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 덜어줄 대환대출, 발표 두달 지났지만 시행 안돼
[전세사기 피해]
‘안심전세앱’ 5개월 지나서야 출시
정부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
실효성 떨어지고 대응도 늦어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져 있다. 2023.4.18./뉴스1
벼랑 끝에 몰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뒷북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대출 상품은 대책 발표 2개월여가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고 주거 지원으로 내놓은 임대주택은 피해자 수요와 맞지 않아 이용률이 3%대에 그친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월 전세사기를 당하고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기존 대출을 연 1∼2%의 낮은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는 3개월째 준비 중이다. 실제 대출 상품은 다음 달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미리 바꿨지만 은행 시스템을 준비해야 해서 일정을 앞당기기는 힘들다”고 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안심전세앱도 지난해 9월 발표한 뒤 5개월 뒤인 올해 2월에야 나왔다. 당시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악성 임대인 정보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발표 8개월 뒤인 5월에야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원 요건이 까다롭거나 피해자 수요와 맞지 않는 대책도 많다. 정부가 내놓은 긴급지원 주택 200여 채는 대부분 원룸이거나 도심과 떨어진 나 홀로 주택이어서 이용률이 저조하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 있는 긴급지원 임대주택 238채 중 8채(3.36%)에만 피해자들이 입주한 상태다.
정책 사각지대도 있다. 정부는 주택이 미납세금 때문에 공매로 넘어가면 미납세금보다 임차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는 구제되기 어렵다. 소액 임차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일정액을 가장 먼저 변제받도록 한 최우선 변제 제도도 마찬가지다.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불법 개조한 건물에 들어간 세입자나 이미 경매로 낙찰받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책도 미비하다. 특히 근린생활시설 세입자들은 해당 물건이 경매에 나오더라도 불법 건축물이라 낙찰이 되지 않고, 본인이 낙찰받아도 해당 건물에 부과된 강제 이행금을 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로운 집에 이사 갈 때 사용할 수 있는 저리 대출 역시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 대출을 이용한 사람은 단 8명에 그쳤다. 이미 보증금을 떼인 데다 살던 집의 기존 전세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피해자에게는 대출 자체가 부담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동수 기자, 안규영 기자, 정순구 기자
“120통 걸어도 안받아”… ‘피해자 콜센터’는 통화중
[전세사기 피해]
전세사기 급증에 인력 늘려도 부족
뉴스1
“하루 124통씩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아요.”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박모 씨(36·서울 송파구)는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콜센터에 연락했다. 애타는 마음에 시간 날 때마다 전화했지만 보증이행 담당 직원과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처음 문의하게 되는 HUG 콜센터나 전국 주요 도시의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언급한 전세사기 피해자 일대일 상담이나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가 실행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HUG가 18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콜센터 응답률’에 따르면 HUG의 상담 신청 건수는 지난해 131만5579건으로 응답률은 50.4%에 그쳤다. 상담인력이 2021년 14명에서 지난해 말 94명으로 늘었지만 전세사기가 급증하며 응답률이 저조해졌다. 올해 1월 말 신청 건수는 17만2429건으로 응답률은 45.1%로 떨어졌다. 이는 HUG 측과 연결된 경우를 한정한 것으로 HUG에 연락이 닿지 못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실제 상담 수요 대비 응답률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로 상담하는 서울 전세피해지원센터도 비슷하다. HUG 직원 12명과 변호사 1명, 법무사 2명, 공인중개사 1명이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과 응대를 도맡고 있다. 인천 센터는 HUG 직원 2명과 인천시 공무원 2명, 법무사 1명으로 더 열악하다. 지난달 31일 운영을 시작해 이날까지 상담 755건이 들어왔지만 현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인천 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방문한 피해자 상담에 보통 1명당 40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송진호 기자, 정순구 기자, 이축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