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어느 날 아침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조심해야 겠어" 하면서...
출근준비 하는 내 옆에서 남편은 신문을 먼저보고 기사를 내게 말해준다.
남편은 죽은자의 불쌍함 보다는 자신도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재수없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웃었다.
여기서 웃는 게 맞는지...죽은 자에게 미안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죽음에 나도 웃었다.
[14층에서 30세 주부가 투신했다.
6살짜리 딸과 4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인천에 살다가 최근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면서 친정에
와 있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데 그런데 하필 그 시간에 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추락하는 그녀의 몸에 부딪혀 목뼈가 부러져서 30세 조선족 남자가 죽었다.
그 남자에게는 6개월된 아이와 그리고 조선족 아내가 있다.]
그날 점심을 자양동 병원 근처 식당에서 먹는데
옆 자리에 앉아계신 70이 넘으신 듯 한 남자 어르신 세 분이서 식사를 하시면서
그 얘기를 하신다. “아파트에서 여자가 자살을 했는데 1층에 있던 남자가 부딪혀서
그 남자도 죽었대” 재수가 없다는 그 얘기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 분들은 연예인의 생사에 관하여 얘기하시는데
밥 먹는 내 귀에 자꾸 들어와서 힐끔 힐끔 자꾸 쳐다보게 했다
그 분들 중 가운에 앉으신 분 할아버지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다 워낙 젊게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니까
그 분은 처음엔 탤런트 조경환이가 TV에 나온 것을 본지 얼마 안되었는데 죽었더라 하시더니
살아계신 배우 황정순 여사도 죽었다고 하시고 구봉서 아저씨도 예전에 죽었다 하셨다.
그 분들 대화에 그게 아니라고 끼어들어 참견 하고 싶은 것을 내 맞은편에서 대표님이
식사중이어서 참견하지 못했다. 식후 병원에 들어가서 상담할 것이나 더 생각하지 남의 대화는
뭐하러 듣느냐고 그렇게 말씀 하실 것만 같고...여자인 내가 그 분들의 대화에 끼어들어서
내 얘기가 아무리 맞는 것이라고 해도 그 분들이 쉽게 수긍할 것 같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생존에 계심을 들이대기도 그렇고...
그런데 살아 계신분들을 죽었다고 하시는 것은...
나도 늙으면 저렇게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친구들에게 전파하게 될까?
내가 아는 게 맞는 것 같아도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누가 틀려도 바로 말하지 않고 다시 찾아보고 확인 하는게 나 인데
저 분들은 어떻게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지...
정말 모르고 계셨던 친구 두 분은 잘못된 사실을 그대로 믿어서
황정순 여사도 구봉서 아저씨도 다 고인으로 알고 계시게 되겠지.
내 귀는 앞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열려있고
말은 들려오고 못 들은 체 하려니 그것도 쉬운 일 아니다. 이것도 병이다.
어제는 청주에 병원 영업도 해야겠고 5시에 있는 대전에 친구 딸래미 결혼식에도 가야겠고
하여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청주로 향했다.
날씨 좋은 가을 주말이라 그런지 버스는 예상시간 보다 1시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고 난
예상치 못한 옆 좌석의 동행자(?) 때문에 2시간 반여를 그 분의 얘기를 들어줘야 했다.
혼자서 여유롭게 책을 보려고 했던 계획은 수포가 되었지만
나보다 여덟 살 많은 그 분의 인생을 들어주는 것으로 사람의 고민은 참 다양하다 싶었다.
청주에서 일을 마치고 동행하기로 한 친구들 셋을 만나서 대전으로 향하면서 가을 향취를 듬뿍
느끼며 재잘 재잘 조잘 조잘 차창 밖의 경치에 역시 우리는 촌것들이라 그런지 이런 풍경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라고 네 명 모두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친구의 고장난 네비게이션 덕분에 내 스마트폰이 길 찾기에 한 몫을 했으나 그 스마트 폰의 T맵이
제대로 안내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수다에 차는 방향을 잃고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제 멋대로 대전 시내를 누볐다. 청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에 대청호도 잠깐 구경하고 길가에
감 나무에 시선을 뺏기기도 하고 감을 깎아서 곶감을 만드느라 주렁 주렁 매달린 감을 보며
"멋지다!" 고 외쳐 보기도 했다.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딸을 결혼 시키는 친구는
이놈이 장인인지 새신랑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젊어서 "너 오늘 재혼하냐?"
