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하루만 더 살았으면 하는 그 '하루' 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질병만큼 불청객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우리의 삶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불치병이 아닐까 싶다. 원망도 해 보고 속절없이 울어도 보지만 자신에게 불쑥 나타난 불치병을 어찌할 수 없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온 몸에 전이되어 수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병원에서 조차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집으로 돌려보내 졌을 때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소중한 남편, 늘 나를 사랑해 준 부모를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줄 모르는 상황을 기다리며 그녀는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를 통해 날마다 하루 하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글을 남기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가 된 인생의 의미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돈과 명예와 성공이 아니라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온 추억을 상기해 보는 일이며 그동안 치열하게 앞만 보고 살아오면서 놓친 값진 관계들을 다시 돌아보는 일이었다. 건강할 때에는 몰랐던 작고 작은 일들이 아파서 침대에 누워보니 세상에서 가장 큰 일들이었음을 발견한다.
'집 사람이 유난히 추위를 타기 때문에 내 체온으로 미리 덥혀 놓아야 한다' _25쪽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탔던 아내를 위해 늘 침대 이불 속을 따뜻하게 데펴 놓는 남편의 기이한 행동을 아파서 누워보니 그제서야 깨닫게 되는 것처럼 평소에는 깨닫지 못했던 수 많은 사랑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며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들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하는 그녀의 글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항암 치료로 머리 숱이 다 빠져 비구니처럼 보이는 자기를 위해 남편과 아들이 함께 머리를 깍고 기념 사진을 찍으러 갔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하루의 삶이 무엇인지 다시 다짐해 본다.
'내 곁에만 있어주면 돼' _85쪽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 가장 아름다운 말이 이 말이 아닐까 한다.
'내 곁에만 있어주면 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해 주는 것으로 힘이 되어주는 관계
그런 관계가 부부 관계여야 함을. 소중한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죽음이 두렵다는 것은 이 세상에 미련이 많다는 의미' _143쪽.
이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의 하루와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하루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죽음이 성큼 성큼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내가 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명확해 진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하루를 미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판단하며 산다면 얼마나 후회되는 일일까!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진솔한지는 장례식장에 가 봐야 안다고 흔히들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 사람의 명성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도 있고, 뭔가의 유익을 바라고 친구 관계를 맺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람 관계는 이해관계를 떠나 아플 때 먼 거리라도 달려와 주는 관계가 진솔한 관계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부모나 가족은 같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이니 그렇다고 치고 나와 피 한 방울 안 썩힌 사람들이 아픔의 소식을 듣고 찾아와 주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아끼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진솔하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끝자락에서 어떤 기교와 가식을 꾸미지 않고 쓴 이 글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오늘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해 주는 것은 영혼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뼈를 깍는 고통 속에서도 하루를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인생의 깊은 의미를 찾아간 글에는 우리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 준다.
소종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가 보아야겠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해야겠다. 더 후회하기 전에.
직장에서 만나는 교직원들에게 따뜻함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더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