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는 21세기를 꿈의 사회(Dream Society)로 규정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를 거쳐 지식사회로 우리 인류는 발전해왔고 이제는 꿈의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꿈의 사회라는 것은 미래가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꿈을 갖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가상의 현실에 더욱 빠져 들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과 무관한 많은 일들에 열광하면서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생산에 직접 관계하지 않으면서도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거래인 선물투자나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같은 금융상품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를 시청하느라고 밤을 새우고, 박지성 선수가 맨유와 재계약했다는 뉴스에 마치 가족이 취직된 것처럼 기뻐한다.
꿈의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난 단상 |
언론은 끝임 없이 우리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뉴스들을 양산하고 있다. 인터넷포탈의 뉴스 제목들은 클릭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한다. 대학생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고전처럼 ‘1박2일’ 같은 버라이어티 쇼나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들을 다운받아서 보고 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를 보고 눈물짓고 감격하며, 노래경연에서 누가 탈락할 것이고 누가 새로 등장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제 ‘아바타’와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수입이 자동차 수출액보다 많다는 것은 대단한 뉴스도 아니게 되었다.
이처럼 꿈의 사회가 되다 보니까 본질보다는 허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지속적인 가치보다 순간적인 이미지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사물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전문가의 고뇌를 양비론에 빠진 비겁한 태도라거나 권위의식만 남은 지식인의 한계로 매도하기도 한다. 오히려 문제를 단순화하여 명쾌하게 판단을 내리는 아마추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쾌도난마에 열광한다. 더 나아가 언론과 인터넷은 사실을 과장하고 급속한 전파력으로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쉽게 흥분시키고 즉흥적인 판단에 빠지게 만든다. TV의 조명을 받으면 하루아침에 국민요정이 되기도 하고 국민여동생이 되기도 하며, 국민MC로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사건 하나에 영웅은 순식간에 파렴치범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은 영웅이 되기도 한다. |
품격 있는 우리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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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호동 사건, 안철수 신드롬, 곽노현 교육감 사건 등 많은 일들이 우리 사회의 이처럼 얕은 판단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화된 사회는 각 분야의 전문성이 오래 축적되고 즉흥적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가면 갈수록 즉흥적이고 천박해지는 것 같다. 국회 청문회도 장관의 전문성보다는 윤리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언론도 심도 있는 현실분석보다는 자극적인 이미지만 만들어낸다. 즉흥적인 허상에 근거해서 판단하다 보니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바로 실체를 알게 되어 실망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때의 열광과 곧 이은 비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현실은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극도의 열광과 극도의 좌절감이 반복되는 정서적 불안감에 휩쓸려 심한 조울증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것 같아 걱정이다. 초선 국회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고 또 다른 바람몰이에 의해 다수당이 탄생할 것 같다. 이제는 꿈의 사회로 바뀌어 갈수록 우리 사회가 허상보다는 진실에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 모두 힘써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바람몰이로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말고 흔들리지 않는 진실에 보다 접근하여 진정성을 보여주며 국정운영을 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지식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론주도층도 보다 깊은 성찰과 반성으로 사회의 지성적 분위기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꿈의 사회로 갈수록 얕은 이미지보다는 깊이 있는 지성적 판단으로 여론을 이끌어가는 품격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
첫댓글 인기편향의 지각없는 언론이 가장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