 나이여서인지 처음엔 프로선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계약금 받고 좋은 환경에서 축구하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런데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인정 받게 되고, 승리 수당 같은 경제적 보상도 받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자기 관리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프로의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처음에는 TV에서만 보던 유명한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좋았다. 한편으로는 낯선 분위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다. 나이 많은 형들은 어렵게만 느껴져 먼저 말도 걸지 못할 정도였다.
오히려 형들이 막내라고 많이 예뻐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프로팀에 일찍 오길 잘 했다’는 격려는 큰 힘이 됐다. 특히 ‘막내’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김)두현이 형과 (조)성환이 형이 많이 챙겨줬다.
- 베르디 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졌다고 하는데, 일본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학원까지 나가기에는 교통편이나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가정교사를 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재일교포 출신인 가정교사가 와서 지도하고 간다. 외국어는 배우는 만큼 모두 내 것이 되니까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 일본에서의 일과가 궁금하다. 자유시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수원에서는 하루에 두 차례씩 운동했다. 오전-오후 훈련으로 나뉘는데, 짧은 시간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의 훈련은 여유로운 편이다. 하루에 한 번 소집하는 대신 훈련 시간이 길다. 대개 오전 10시 반부터 훈련을 시작하는데, 고참급 선수들은 두 시간 정도 훈련하고 간다. 그 후에 내 또래 선수들끼리 모여서 또 개인훈련을 한다. 이 시간에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둔다.
특이한 것은 훈련할 때의 분위기인데, 운동장에 앉아서 서로 얘기하다가 운동하고 싶으면 일어나서 또 열심히 운동한다. 힘들면 다시 쉬거나 천천히 하는 식으로 본인의 리듬을 스스로 조절해가면서 느긋하게 한다. 이후에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다 끝내고 나면 오후 2~3시쯤 된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늦게 하는 편이다.
여유시간에는 비디오 분석실을 자주 찾는다. 클럽하우스 비디오 분석실에 축구 경기 비디오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아스날이나 AC밀란의 경기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찾아서 많이 본다.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경기 비디오를 자주 본다. 축구만 보면 답답할 때도 있으니 종종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도 한다.
- J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즐기는’ 분위기에 대한 것인데.
단체 숙소 생활이 없다 보니 운동 외적인 면에서의 관리는 선수 개인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편이다. ‘훈련-숙소-훈련’ 식으로 틀에 박혀있지 않으니 의외로 운동하는 시간에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운동 시간에 즐기면서 재미있게 한다는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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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모토와 이강진이 나온 홍보 포스터 ⓒ도쿄 베르디
| - 팀에서 잘 어울리는 선수라면?
숙소에서 함께 지냈던 선수들과 다 친하다. 대부분 나보다 한두 살 많은 20대 초반의 선수들이라 같이 어울려서 잘 지냈다. 올해부터는 숙소에서 나와 어머니와 함께 지낼 예정이다..
- 같은 팀의 모리모토는 대표팀 경기에서 자주 부딪히게 되는 상대 공격수인데.
숙소에서 내 옆방에 있던 선수라 친하게 지낸다. 대표팀 경기로 만나도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대회 중에도 호텔에서 만났다. 대회에 나가기 전 일본에서는 ‘결승전에서 같이 맞붙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막상 현지에서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되니까 서로 ‘우리 팀이 이길 것’이라고 신경전을 벌였다.(웃음)
상대 스타팅 멤버가 누구냐고 물어보면서 서로 거짓 정보를 주고 받기도 했다. 부상 당한 선수 체크하면서 ‘출장이 힘들 것 같다’고 하거나, 멤버를 완전히 바꿔서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때 부상 중이던 (김)승용 형과 (박)주영 형이 아무래도 못 나올 것 같다고 했고, 모리모토는 자기가 수비수로 뛸 거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 서로 농담인 줄 알면서 했던 말이다.(웃음)
- 올해 세계선수권도 앞두고 있는데.
우리 팀은 아직 100% 완벽한 전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기본 기술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파워를 키우고 조직력을 가다듬는다면 목표로 두고 있는 4강 진출이 가능할 것 같다. 세계선수권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 FA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고 나중에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는데,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일본으로 간 첫해에 우승해서 무척 기뻤다. 처음으로 클럽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인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을 들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난해 일왕배(FA컵) 8강전을 치르던 때 수원의 K리그 우승 소식을 들었다. 경기를 보지는 못하고 인터넷으로 확인했는데, 일본으로 오지 않았다면 수원에서 같이 우승의 기쁨을 누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일본에서 꼭 우승컵을 안고 싶었다.
- 결승전의 만원 관중이 인상적이었다. J리그 서포터들의 열기는 어떤가.
베르디가 가와사키를 연고로 두고 있던 시절에는 베르디 서포터들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도쿄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서포터들이 많이 떨어져나갔고, 이 때문에 현재 우리 팀은 다른 팀들에 비해 서포터가 적은 편이다. 우라와 레즈는 한국 대표팀처럼 유니폼이 붉은색인데, 경기할 때 보면 경기장이 붉은색으로 가득 찬다. 그런걸 보면 K리그에서 서포터들의 많은 지지를 받던 수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서포터들이 없다고 해서 경기력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서포터들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는 결국 선수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끼리는 ‘우리가 잘 해서 서포터들이 모일 수 있게 만들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모리모토는 ‘내가 있으니까 이제 서포터들이 모일거다’라고 큰소리 치기도 한다.(웃음)
- 일본에 팬들이 많은가?
아줌마 팬들이 많다.(웃음) 어디서 구하시는지 한국 음식을 사온다. 한국에서는 여고생 팬들이 많았는데 일본에는 나이 드신 팬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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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더 기대되는 수비수 이강진 ⓒ스포츠인터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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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프로팀에 입단했을 때와 비교해 지난 1년 동안 성장한 점이 있는가.
일단 체격이 좋아졌다. 지금 184cm인데 마음 같아선 185~186cm까지 컸으면 좋겠지만 더 자랄 것 같지는 않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
일본에서 경기를 많이 뛰다 보니 프로 무대에 대한 적응력도 키워진 것 같다. 이번 결승전 때도 경기장에 관중들이 6만 5천명 정도 꽉 들어찼는데, 전혀 의식하지 않았을 정도다. 경기 뛸 때도 긴장하지 않았다. 나중에 집에 들어와 경기 녹화 테이프를 보고서야 관중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프로 경기에 잘 적응한 것 같아 스스로 뿌듯했다.
어린 나이에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정규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J리그가 최종 목표는 아니었을텐데.
당연히 아니다. 가능하다면 유럽으로 진출하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팀이 있어서라기 보다 스페인 축구가 재미있고 좋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뛰어보고 싶다.
- 보다 멀리 본 목표라면.
그냥 유명한 선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어느 팀엘 가든 항상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축구 생활도 오래 하고 싶다. 몸 관리를 잘 해서 서른 대여섯 살까지 운동했으면 좋겠다.
홍명보 선배님과 이탈리아의 말디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축구도 잘 하지만 그 이름만 들어도 느껴지는 듬직함이 좋다. 모든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 한국 수비의 기둥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겠다. 건승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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