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1일, 탁구계에는 큰 변화가 도래했습니다.
공의 크기가 38mm에서 40mm로 늘어난 것입니다.
생활 탁구계에서도 이 변화는 매우 낯설고 부담스러운 것이었지만, 선수들에게 미친 영향은 더욱 컸습니다.
사실 이 공의 크기 변화가 한국 탁구를 세계 탁구 최 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끌어 내린 큰 변화이지만, 우리나라 탁구인들이 크게 체감하고 있지 못하지요.
그전까지 한국 탁구계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전후 스텝을 활용한 돌아 서는 탁구, 즉 일펜 탁구였습니다.
일펜이라는 용어는 펜을 쥐듯이 잡는 펜홀더 전형을 의미하는데, 후에 중국식 펜홀더 타법이 등장하면서 일본식과 구분하여 부르게 되었기 때문에 일펜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사용되게 되었지요.
그런데 일본식 펜홀더 블레이드를 활용한 한국식 탁구는 당시 일본식 탁구와 뚜렷한 차이를 이루었습니다.
일본식 탁구는 아기자기해 보이는 잔발을 활용하고 연결을 위주로 한 교과서적 탁구를 지향했다고 하면, 한국식 탁구는 어떻게든 포핸드로 돌아서서 강력한 한방으로 승부를 내려는 탁구가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전형적 차이는 실제 용품의 차이에서 기인한 면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강력한 한방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시 B사에서는 한국 시장을 위한 10mm 두께의 히노키 단판 블레이드를 출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는 9mm 단판으로도 이미 충분한 스피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10mm 단판에 대한 수요 자체가 부재했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탁구는 9mm 블레이드를 활용한 감각과 정확성, 그리고 잔발 위주의 탁구가 보다 더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고, 한국 탁구는 10mm 단판의 강력한 파워를 지향하여 강력한 한방 위주의 탁구를 선수들이 더욱 원하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한방으로 게임을 종결 짓겠다는 생각은 크게 보면 모든 플레이를 포핸드로 하겠다는 것과 또 가급적이면 받지 못 하는 코스로 크게 갈라서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연결됩니다.
당시 유럽형 탁구는 좌우로 크게 갈라 받지 못 하게 친다는 개념보다는 더 강력한 회전과 힘으로 압도적인 랠리를 가져가겠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한국 탁구를 어떻게든 코스를 갈라서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볼 때 유럽은 힘의 탁구, 드라이브의 회전량으로 승부하는 탁구로 비쳐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탁구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른 특이한 어떤 점을 갖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백핸드 쪽에서도 무리하게 돌아서 포핸드로 전환하고, 또 그 전환한 상태에서도 스트레이트 공격보다는 상대방의 백핸드 쪽으로 몰아서 거의 사각에 가까운 공격을 성공시키겠다는 일념이 3구에서 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사실 백핸드쪽으로 몰려서 포핸드를 쓰는 것도 무리인데, 그것을 다시 상대방의 넷트 근처 백핸드쪽으로 보낸다는 것은 몸을 굉장히 많이 돌려서 타구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내려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단순히 도는 동작만이 아니라 앞에서 뒤로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최대한 팔과 몸 안의 공간을 더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즉 한국 탁구는 앞에서 뒤로 빠르게 이동하여 공간을 만들고 그 만들어진 공간으로 강력한 포핸드 한방 드라이브를 코스를 갈라 집어 넣는 기술을 선수들의 필수 요건으로 삼게 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탁구대 앞에서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 나면서 회전하여 공간을 만드는 스텝은 사실 한국 탁구 특유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그립을 사용하는 일본 선수들에게도 이처럼 빠른 동작으로 무리한 드라이브를 넣는 것이 일반화 되지는 않았지요.
당시 중국의 탁구는 상대적으로 전진한 상태에서 모든 공을 탁구대 위에서 처리하겠다는 정신이 강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면을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중국식 펜홀더 그립도 있었는데, 그 당시 그런 손잡이가 출현한 것은 공이 탁구대 위에 닿자 마자 타구하려면 손목이 자유롭고 또 상대방을 향하여 꺾여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블로킹을 잘 하기 위한 그립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즉 중펜으로 쥐게 되면 미들 코스로 오는 것을 매우 막기 편하고 특히 이면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느 곳으로 오더라도 일단 탁구대 위에서 선제를 잡기 편한 것이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중국 탁구는 탁구대 앞에 붙어서 잔발을 뛰면서 가급적 정점을 고려하지 않은 빠른 타구를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탁구는 기다려서 정점을 노렸다가 한방을 치는 탁구, 즉 정점 까지 몸을 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중요한 한방 탁구가 주류를 이루었지요.
이러한 한면에만 러버를 붙인 중펜 전형과 비슷한 전형이 한국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현정화 선수가 사용했던 숏핌플 러버 전형이었습니다.
숏핌플 블레이드를 보시면 손잡이가 짧고 블레이드가 둥글어 그 모양이 중펜과 비슷한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모양이 된 것은 모든 공을 탁구대 위에서 처리하겠다는 의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공의 안정성 위주, 그리고 컨트롤 위주로 블레이드를 만들어 간 것이죠.
중국의 단면 중펜 그립은 아마도 90년대 이전에 거의 사라진 듯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당시로도 책으로만 그런 그립을 구경했고, 실제로 그런 그립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향성이 오늘의 중국 탁구를 만든 것은 분명합니다.
한편 당시 유럽 탁구가 힘있는 파워 드라이브 전형으로 발전해 간 것도 원인이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유럽의 탁구는 클럽제도를 근간으로 합니다.
클럽이란 무조건 경쟁하고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과 적당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하지요.
그래서 유럽의 탁구는 랠리를 전제로 합니다. 실력이 적당하게 늘게 되면 맞드라이브 랠리를 계속 연결해 가면서 하는 것을 흔히 즐깁니다.
특히나 공을 놓치게 되어 상대방이 공을 줍게 되는 것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더욱 미안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과 박자, 흐름 등을 중시하면서 서로 길게 떨어져서 맞 드라이브를 하는 것, 그러면서 랠리를 길게 가져 가는 것이 결국 그들에게는 시합에서 이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 되지요.
그러나 한국은 우선 그런 넓은 공간을 갖춘 연습 환경도 어려웠을 거구요..(추측이지만 그러리라고 생각됩니다.) 또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서로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배려해 가면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래서 한,중,일,유럽의 탁구는 각각의 모양새를 가지고 발전해 오게 됩니다.
첫댓글 오즈 발매는 언제할까요?
20일에 할 예정입니다~^^
저는 중국점착러버 허3 사용중인데 오즈와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요,블레이드는 로즈우드5 사용중입니다.
히노키들어간 블레이드에 중국 점착러버 사용해본적이 없어서요 궁금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중국의 단면 중펜 그립은 아마도 90년대 이전에 거의 사라진 듯 합니다"는 남자선수의 경우는 맞지만(아마 92년 Barcelona에 유센통 선수를 내보낸 것이 마지막일 겁니다), 여자의 경우 93년경까지 활약한 가오준 선수와(잘 아시다시피 미국으로 옮겨서 꽤 오랫동안 활동을 했지요), 2000년경까지 활약한 양잉 선수가 있습니다. 양잉 선수의 경우 처음에는 이면타법으로 출발했다가 말년에는 단면으로 전환했는데, 특히 덩야핑, 쑨진 등과 함께 복식에서 좋은 성적을 많이 거두었습니다..
그렇군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