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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의 발발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을 크게 올려 세계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한 대러 제재도 에너지 시장이 이번 전쟁으로부터 받는 타격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쟁에서 기인한 에너지 시장의 위기는 특히 역내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더욱 두드러졌는데, 유럽 국가들이 최근 상황을 감안해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및 석유 수입량을 감축하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각국의 에너지 시장은 큰 파란을 맞았다.
이처럼 천연가스 부족 및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라는 양대 문제에 봉착한 유럽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국가가 바로 아제르바이잔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장점인 지속가능성과 안전성을 갖춘 인프라, 그리고 천연가스 수출 규모 확대 의지에 주목한 유럽의 여러 기관은 협정을 체결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전력 수출의 형태로 유럽의 녹색 에너지 부문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함께 펴고 있으며, 이 방면에서도 지금까지 여러 협정을 체결하는 진전을 보였다. 즉, 현재 나타나는 유럽의 지정학적 맥락 변화는 아제르바이잔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 영역에서 지니는 입지를 넓히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 에너지 시장의 최근 동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는 유럽에 석유 및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였으며, 이들 제품은 특히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의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에 유럽연합(EU)이 수입한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약 45%를 차지했고, 천연가스 소비량을 기준으로 한 비중도 40%에 육박했다1). 또한 수입 원유 중에서도 러시아산의 비중은 26.9%였고, 석탄 등 고체연료 수입분의 거의 절반도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자료에 의하면 2021년에 러시아가 수출한 천연가스 중 75%, 원유 중 49%가 유럽으로 향했으며, 따라서 당시 유럽은 명실상부 러시아산 에너지의 최대 시장이었다.
하지만 개전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증가한 데다 대러 제재도 시행되면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량을 감축하기 시작했으며, EU는 2021년 3월 8일자 성명을 통해 2030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2).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석유의 해상 수입 중단 조치에서 시작해 2023년 2월 5일부터는 러시아산 정제석유 제품 또한 수입 금지 목록에 추가했고3), 영국도 2022년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및 정제석유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덜한 미국의 경우 이미 2022년 3월에 일찌감치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도 제한한 상태였다4). 이에 더해 G7 가맹국들은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얻는 수익이 배럴당 60달러(한화 약 7만 8,000원)를 넘지 못하도록 2022년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데 합의했고5), EU는 회원국 선박이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을 제3국으로 운송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렇게 지금까지 발표된 조치를 모두 합하면 러시아가 유럽으로 수출하는 석유의 거의 90%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한편 대러 제재 개시 이후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동향도 큰 변화를 보였다. 일례로 2022년 11월에 EU가 수입한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동년도 1월의 51.3%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12.9%를 기록했다6). EU는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면서 발생한 에너지 공백을 미국, 카타르, 나이지리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 들여오는 LNG 수입 증대로 메꾸고자 했으며, 그 결과 2022년도 전체 가스 수입액에서 LNG의 비중은 25.7%로 상당히 올라갔다.
상술한 여러 조치가 시행되고 EU의 에너지 시장도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면서 유럽 각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수출 실적이 급감한 러시아가 입는 손실은 하루에 1억 7,500만 달러(한화 약 2,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7). 다만, 대러 제재는 러시아산 에너지의 시장 진출을 막아 에너지 자원의 희소성을 늘림으로써 거래 가격을 상승시켜 수출 감소 영향을 다소 상쇄시키는 부분도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의 유럽 가스 시장 내 입지 확대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감축에 돌입한 이후 대체 에너지원 모색에 고심했고, 여러 자원 중에서도 천연가스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비록 위에서도 언급했듯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LNG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새로 생겨난 에너지 공백을 메꾸는 데 역부족인데, 이 점에서 새로운 가스 수입원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아제르바이잔이다.
아제르바이잔과 유럽이 에너지 부문에서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시기는 유럽 등지에 소재한 주요 에너지 기업과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1994년이었다. 당시 7개국 소재 11개 석유 기업이 참여한 해당 계약의 규모는 74억 달러(한화 약 9조 7,000억 원)에 달했다8). 이후 2006년에는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Baku-Tbilisi-Ceyhan) 석유관이 가동되면서 아제르바이잔산 석유의 유럽 수출이 개시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이 석유 이외에 천연가스도 유럽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남부가스회랑(SGC, Southern Gas Corridor)의 마지막 부분이었던 트랜스 아드리아 가스관 (TAP, Trans Adriatic Pipeline)이 가동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9). 2014년에 출범한 SGC는 330억 달러(한화 약 43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TAP, 코카서스 연장 가스관(Caucasus Pipeline Expansion), 트랜스 아나톨리아 가스관(Trans-Anatolian Pipeline)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SGC 사업의 목적은 아제르바이잔의 샤데니즈(Shah Deniz) 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튀르키예 및 EU로 수출해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면전 발발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새로운 에너지 공급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간 에너지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가 2022년 7월 22일에 체결되었으며10), 여기에 따르면 SGC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 수출량이 2027년까지 기존의 두 배인 200억 입방미터(㎥)로 늘어나게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해당 양해각서에 SGC가 EU의 에너지 다변화 과정에서 담당하는 전략적 역할이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국산 천연가스 수출 실적 향상을 도모 중인 아제르바이잔의 노력도 최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2년에 아제르바이잔이 수출한 천연가스의 양은 전년 대비 30억㎥가 늘어난 226억㎥를 기록했고, 이 수치는 2023년까지 245억㎥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11). 또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에 EU의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 수입량이 2021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114억 ㎥에 달한 점은 SGC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12).
