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아침에 일어나도 중천에 떠 있는 것 처럼 눈부신 햇살은 좀 부담스럽지만 여전히 상쾌한 공기는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한적한 캠프 밖에는 우리지프 말고도 한 두 대만이 서있을 뿐이다. 숙소가 시설이 좋고 아직 시즌이 아니어서 손님이 적으니 바삐 해야 하거나 하는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는 시간도 부담이 없다.
Bayanzag
게르 앞에 위치한 바얀작을 아침 먹고 산책하듯이 들렀다. 미국인 탐험가 앤두르스가 명명한 불타는 언덕으로도 알려진 이 곳은 붉은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곳보다도 더운 지역이다. 하지만 아침에 들르니 바람도 상쾌한 언덕이다.
바얀작,
군데군데 있는 식물이 Zag이다.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붉고 야성적인 삭막한 지형을 보여주는 곳답게 공룡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발굴이 계속되고 있는 이 곳의 공룡뼈와 알 들은 울란바트르의 자연사박물관은 물론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바얀은 풍부한, 작Zag은 덤불 같은 식물 이름으로 Zag이 풍부한 곳이라는 뜻이지만 언덕을 둘러보니 노란 꽃을 피운 작들이 군데군데 있을 뿐 풍부한 것은 아니다.
그냥 이름과 다른 풍경 때문에 실망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인근 마을 가까이 작Zag이 무리지어 서식하는 곳이 있다.
예전에는 바얀작 근처 시냇물 같은 오아시스에서 물 마시러 온 염소와 양떼들을 보면서 점심도 먹고 절벽 그늘을 찾아다니며 앉아 한나절 가까이 놀다 올 수 있었다. 근처마을에서 농사지은 작고 통통한 오이를 사먹기도 하면서......
팅기스에게 물으니 아마 잘못 알고 있는 듯, 그 곳은 소금오아시스로 물을 마실 수 없으며 지금은 그 물도 자주 말라버린다고 한다. 아마 으믄고비에 하나 있는 Ulaan Nuur(소금호수이다)를 말하는 것 같았다.
산책하기에 좋은 Yolyn Am 가는 길
며칠 전 코앞까지 같다가 되돌아선 욜링암으로 향했다. 추웠던 기억을 되살려 점퍼 하나만 입고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울란바트르 현지에서 사시는 한국인들을 만났다. 중무장을 한 것 같은데도 너무 추우니 옷을 더 입으라고 하신다. 다시 패딩점퍼에 너무한 것 같지만 패딩바지까지 껴입으니 사실 든든하다. 가다 더우면 벗으면 되니까.~^^
입구에는 말들이 겨우내 만든 튼실한 몸으로 찾아올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음계곡까지는 기분 좋을 만큼 걷는 거리여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이어진 계곡 길을 굳이 말을 타고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몸이 불편하거나 다리가 다쳤다면 모를까.
욜링암
들어가는
길
하지만 예전 8월의 욜링암을 들어가면서 지천인 말똥 때문에 비까지 쏟아지던 길을 깊어진 물웅덩이 피하랴, 말똥을 비껴가랴 아래만 쳐다보고 조심해서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치만 6월의 욜링암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녹색 융단길이다.^^
말똥이 싫다면 말 등에 타고 아름다운 계곡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밝은 녹색의 욜링암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 그동안 뻥 뚫린 지평선만 보고 달리다가 산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보니 발길이 가볍다. 산과 태생적으로 친근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고향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들어가는 길목부터 작은 땅굴들 사이를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몸집의 길이가 쥐보다는 짧아 귀엽게 생긴 놈들이 내 발길을 잡는다. 처음에는 귀여운 쥐라고 생각했는데 토끼과의 동물인 쥐토끼Pika라고 한다.
흐르는 시냇물에 입을 담그다가도 포로록~ 수풀들 사이로 지쳐 날아가는 작은 새들하며 제법 몸집이 큰 새들까지 나의 시선을 잠시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계곡에 펼쳐져 방긋방긋 웃어주며 날 사로잡는 꽃들은 어떻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의 쥐토끼들과 바쁘게 돌아다니거나 날아다니는 새들, 흐르는 시냇물과 기지개를 펴는 아름다운 색깔의 꽃들, 보고만 있어도 동화 속 이야기가 술술 만들어질 정경이다. ^^
욜링암계곡에
많이 피어있었던 꽃
오보(돌무더기)가
있으면 돌자~돌자, 너와 나의 평안을 위해
욜링암은 독수리의 부리란 뜻으로 몽골의 수염독수리들이 많이 서식하는 독수리계곡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철 등 광물질을 많이 함유해서인지 유난히 반짝거리는 산세도 독수리를 닮아있다.
얼음 녹은 물이 녹아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서 가다보면 넓게 펼쳐진 초원이 나타나는가 하면 좁고 험한 계곡들이 한 동안 계속된다.
그러다가 마주친 마치 빙하처럼 계곡 아래까지 만들어진 얼음들, 예전에는 계곡 깊은 곳에 조금 남아있었던 얼음을 봤던지라 놀라웠다.
또
다른 코스의 계곡에 있는 6월의 얼음
폭포
욜링암계곡 가까이 들어간 또 다른 계곡의 폭포도 폭포자체가 그냥 얼음이다.
영상 40도가 넘어가는 땅 속도 아닌 땅 위에, 여름까지 얼음이 남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첩첩한 절벽이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계곡의 바람이 요술을 부린다고 해도.
여유 있게 숙소로 들어온 고비에 들어와서 가장 편안했던 날이다. 카톡으로 수다도 떨고,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쓸 시간이 있었던...........
첫댓글 작년 여름에 갔던 곳. 아직도 욜링암계곡에 얼음이 그 모양 그대로 있네요 .경이로웠던 몽골 여행은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태초의 자연이그대로 남아있는 야크 .야마 .말 소 캐멀의 천국. 가슴이 뜁니다.
고비로 가시겠네요. 즐여행하세요
고비 넘 강렬하고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