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린고비 옛날 충주 지방에 아주 인색한 부자가 있었다.
얼마나 인색했는지 지방(紙榜)을 기름에 절여 놓고 제사 때마다 되풀이해서 쓸 정도였다. ‘지방(紙榜)’이란 제사 지낼 때 죽은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모셔 놓는 것으로, 제사가 끝나면 태워 없애고 다음에 새로 만드는 법이다. 그런데 이 부자는 그 종이 한 장을 아까워했던 것이다. 그것도 부모님 제사를 모시는 데 쓰는 것을 말이다. 이 부자처럼 인색한 사람을 ‘결은 고비’라고 했다. ‘결은’의 어원은 ‘겯다’로, 물건을 기름에 담그거나 발라서 흠뻑 묻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고비(考妣)’는 한자어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제사 지낼 때 모셔 놓는 지방을 가리킨다. 이 ‘결은 고비’가 변해서 ‘자린고비’가 되었고, 자기 부모 제사에 종이 한 장 태워 없애는 것도 아까워할 만큼 인색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수전노(守錢奴)’ 역시 한번 손에 넣은 것은 쓸 줄 모르고 돈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돈의 노예’라는 뜻이다. 돈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2. 정곡을 찌르다 사격이나 양궁은 과녁을 얼마나 정확히
맞추는가로 승패를 내는 시합이다.
과녁은 네모난 바탕에 동심원이 여러 개 그려져 있고, 가운데 쪽을 맞출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과녁 한가운데, 즉 ‘정곡(正鵠)’을 맞추는 것이다. 과녁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정곡(正鵠)이라는 말은 ‘정’과 ‘곡’이라는 두 말이 합쳐진 것이다. 옛날에는 과녁을 만들 때 바탕을 천으로 만들기도 하고 가죽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바탕이 천으로 된 과녁은 한가운데를 ‘정(正)’이라 하고, 가죽으로 된 것은 ‘곡(鵠)’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이 둘을 합쳐 ‘정곡’이라는 하나의 말이 된 것이다. 정곡은 과녁의 중심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핵심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의 중요한 내용을 콕 집어내는 것을 ‘정곡을 찌른다’ 혹은 ‘핵심을 찌른다’고 한다.
3. 조바심 내다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초조할 때 쓰는
‘조바심’이란 말은 농사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심’은 타작을 뜻하는 우리말로, 곡식 이삭을 비비거나 훑어서 낟알을 털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조바심’이란 조 이삭을 털어내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조는 이삭이 질겨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온갖 방법으로 비비고 문지르면서 애를 써야 간신히 좁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바심’을 할 때는 힘만 들고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바심하다’ ‘조바심 내다’ 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까봐 마음을 졸일 때 쓰는 말이다. 조바심과는 반대로 깨를 타작할 때는 살짝 털기만 해도 알이 우수수 잘 떨어지므로 깨 쏟아지는 재미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그래서 즐겁고 재미난 일을 ‘깨가 쏟아진다’라고 표현하는데, 특히 막 결혼해서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깨가 쏟아진다는 말을 많이 쓴다. |
첫댓글 좋은어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