유럽에는 최근 수년간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 도입을 최초로 개시하거나 사전 절차에 돌입한 국가도 다수 존재한다. 먼저 불가리아는 그리스를 경유하는 TAP까지 이어지는 연결 가스관 건설을 이미 완료해 현재 연간 10억㎥ 상당의 천연가스를 들여오고 있으며13), 세르비아도 유사한 목적에서 불가리아로부터 이어지는 가스관을 새로 건설하는 중이다14). 한편 루마니아도 2022년 12월 20일에 아제르바이잔과 협정을 체결해15) 2023년 1월부터 실제로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으며, 동년 4월 1일까지 3억㎥ 상당의 천연가스를 아제르바이잔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이처럼 유럽 등지에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제르바이잔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해 앞으로 최소 100년간 내수와 수출에 들어가는 분량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16).
녹색 에너지 협력
아제르바이잔과 EU의 에너지 협력은 비단 천연가스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아제르바이잔은 이 밖에도 녹색 에너지 부문에서의 협력 확대를 위해 EU로 전력을 수출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제르바이잔은 2022년 12월 17일에 조지아, 루마니아, 헝가리 3개국과 협정을 체결해 녹색 에너지인 아제르바이잔의 전력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흑해 해저 전력 케이블 건설에 합의했다17) 1,100km의 총연장과 1,000메가와트(MW)의 용량으로 설계되는 이 케이블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출발해 루마니아를 거쳐 유럽 대륙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게 되며, EU 집행위원회는 본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케이블 부설에 약 24억 달러(한화 약 3조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18). 2023년 말까지 예정된 이 사업의 타당성 조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케이블 부설이 시작되어 이후 3~4년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완공된 케이블은 EU에 새로운 에너지원을 공급하며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상술한 2022년 아제르바이잔-EU 에너지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에는 녹색 에너지 부문에서의 협력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여기에 따르면 EU와 아제르바이잔은 재생에너지 공급 및 수송 역량을 개발해 EU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아제르바이잔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 사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공유한다. 현재 27기가와트(GW) 이상의 육상 풍력·태양열 발전 잠재력을 보유한 아제르바이잔은 2027년까지 풍력에너지 3GW, 태양열에너지 1GW 생산 역량을 달성해 이 중 80%를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19).
결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정치적 리스크와 제재 개시라는 맥락 아래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 의존도를 줄이는 작업에 돌입한 유럽 각국은 에너지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체 에너지원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EU는 미국, 카타르,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들여오는 LNG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했으나, 이 정도로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감소분을 상쇄하는 데 역부족이다.
따라서 EU는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 도입량을 늘리는 협상에 착수해 2022년 7월 22일에는 에너지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 양해각서에 따라 2027년까지 EU로 향하는 자국산 천연가스 수출량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며, 이 노력은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해 2022년 기준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량은 전년도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남동부 유럽 국가들도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아는 그리스로 이어지는 연결 가스관을 이미 완공해 연간 10억㎥ 상당의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중이고, 세르비아도 이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며 가스관을 건설하는 과정에 있다. 루마니아 또한 신규 협정에 따라 2023년 1월부터 시작해 4월 1일까지 총 3억㎥ 상당의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를 들여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제르바이잔은 녹색 에너지 부문에서도 EU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조지아, 루마니아, 헝가리와 협정을 체결해 아제르바이잔이 생산하는 녹색 전력을 유럽 각지로 운송하는 흑해 해저 케이블 건설에 합의했다. 지금까지 설명한 협력 사례 및 사업 동향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영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입지가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이 추세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향후 10여 년에 걸쳐 유럽에 천연가스 및 녹색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각주
2)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2_1511
3) https://www.npr.org/2023/02/03/1153833640/europe-russian-oil-products-ban
9) https://www.socar.az/en/page/southern-gas-corridor
10)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2_4550
14) https://www.azernews.az/oil_and_gas/203191.html
17) https://civil.ge/archives/519125
19) https://aze.media/azerbaijan-and-europe-speed-up-the-green-energy-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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