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객들에게도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해발 고도 3776m)를 조망할 수 있는 '핫스팟'으로 알려진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의 한 편의점 앞이다. 위 사진은 호젓하게 인증샷을 촬영하고 있지만 북적일 때는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장사진을 치는 등 법석을 떤다.
문제는 무례한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 주차는 물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심지어 이 편의점 건물 지붕에 올라가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주민들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짓을 벌인다며 볼멘 소리를 늘어놓는단다.
국내 블로거들도 '후지산 최고 핫스팟' 중 하나로 이곳을 들며 인증 사진들을 올린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다 못한 후지카와구치코 주민들이 편의점 건물 위에 높이 2.5m, 길이 20m의 그물망으로 된 검정색 가림막을 세워 후지산을 가려 사진 촬영 자체를 막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AFP 통신 보도를 인용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가림막 설치 공사는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것이라고 관리들은 밝혔다. 관리들은 "이렇게 하게 돼 유감이지만,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일부 관광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관리들은 도로에 안내판을 세우고 경비원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지만 소용 없었다.
근처 치과 기공소도 불똥이 튀었다. 기공소 건물 주변에도 관광객들이 몰려와 아무 데나 주차하고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며 시끌벅적하다는 것이다. 이곳에도 같은 가림막을 세우기로 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관광객들이 쏟아져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더욱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려고 열심이다. 지난 3월에 열도를 찾는 방문객 숫자가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객 폭증에 따라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후지산에도 올여름 등반객 발길이 북적댈 것으로 예상돼 정상에 오르려는 인원의 숫자를 제한하기 위해 당국은 오는 7월부터 일인당 13달러(약 1만 6700원)의 입산료를 받기로 했다. 기존에 걷던 후지산 보전 협력금 1000엔에 더해 일인당 부담은 2만 6700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관리들은 늘어난 후지산 등반객 때문에 부상이나 쓰레기 투기가 늘고 심지어 부적절한 옷차림으로 산행에 나서 눈살을 찌뿌리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후지산을 등정하는 트레일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요시다 트레일은 하루 4000명으로 탐방객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또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는 입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흔히 '총알 등정'으로 불리는, 휴식하지 않고 정상에 오르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