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교수’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할까. 일반적으로 대학 교수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박학다식하고 유능하며 교양미 넘치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 인터넷 소설가의 겸임 교수 확정 소식이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인터넷 소설가는 필명 ‘귀여니’로 알려져 있으며, 2000년대 초반에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도레미파솔라시도’ 등을 인터넷으로 연재해 1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은 바 있다. 그녀의 소설은 높은 대중성과 또래의 심리를 섬세히 표현해 낸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이모티콘 사용과 맞춤법을 무시한 구어체 등으로 ‘작가적 자질’에 대한 논란이 항상 뒤따랐었다. 이 같은 비판적인 시각은 그녀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으로 성균관대 예술학부에 합격했을 때 더욱 가중되었다. 이후 ‘특혜를 얻었다’는 꼬리표는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실 이러한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보면, 현재 그녀의 겸임교수에 대한 자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소설이 한글이 아닌, 이모티콘이 주가 되어 쓰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대중들뿐만 아니라 유명 스타일리스트도 공개적으로 그녀의 겸임 교수 소식에 ‘학생들에게 민폐’라며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즉 그녀의 겸임 교수를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존재하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현재 귀여니의 모습, 그리고 그녀를 겸임교수로 채용하는 학교의 특성이나 학교에서 귀여니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오로지 십년 전에 쓰인 그녀의 이모티콘이 남발한 소설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귀여니가 교수가 되는 것은 진정 학생들에게 민폐가 되는 것일까. 그녀를 겸임 교수로 고용한다는 것은 정말 얼토당토 없는 소리인 것일까.
한글 파괴자가 학문의 세계로?!
귀여니의 교수 자질을 논하기 전에 먼저 그녀를 고용하는 학교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녀가 교수로 서게 될 학교는 흔히 ‘서종예’라 부르고 있는 ‘서울 종합 예술학교’다. 이 학교는 4년제인 예술학교이며 개설된 학과를 대체로 살펴보면 실용미술디자인, 방송구성작가예능학부, 방송연예연기학부, 공연제작예술학부, 패션모델예술학부 등, 심지어 개그MC예술학부도 있다. 즉 뚜렷하게 학문화 되어있고 이론에 집중하는 학부이기 보다는 연예 실기를 위주로 가르치는 학교인 것이다. 그러므로 책 한자라도 더 읽은 교수보다 현장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더 우대받을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귀여니가 속한 곳은 ‘방송구성작가예능학부’이다. 이곳에서는 한국 문학의 미래를 논하고 비판적 시각을 기르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을 좀 더 재미있고 신나게 만들어 시청자 또는 청취자를 사로잡을지를 고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귀여니의 경력을 살펴본다면 어떨까. 귀여니는 이미 10대 때 이루어진 출판 경력뿐만 아니라 영화화된 시나리오가 4개에 뮤지컬도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져 온 수 많은 논란을 차지하고라도, 대중의 성향을 잘 읽어내고 그에 맞춰서 상업적으로 본인의 능력을 잘 발휘하는 그녀의 능력을 가치 있게 본 것이다. 즉 학교에서 귀여니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녀가 출판했던 책처럼 학생들에게 인터넷 용어가 도배된 소설을 쓰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 아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센스나 연출력, 상업적 능력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귀여니를 겸임 교수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귀여니와 공지영&신경숙 작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녀는 문학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여니를 비판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 어떻게 귀여니를 함부로 공지영이나 신경숙 작가를 부르듯 ‘작가’로 칭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귀여니와 저 두 작가는 감히 비교도 안 된다며 말이다. 그들의 주장은 맞다. 귀여니를 공지영, 신경숙과 같은 작가와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귀여니는 문학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귀여니가 인문계통이 아닌 예술계통이라는 것은 그녀의 학력에서도 드러난다. 귀여니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부를 나왔으며 대학원은 서강대 연기예술학과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이것은 본인도 자신이 순수 인문계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 즉 연출 쪽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람들이 귀여니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소설이 인터넷 용어, 이모티콘이 주가 되어 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귀여니의 영화를 보면 그녀의 소설 속에 쓰인 이모티콘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텍스트가 제대로 된 한글로 쓰였던, 이모티콘으로 도배가 되었든 영상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상에서 느껴지는 전체의 맥락과 터닝포인트, 순간순간의 재치와 매력이지 원천 텍스트가 어떤 형태인지가 아니다. 귀여니가 그녀의 타겟이였던 10대 청소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들의 판타지를 적절히 충족시켰기 때문이지 문학성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귀여니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문학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귀여니를 영상 작가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문학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오해와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예비 겸임교수.
귀여니가 거느리고 있는 안티는 여느 아이돌 스타와 여배우 못지않다. 그녀가 겸용 교수가 된다는 기사의 댓글은 대부분이 그녀를 비난하고 야유하고 있다.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네티즌들이 무어라하든 귀여니는 강단에 설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귀여니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그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즉 그녀의 능력을 평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지, 앞뒤 사정을 자세히 알지도 못한 채 온갖 선입견으로 가득 찬 네티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를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편견을 가진 채 함부로 비난하고 판단하지는 않아야 한다. 귀여니 본인이 얼마나 절치부심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녀가 시기를 잘 만난 거품이었는지 아니면 진정한 능력자였는지의 입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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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 교수라니.......... 글은 좀 잘쓰지만, 인터넷 소설로 교수까지....ㅠㅠ는 좀 아닌듯
대중소설 작가로 한 획을 그은 분인데, 너무 가볍게들 보시는 것 같네요.
저는 앤디 워홀과 비견될 만한 천재성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