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아마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가운데 하나 맞을 겁니다.
신림동 학원가가 번화해서 그렇지, 그 번듯한 독서실 건물들 옥상에 올라가서 조금만 내다 보시면 판자집들이 오밀조밀...
이상한 냄새도 맞습니다. 옆에 천이 지나서 그런지 하수시설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보더군요. 춘추관 지나는 그 골목 하수구가 특히 그렇구요...
동네도 암울하죠. 세상 어디에 이런 동네가 또 있겠습니까? 학교 캠퍼스도 아니고 그저 한 동(洞)에 젊은 사람들이 소속도 없이 다 몰려들어서... 대부분이 보다 만족스런 내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 내일이 오늘이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곳에 없죠. 결국 남는 사람들은 모두 내일을 그리는 오늘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요.
네, 골목도 지저분합니다. 맞아요, 피부병 생겨요. 저 이 곳에 나온지 1년이 되어가는데, 몇 달 번부터 손발에 표피가 조금씩 벗겨지던데요? 군에서만 있던 무좀도 되살아 나고... 저 엄청 깔끔 떨고, 무척 자주 씻거든요? 옷 갈아입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도 그래요... 한 약국에 물어보니 원인은 물이나 불결함 때문이 아니라, 신경성이라더군요.
그런데 이런게 그렇게도 꺼려지십니까? 그럼 외교관은 어떻게 하시려고 하시는지요? 막중한 책임과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엄청난 업무는 차치하더라도... 오지파견, 테러위험,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와의 접촉... 어떻게 하시려고 하시는지요?
지.덕.체 모두가 가장 강해야하는 공직이 외교관입니다.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이 가장 요구되는 공직이 외교관입니다. 외면의 내가 다치고 더렵혀지는 것 보다도 내면의 내가 다치고 더렵혀지는 것에 더 민감하고, 언제 어디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나를 지켜야하는 공직이 외교관입니다.
남자분이시죠? 어린 분 같으신데, 그런 생각하실 수도 있죠...
다만... 공부 왜 하십니까? 학교 왜 다니세요? 뚜렷한 무언가가 가슴에 잡히지 않는한... 정말 외시공부는 이만 접고 군대부터 다녀오시죠. 님 같은 분은 많이 성숙해져서 돌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 기대가 되는군요.