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타리
소갈병 치료에 전통깊은 민간약
▶구만리 하늘 두려워하는 사람 없고
땅 위에 발을 딛고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데도 하늘을 볼 틈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요즘 밤하늘에는 별들도 없다. 없어서 일까 보지 못하는 걸일까.
바람이 서늘도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별은 뉘별이며
내별 또한 어느게오
잠자코 홀로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鷺山 李殷相 時調 「별」
영남의 알프스 그 한맥 천황봉 1189m 억새밭 사자평 혼자서 산을 헤메던 젊은날 그곳에서 촛불 하나 켜두고 하룻밤을 새우며 바라보았던 또다른 세상 밤하늘. 천지가 새까맣게 물던 밤에 쏟아져 내리는 별빛들. 가끔 긴선을 그으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유성. 참 아름답고도 두렵던 그날의 밤하늘과 별들은 30여년을 지난 지금에도 가슴 한 곳에 남아 내 영혼의 일부로 살고 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자기의 별들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요즘 별 하나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만나기 어렵고 구만리 하늘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없다.
▶인생만 무상하랴
하늘타리는 여러해살이 덩굴성 초본식물. 덩굴손이 잎과 마주 나와서 다른 물체를 감싸잡아 하늘을 향해 높이 5m까지 뻗어 자라며 땅 속에서는 굵고 살찐 뿌리를 만들어 가는 꽃과 열매도 아름답고 특이한 식물이다.
잎은 어긋나고 단풍처럼 잎 5~7쪽으로 갈라지며 잎조각에 톱니가 생긴다. 여름 6~7월에 흰색 혹은 노란색 꽃이 암수 따로이 피는데 꽃받침과 꽃잎은 각 5장으로 나뉘며 암술 1개에 수술은 3개다. 특히 하늘타리꽃은 5장의 꽃잎 끝마다 다시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꽃수술이 이루어져 아주 특색이 있다. 가을 10월에 지름 7㎝쯤 되는 작은 수박 같기도 하고 참외 같기도 한 모양의 고운 진노란빛 열매가 익으며 그 속에 다갈색의 많은 씨앗들이 들어있다.
순수 우리 이름 하늘타리는 고려시대 이두 명칭으로 천을天乙 또는 천원을天原乙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천질월이天叱月伊 천질타리天叱他里라 했는데 인생만 무상하랴. 무상한 세월따라 초목들의 본의와는 관계없이 사람들이 불러주는대로 그 이름들이 변하여 「동의보감」에서 하늘타리불휘로 기록하면서 지금은 하눌타리, 하늘타리로 혼용하여 부르고 있다.
이러한 한문말을 빌려쓴 우리말 이두명칭이 변해온 과정을 살펴보면서 이 식물이 하늘을 보며 뻗어가는 형상과 달을 닮은 둥근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에서 하늘에 걸린 달이라는 뜻으로 이름지어졌으리라느껴진다. 하얀눈이 내린 겨울에도 노란둥근 열매가 줄기에 걸려 있으니. 하늘타리는 이땅에서 대개 중부이남 따뜻한 산기슭과 숲속에서 널리 자생하며 한국을 비롯한 중국, 타이완, 몽골 지역에 분포하여 살고 있다.
하늘타리 꽃
▶소갈병 치료에 전통깊은 민간약
한방에서 하늘타리 생약이름 과루瓜蔞, 천과天瓜, 천원天圓, 약과藥瓜, 고과苦瓜, 꽃을 천화天花, 열매를 토과실土瓜實, 씨앗을 과루인瓜蔞仁, 토과인土瓜仁, 천원자天圓子, 뿌리를 과루근瓜蔞根, 천화분天花粉, 천과분天瓜粉이라하고 속명 한을타리, 쥐참외, 하늘수박으로 부르며 한방과 민간에서 주로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열매와 씨앗도 약이 된다.
약성에서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폐, 위, 대장경에 작용한다. 약효는 해열, 해독, 해갈, 소염, 배농, 통경, 병원성 미생물 억균과 항암의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며 갈증을 멈추게 한다. 또한 부스럼을 낫게 하고 고름을 빼낸다. 그리고 황달을 치료하고 월경을 통하게 한다.
하늘타리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속칭 소갈병이라 하는 당뇨병에 전통 깊은 치료약으로 전래되어 왔다. 특히 몸이 여위면서 갈증이 심한 당뇨증상에 즉효하며 씨앗도 뿌리와 함께 쓴다고 했다.
그리고 폐결핵, 중풍, 황달, 부인병, 해수기침, 피부병, 설사와 변비의 약재가 되기도 한다.
이 약초는 오래될수록 칡을 닮은 땅속 덩이뿌리가 굵어지는데 성분에는 다량의 전분녹말과 단백질 사포닌과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이 살찐 덩이뿌리 분말을 천화분天花粉이라 하며 어린이 피부병인 습진, 땀띠, 부스럼에 가정 상비약으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약초 채취시기는 가을에 뿌리와 잘익은 열매씨앗을 썰고 씻어 말려두고 하루 쓰는 양 9~12g을 물로 달여 나누어 마신다.
근래에는 중국․북한에서 하늘타리가 약리실험에서 항암작용이 밝혀졌다고 발표한 기록들이 있다.
<艸開山房/oldm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