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말 그대로 리더(leader)와
십(ship), 즉 배라는 말로 나눌 수 있습니다.
리더십은 결국 배를 이끌고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능력입니다.
항해를 할 때는 폭풍도 지나야 하고 암초도 지나야 합니다.
리더십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폭풍처럼 다가오는 어려움도 이기고 달려야 하고 암초가 있으면 피해서 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입니다.
배를 움직이는 데는 선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선장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조타수가 졸다가 키를 놓치면 타이타닉의 침몰이 재현되고 맙니다.
한 명의 선원이라도 제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그 배 전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습니다.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리더십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선장에게만 집중합니다.
모두 다 선장만 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선장은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배가 제대로 가려면 절대 다수를 이루는 따르는 사람들, 즉 팔로워(follower)들이 잘 해야 합니다.
리더와 팔로워가 잘 조화 되어야 비로소 완성된 리더십이 나오게 됩니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라이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그 중에 유방과 항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유방은 부하들을 믿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 지도자 밑에는 인재가 모여들게 마련입니다.
천하의 책사 장량長良과 전투의 귀재 한신韓信이 유방 아래서 천하재패의 위업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그런 유방의 지도
스타일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반면 항우는 초나라 장군 집안 출신으로 귀족이었습니다.
그는 힘이 장사였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미래의 중국 대륙은 항우의 천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항우가 유방에게 지고 말았을까요?
항우는 사람을 믿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혈족 외에는 어떤 누구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수많은 장수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것은, 싸우면 지지않는 실력과
강력한 카리스마 때문이었습니다.
항우는 잔인했습니다.
그는 정복지의 백성들을 많이 죽여 원한을 샀습니다.
때문에 현지에서 물자를 조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유방은 현지 백성들로부터 물자와 병력을 공급 받아 궁핍하지 않았습니다.
항우는 구두쇠였습니다.
전공을 세운 부하 장수들에게 포상을 조금 밖에 해주지 않아 유능한 인재들이 그 곁을 많이 떠났습니다.
한신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항우를 버리고 유방에게로 가서 장군이 된 천재였습니다.
유방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기에 부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토록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자신이 너무도 유능했기에 부하들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자만과 자신감이 그를 망치고 만 것입니다.
짐 콜린스는 한 기업이나 단체의 흥망성쇠는 한 사람의 걸출한 카리스마적 리더에 달려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의 역사를 놓고 6년 동안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놀랍게도, 지나치게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과 생각이 강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오히려 저하시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예로서, 짐 콜린스는 1920년대 말에 시카고
근교에서 비슷한 규모로 비슷한 아이템(라디오와TV 제작)을 주종으로 해서 시작한 두 회사 제니스(Zenith)와 모토롤라를
비교했습니다.
제니스사의 창업주는 유진 맥도널드(Eugene McDonald)란 사람이었는데 별명이 ‘사령관’이었습니다.
별명만 들어도 짐작하겠지만, 그는 머리가 비상해서 아이디어가 컴퓨터처럼 넘쳤고, 성미가 급하고 추진력이 강하여 직원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폭풍처럼 몰아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모토롤라의 창업주인 폴 갈빈(Paul
Galvin)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데도 엔지니어들을 사랑하고 끌어 모았습니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파격적인 재량권을 주었고, 회의에서는 찬반 의견들을 활발하게 개진토록
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치켜세워 주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처음엔 두 회사 다 엇비슷하게 갔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말, 18개월 사이에 폴
갈빈과 유진 맥도널드가 세상을 떠난 뒤 다음 세대로 리더십이 옮겨가면서 두 회사는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모토롤라는 핸드폰을 비롯 각종 최첨단 통신 장비를 생산해 내는 세계 최일류 기업으로 발돋음한데 비해서, 제니스는 몇 번씩 경영 적자를 겪으면서 계속 TV와 라디오만 만들면서
간신히 현상 유지나 하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슷한 규모로 시작한 이 두 회사가 왜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요?
제니스사의 창업주인 유진 맥도널드는 군대 사령관 같은 강한 카리스마로 모든 결정을 자기 혼자 다 내렸고, 자기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회사로 제니스를 끌고 갔기 때문에 그가 사라진 때부터 회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자기가 없는 제니스사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모토롤라의 폴 갈빈은 자신의 재주는 그리 탁월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의 리더십을 키워주고 세워 주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이 없어도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터를 닦았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책읽고 밑줄긋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