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총리 교체돼도 엔저 계속 한국경제 미칠 파장 주목 / 8/16(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자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관심을 모은다. 최대 관심사인 엔저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수상은 14일,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가 차기 총리다. 기시다 총리가 사임한 배경은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결정적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금융정책,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성장전략을 축으로 하는 기시다노믹스 덕분에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 기업 호실적, 증시 자극 등으로 이어졌다고 해서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경제 성과의 재료였던 엔화 약세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 2021년 10월 110엔 수준이던 1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해 7월 161엔까지 떨어졌다(환율 상승). 결국 일본은행(BOJ)이 개입해 4월과 7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0.25%)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1달러당 엔화는 140엔대로 상승했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일본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결국 경제 성과까지 희석시키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수명까지 줄였다. 일본 증시분석업체 어신메트릭 어드바이저스의 아미르 엠버자데 스트래티지스트는 오랫동안 산송장(dead man walking)과 같았던 기시다를 몰락시킨 것은 엔화 약세라며 일본은행의 정책 실수가 기시다를 완전히 아웃시켰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자민당 총재가 교체된다 해도 더 이상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현재의 기준금리(0.25%)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시장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RS)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금리차는 좁혀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가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일본과 수출의 경합 관계에 있는 한국의 자동차·철강·기계·화학 산업은 여유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