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 일기(사순 제3주간 수요일)
듣고 싶습니다. 그 잔소리를….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6남매를 키우신 어머니는 자식들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셔서 평생을 목포 집에 사시다가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셨고, 2025년 2월 8일 세상을 떠나 하느님께로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제인 저는 참 불효자였던 것 같습니다.
요양병원에 계실 때 가끔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면, 첫 마디가 “조 신부님, 밥 먹었소!”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버럭 큰 소리로 “아따, 요즘 밥 못 먹고 사는 사람 있대요. 엄마나 잘 묵고 아프지 마세요.” 하고 끊습니다.
대화 시간은 1분도 안 걸려서, 어머니가 지어준 제 별명이‘용건만 간단히 신부’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찾아뵐 때는 ‘조 신부님, 살이 빠진 것 같소.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으라.’하고 말씀하시면, ‘알았어요, 또 잔소리하시네. 알아서 잘 먹을게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합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고맙다.”라고 하시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돌아보면, 살아 계실 때는 어머니의 그 말씀이 잔소리처럼 무척 귀찮게 여겼는데, 지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런 잔소리 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이제야 그 잔소리가 아들 신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었고, 바로 그 어머니의 마음이 율법의 정신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율법의 근본정신이 뭐냐? 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 하느님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 곁에 계시며 저희의 기도에 늘 귀를 기울여 들어주셨습니다. 응, 그래. 응, 그랬구나! 응, 힘들었겠다. 응, 이제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제1 독서 신명기서 보면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 있느냐?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너희가 두 눈으로 본 것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말하자면, 하느님께서는 늘 저희의 기도에 당신의 기적과 권능으로 ‘항상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심을 기억하라’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집트 군대가 쫓아오자 갈대 바다를 가르시어 당신이 선택하신 백성들이 맨땅을 걸어서 건너가도록 구해주신 하느님의 섭리와 자애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신명기 18장 15절에 보면, 항상 준비하고 계시는 ‘참 예언자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말씀의 중심은 참 예언자이시고 메시아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로, 예언자로, 메시아로 이 땅에 오셨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고운님들은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참 메시아시며 예언자요, 그리고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온 마음을 다해 충실히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하느님의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희가 하느님의 사람답게 율법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입니다. 응, 그랬구나! 응, 힘들었겠다. 이제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항상 네 편이야. 기도할게.”
기억하십시오.
고운님들의 마음 안에서 따뜻하게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잔소리도 하고, 또 잔소리를 듣고 살아가는 은총이 있음을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영적일기를 통해 잔소리도 듣고, 잔소리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 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율법을 완성하러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고운님들은 삶의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말 한마디로 잔소리하면서 기쁨을 주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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