하는 말을 들어야 했고 이젠 잘 살아라 하는 농을 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한 동네에서 자라서 사랑방에서 화롯불 쬐며 놀던 그 시절이 생각나고
누가 누구에게 은행잎에 시를 적어 보냈다는 기억을 해내서 당사자인 친구가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발뺌을 들어야 했고 어떤 친구 하나는 서울로 전학간 나에게 편지를 받았었다는
말을 해서 나 또한 “오잉?” 해야 했다. 우리가 벌써 이 나이가 되어서 자식들 결혼 시키는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 해야 하다니...세월 참~
오늘 같은 날 자완이도 살아 있었다면 오늘 같이 왔을 텐데...하면서
작년에 떠난 심성 고운 친구를 떠 올리며 모두들 맘이 그랬다.
갈 때는 청주로 대전으로 해서 갔지만 서울로 올 때에는 중곡동에서 차 가지고 온 친구가
있어서 광명시에 사는 친구까지 동승해서 세 명이서 얘기 나누며 서울까지 편하게 왔다
그 간에 어떻게 살았는지 2시간여 오면서 얘기하고 휴게소에 들러서 병에든 커피 한 병씩
나눠 먹고 호두과자를 사 주기에 고맙게 받아 들고...
집에 도착하니
친구의 문자가 도착해 있다
“도착했나 모르것네.
적당히 바람도 쐬고
손해볼거 없는
하루로 기억되겠지
잘 지내시게“
나는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재밌었다 너도 그랬지?
또 보자“
첫댓글 창문을 열고 보니 아직도 촉촉한 이슬비가 내립니다.
언제부터인가?
일어나면 창문을 열어 방안 공기를 환기하고, 맨 먼저 노트북을 열어보는게 습관으로 자리잡습니다.
북앤커피님!
이슬비 오는 아침 고운 소식 잘 읽고...
그리운 어릴적 벗들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멋지게 새로운 한주를 맞이하십시요!!!~~ㅎㅎ~
삼청동님도
좋은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풍경 사진에서 "靜 中 動 " 이 느껴지네요!~~~
"스산함에서 오는 고요함과, 멈추어진 것에서 활력을"
이걸 그림으로 옮길 수 만 있었으면 한답니다.
멋진휴일하루 보내신 사연 눈에보이는듯
그리며 읽었어요 친구란 언제나 그립고
반가운사람들이지요 ^^
근데 그여자도 불쌍하지만 지나가다
재수없이죽은 그남자 참 안됐어요
뭐라 말해야하나 남은 가족도 불쌍하고...
저짝에 등불꺼졌어요~^^
그러게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게 ...
불 살려두었습니다
ㅎㅎ
마른 하늘에 날 벼락,,,
그 조선족 부인 얼마나 황당하겠나 ,,
~즐거운 하루되세요 ~
네. 이 어처구니 없는 죽음은
보상 받을곳도 없다네요
좋은 한 주 되십시오
날이 좋아 소풍도 다녀야 하고
축하해줄 혼사가 많아 전국으로 뛰어야 하고
동분서주..그 와중에 우정으로 충전되고 있는 삶에너지 ^^
외롭지 않아 감사한 나날입니다.
커피님^^
체격이 약하시던데 ㅋ 밥 잘 챙겨드세요.
'밥심(밥의 힘 ㅋ)'을 억쑤로 믿는 앨리스랍니다. ㅋㅋ
앗!
잘못 아셨습니다
튼튼한 모습 보여 드립니다
재수없는넘은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그말이 생각 나는군요.
암튼 외로운길 동행이 필요했던가 봅니다.
그래도 살아있는게 좋은건가봅니다.
님도 즐건 하루가 되셨으니요.
그러게요
나이도 같은 사람을 데리고 갔으니..
제수 옴붙었내유(맞는표현인가?)...
요위의 사진들봉게 건강하고 이쁘요...안녕?
하신거쥬?
제수라면 형님의 처
ㅎ ㅎ ㅎ
그건 아마도 재수가 옴 붙었지 싶으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류 이뻐유
인물보다는 인간성이 좋다고나 할까...그렇습니다유~
좋은내용 잘 봤습니다
매일 매일 이어지는 일상이 지루한데 사람과 사람사이의 행복한 것은 정인가 합니다
모드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